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한편의 스릴러 같은 일상의 사투...영화 ‘풀타임’

[시사회] 한편의 스릴러 같은 일상의 사투...영화 ‘풀타임’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8.09 14:04
  • 수정 2022.08.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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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국제영화제 2관왕·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너무나 아름답고 명확한 작품”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팬데믹 속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프랑스 관객의 열광을 받은 작품 ‘풀타임’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8일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영화 ‘풀타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동 트기 전 새벽, 귀를 째는 알람소리와 함께 한 여성이 눈을 뜬다. 깊은 잠에 빠진 두 남매를 깨우고, 씻기고, 옷을 입힌 후 집을 나선 여성은 이웃집에 아이들을 맡긴다. 곧바로 달려간 곳은 기차역. 두 아이의 엄마이자 5성급 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는 쥘리(로르 칼라미)의 하루 시작은 이렇다. 쉴틈없이 바쁜 오전은 교통파업으로 인해 더욱 혼잡해졌다.

영화는 한 여성의 일상을 묵묵히, 하지만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카메라는 새벽에 일어나 아이들을 맡기고 룸메이드 일을 마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쫓는다. 하루종일 사람에 치이고, 새로운 일을 구하기 위해 몰래 면접을 보는 쥘리의 사투는 마치 스릴러처럼 쉼 없이 서늘하다. 이런 쥘리에게 하루 중 가장 마음 편히 쉬는 시간은 직장의 점심시간 정도다.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쥘리는 성실한 인물이다. 아이들의 미숙함과 소란스러움을 보호하고 견디는 법을 알고, 호텔 방을 엉망으로 망친 손님의 방도 능숙하게 청소하고, 파업으로 인해 계속 지각해야만 하는 것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육아와 더불어 아들의 생일까지 치열하게 챙기는 쥘리의 모습은 ‘성실함’을 넘어 무언의 강박까지 느끼게 한다.

작품에 드러난 교통파업은 ‘노란 조끼 시위’로 불리는 실제 사건이다. 노란 조끼 시위는 2018년 10월 프랑스에서 처음 시작된 후 11월 프랑스 전역으로 전개되어 주변국까지 대규모로 번졌다. 이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표한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시위대는 정부의 부유세 인하, 긴축 재정과 유류세 및 자동차세 인상을 주로 한 조세 개혁이 중산계급과 노동계급에게만 부담을 지운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2018년 12월 3일 경에는 80대 여성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다. 시위는 프랑스 정부가 같은 달 유류세 정책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잦아들었다.

일터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너무도 멀고, 교통파업으로 인해 대중교통 체계는 엉망이다. 그러나 쥘리는 ‘파업’ 자체를 원망하지 않는다. 파리와 집을 오가는 자신의 상황만 아니라면, 운동에 참여했을 것이라 말할 정도로 쥘리는 노동·시민권에 이해가 깊다. 경제학 석사를 전공한 뒤 유통업계에서 일했던 쥘리가 해고 이후 갈등하는 모습은 결국 노동자들의 파업 운동과 맞닿아 있다.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영화의 감독 에리크 그라벨은 ‘풀타임’이 담은 사회적 맥락에 대해 “나는 개인과 집단의 투쟁이 나란히 진행되기를 바랐고, 그 과정에서 점차 서로가 연결돼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깨닫길 원했다”라며, “줄리는 사회의 맹점에 갇혀 있다. 그녀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의 범주에 속해 있지만 그들을 위해 파업에 참가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일상의 투쟁과 연대가 뒤섞인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우연히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노란조끼 시위가 시작됐다”라며, “이 시위에는 공식적인 조직에 속해 있지 않은 많은 싱글맘들이 참여했다. 나는 그들이 시위 현장에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라며 시나리오 제작 배경에 대해 말했다.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풀타임' 스틸컷 (사진=슈아픽처스 제공)

현실에 철저히 발을 붙인 스토리와 더불어 작품의 연출 또한 관객을 압도한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계속 달음박질하는 인물의 시퀀스가 중독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어우러진다. 또한 프랑스 인기 드라마이자, 국내에서도 배우 이서진, 곽선영, 서현우, 주현영을 주연으로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는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에서 활약한 로르 칼라미가 열연을 펼쳤다.

로르 칼라미는 긴장과 강박, 소란과 적막이 뒤엉킨 일상을 몰입도 높은 리얼리티로 탄생시켰다. 그는 주인공 쥘리가 느낀 복잡한 거리 위의 공허와 일상의 묵직한 피로를 미세한 표정 변화로 모두 담아냈다. 그는 제41회 세자르영화제 단편영화상, 프랑스 대표 연극 공연상인 몰리에르시상식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쳐 영화 ‘풀타임’으로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은 캐스팅에 대해 “배역 후보군을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로르가 최적임자로 떠올랐다. 그녀는 굉장한 배우”라며, “연기 범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넓어서 비극이든 희극이든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로르가 항상 자신의 배역에 불어넣는 광채는 이번에도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평정을 쥘리에게 균형을 가져다준다”며 극찬했다.

교통파업과 함께 더 위태로워진 삶, 그러나 그 과정과 사투를 오롯이 바라보게 하는 일상 스릴러 ‘풀타임’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용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ro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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