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반도체 정책으로 ‘지역불균형’ 끝장내자

획기적 반도체 정책으로 ‘지역불균형’ 끝장내자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2.08.0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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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반도체 분야 인력 확충 정책에 대해 비수도권 정치권·시민사회단체·대학·언론이 일제히 정책 방향의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정부의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은 수도권 키우기에 불과

교육부는 최근 2031년까지 10년 동안 반도체 분야 인력을 15만명 늘리는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했다. 대학의 반도체 학과를 늘리고 기업과의 계약정원제를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내놓았는데 수도권에 공장을 새로 짓거나 공장 규모를 늘릴 수 있게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비수도권 각계가 “비수도권 지방대를 죽이는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나섰다. 또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의 즉각 철회, 지방대학 육성대책 마련,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의 전국 분산, 2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통합적 균형발전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정부가 반도체 인력양성과 제조환경 활성화 정책을 내건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 반도체 국가이긴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본격적인 반도체 전쟁이 시작된데다 기타 국가들의 추격이 치열해지고 있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자칫하다간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지역불균형, 지역소멸을 낳을 수도 있어 공론화 과정과 선·후진 지역 간 육성 대책과 재정에서의 차등지원 등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여 획기적인 ‘정책 전환’의 조건을 제시해 본다.

모든 정책은 수도권 대 비수도권 1 : 1 참여로 결정을

첫째,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관리들이 1 대 1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 정책이 나오게 된 것은 수도권에서 살고있는 중앙정부 관료들의 ‘수도권 이기주의’ 때문이다. 교육부의 관리들은 수도권 대학에 보다 좋은 여건을 제공하여 자기 친지들이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도록 알게 모르게 신경을 쓴다. 산자부 관리들 역시 자신이 대한민국의 관리라는 것을 망각하고 수도권에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들어서도록 하여 친지들이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수도권 억제정책’ 따위는 안중에 없고, 기회만 생기면 대기업들이 감사해 할 정책 만들기에 집중한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활성화 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대통령이 하라고 했으니까’ 핑계를 대면서 1980년대부터 국민 간에 합의되어 온 정책적 기조(수도권 억제)를 신나게 풀어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추진하다 보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수도권 주민과 관리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모두 ‘재미’를 보게 된다. 반면 비수도권은 폐허로 변해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하여 정책결정 과정에 지방의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있는 지방의 관리들도 동등한 비중으로 참여하여 정책의 균형을 맞추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정부 관료들의 ‘수도권 이기주의’를 막아내길

둘째, 대통령은 수도권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균형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오늘날 수도권 비대화는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첨단 제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자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게 됐다. 교육기관도 당연히 수도권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섰고, 이로 인해 주택부족 현상이 일어 부동산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수도권 인구가 늘자 새로운 도로 개설은 물론이고 순환열차(GTX), 문화시설, 행정서비스 시설들이 더 필요하게 됐고, 한편으로는 환경오염을 막는 막대한 비용도 뒤따랐다. 불과 11.8%에 불과한 국토 면적에 투자를 집중하다 보니 비수도권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어 ‘지방소멸’을 코앞에 두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높은 곳에서 전 국토를 내려다보며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에 사는 중앙정부 관리들과 수도권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온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중앙정부 관리들은 영리한 머리로 만들어 낸 안을 들이밀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국가발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고 건의한다. 대통령 역시 자기 재임 중 “경제가 후퇴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관리들의 건의를 그대로 덜컥 받아들이면 비수도권의 미래는 ‘절망’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하여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과 참모들의 지혜를 총동원해 사안에 따라 브레이크를 밟는 작업을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역 균형발전은 국민 모두 어디에 거주하든 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균형발전 의지를 강조했기 때문에 수도권 이기주의에 휩쓸리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반도체육성법’처럼 비수도권 우선 배치-파격적 지원을

셋째, 4차산업을 비수도권에 집중배치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미국의 지방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대해 엄청난 재정적 보상을 해주는 반도체육성법을 제정했다. 그 공간이 미국의 수도권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4차산업 시대를 맞아 산업구조를 재조정하여 국토 균형발전을 시도해야 하고, 미국처럼 비수도권 4차산업 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분에 넘치도록 재정적 보장을 해주는 작업을 펴야 한다. 이번 반도체 정책에서 수도권 대학 인력양성만 유리하게 된 것도 수도권에 제조시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비수도권에 제조시설이 균형적으로 배치되도록 정부가 만들어야 한다. 지방대학에 관련학과를 집중적으로 증설하여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진학하는 걸 막아야 한다. 최대 과제인 학생들을 가르칠 교원 배치도 정부가 하기로 작정하면 안 될 일이 없다. 교수의 낮은 급여 때문에 고액 연봉의 대기업의 전문인들이 대학으로의 이동을 꺼린다면 정부가 지원해 수준을 맞춰줘야 한다. 객원교수나 초빙교수 같은 겸직 자리도 티오에 매달리지 않고 이럴 때 활용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 2시간이면 어느 곳이나 오갈 수 있다. 비행기나 고속철도 특실을 이용해 지방의 대학으로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교통카드’를 발급해 주자. 지방대 학생들의 실습도 전국 어느 곳이나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수도권 이기주의만 잘 막는다면 비수도권에 반도체 제조시설이 들어설 때까지 수도권에서 실습을 하도록 하면 된다. 관료들이 영수증 제출이나 출석 체크 둥 하찮은 일로 귀찮게 하지만 않는다면 지방의 열정적인 젊은 청년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수해 주는 것에 인색할 전문인은 없을 것이다. 교육부도 ‘통제부서’가 아니라 1년에 2번 학생을 선발하든, 3년에 8학기로 나누어 교육을 하든 반도체 인력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양성하겠다는 비수도권 대학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지원부서’가 되어야 한다. 산자부 역시 ‘비수도권 활성화부’로 이름을 바꿔 지난날의 업보(業報)를 씻어낼 수 있게 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볼 수 있듯 현대 전쟁은 미사일전(戰)으로 국지전(局地戰)이 아니라 전역전(全域戰)이다. 물론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발생하여 10분의 1 땅덩어리에 몰려있는 제조시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본다면 재건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제조시설의 분산배치 필요성은 초등학생도 잘 아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켜온 중앙정부 관리들의 우수한 머리라면 국토의 균형발전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하여 수도권 이기주의를 버리고 그 능력을 발휘하여 이 기회에 ‘대한민국 산업시설의 대개조’에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 현 상황을 ‘전시체제’로 보고 제대로 지휘해야

세계가 반도체 전쟁에 돌입한 이상 우리도 ‘전시체제’와 맞먹는 ‘비상체제’로 대응해야 한다. 이 비상체제를 계기로 그동안의 수도권 중심의 생산시스템을 국토 균형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정치인이나 중앙정부 관리들은 이렇게 나아가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 실천을 다음 정권으로 계속 미루어 왔다. 그러나 위기 상황일 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넓게 보고 제대로 지휘해야 한다.

김성(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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