먼 타국에서 한민족이 공존하는 배움터...‘런던한겨레학교 연대기’

먼 타국에서 한민족이 공존하는 배움터...‘런던한겨레학교 연대기’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8.21 16:27
  • 수정 2022.08.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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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훈 감독, “한국 정서와 문화를 가르치는 학교...부모의 뿌리와 정체성을 심어주는 곳”

(사진=런던한겨레학교)
(사진=런던한겨레학교)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2016년 한민족 2세를 위해 세워진 런던 뉴몰든의 한글학교, ‘런던한겨레학교 연대기’ 다큐멘터리가 제작됐다.

탈북 교민이 세우고, 남북한 교민이 힘을 합쳐 발전시킨 런던한겨레학교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제작 되어 국내 상영회를 가졌다. 13일 열린 상영회에는 다큐멘터리를 기획·연출한 장정훈 감독과 런던한겨레학교의 연현정 교사가 참석했다.

영국 뉴몰든에는 2만 명 정도의 한국인과 800명에서 1000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거주하고 있다. 런던한겨레학교는 이곳에 이주한 탈북민 학부모들이 의기투합해 설립된 한글 학교다. 학교의 학생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지만, 부모 세대의 언어와 문화를 학교를 통해 공유하며 자신의 뿌리를 배운다.

런던한겨레학교 한글 수업 (사진=런던한겨레학교)
런던한겨레학교 한글 수업 (사진=런던한겨레학교)

다큐멘터리의 시작은 런던한겨레학교를 본격적으로 설립하기 이전 시점부터 보여준다. 한글보다 영어가 익숙한 아이들이 교사의 인솔 아래 한 가정집에 모인다. 학부모가 교사, 행정, 재정을 모두 관리하는 이 교육기관은 아이들이 한민족으로서 자부심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것이 바로 장소도 협소하고, 교재도 부족한 환경임에도 런던한겨레학교가 계속 운영되는 이유다.

쉽지 않은 현실 속에 설립됐지만, 다큐멘터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밝다. 분단을 뛰어넘어 한민족으로 소통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주된 장면이기 때문이다. 런던한겨레학교에서는 한글 뿐만 아니라 예체능, 한국 문화를 함께 교육한다. 언어를 배우고 몸으로 부딪히며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가장 눈길을 끈다. 진흙이 가득한 비탈길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뛰어놀고, 서툰 한국어를 열심히 따라 읽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을 환기한다.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부모들의 노력도 여운을 남긴다. 런던한겨레학교 설립진들은 학부모가 한글 교육을 위해 내야 할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 하고, 더 양질의 교육 기회를 만들고자 계속 고민한다.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고, 나은 환경에서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들이 작품 전반에 담겨있다.

 
 
한글과 한민족 문화 알기 수업과 동아리 활동 (사진=런던한겨레학교)
한글과 한민족 문화 알기 수업과 동아리 활동 (사진=런던한겨레학교)

작품을 기획·연출한 장정훈 감독은 다큐멘터리 ‘철의 땅’, EBS ‘위대한 수업’, 뉴스타파 ‘그리스의 눈물’을 연출한 다큐멘터리 전문 감독이다. 그는 오랜 기간 영국에서 거주하며 유럽 관련 다큐멘터리 작업을 이어왔고, 최근 ‘영국을 읽다’라는 책을 통해 영국의 역사, 문화예술, 사회, 교육, 복지 등을 직접 취재하고 기록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작품 제작 배경에 대해 “다큐 속의 탈북민들은 영국에 정착한 첫 탈북민 세대다.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있는, 방송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면 영국에 정착한 최초의 한국인은 누구였을까 그런 것들을 궁금해 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런 사명이 있었다”고 밝혔다.

런던한겨레학교는 개교 이후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많다. 학부모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기부금으로 수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교재는 여전히 부족하다.

학교의 1년 예산은 3000만원. 가장 최근 부임한 이향규 교장은 ‘탈북민’ 학교를 향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많은 투자를 기울였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전문 교육자를 교사로 채용하며, 음악·미술·종교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재능기부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바꿨다.

뉴몰든에 거주하는 800~1000명의 탈북민들은 영국이라는 또 다른 땅에서 새 삶을 개척한 한민족이다. 그러나 한국인과 함께 탈북민이 직접 교육하고, 교육 받는다는 점에서 학교의 교육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구심도 제기됐을 것이다.

장정훈 감독은 이에 대해 “(한민족 2세들은) 미래를 살아가야 할 세대들이다. (영국에 거주하는 북한 교민들) 그분들은 북한 문화 교육을 바라시지 않는다. 런던한겨레학교는 한국 정서와 문화를 가르치는 학교다”라며, “이미 영국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부모님의 뿌리에 대해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재정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감독은 “아직 런던한겨레학교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한글 학교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영국 사람이 만든 한글 학교는 인정을 해주지만, 탈북민과 한국인이 함께 운영하는 학교는 인정해주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런던한겨레학교는 만 4세부터 입학 가능하며 16세에 졸업한다. 학교는 최근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SNS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영국에서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한 학급 당 10명으로 이루어진 이 학교는 9월 총 90명의 학생과 함께 하게 됐다.

끝으로, 런던한겨레학교의 연현정 교사는 “이제 사립 학교를 빌려 수업할 수 있게 됐다. 6월 영국 상영회 이후 사립 학교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라며,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교육하고 함께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남기며 상영회를 마무리했다.

학교에 관한 자세한 정보와 후원 방법은 런던한겨레학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및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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