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가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갈등을 조장하는가

[기자수첩] 누가 학생과 청소노동자의 갈등을 조장하는가

  • 기자명 신수정 기자
  • 입력 2022.07.14 09:44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신수정 기자]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은 지난 4월부터 대학 측에 ‘임금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이들의 시급은 9390원. 현재 휴게실은 세면·목욕시설, 세탁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휴게실은 환풍기 하나에 의존한 채 매연과 소음에 노출돼 있다. 학교 측은 대학 재정 상황을 이유로 미온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연세대 일부 재학생이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집회 소음이 학습권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 정신과 진료비 등 명목으로 약 640만원을 청구했다. 

학내 갈등은 대자보를 통해 노동자 지지와 일부 교수들이 노동자를 고소하고 졸업생들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무료 변론을 맡겠다고 나섰다. 이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학교 안팎에서 고소인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집회의 본질이 노동자와 학생 간의 갈등 문제로 둔갑해 가는 양상이다. 노동자들은 고소 학생들과 대립보다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고소를 당한 김현옥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연세대분회장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소 건에 대해 학생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면서 "학교 측이 빨리 해결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고소인들이 노동자 집회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노동자들은 “기말고사 이후로는 전 조합원이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소음을 줄여달라고 해 앰프를 도서관 이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소리를 65데시벨(dB)로 약하게 하고 있다”고 나름대로 피해 최소화에 노력 중임을 밝혔다.

이런 갈등 상황을 보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학교 측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학교 측은 애당초 다른 이슈로 본질을 가려 집회를 끝내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연세대만의 문제가 아닌 대표 사학, 당대 최고 고등교육기관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민들이 이 집회를 주목하고 노동자들 외침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는 이유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 노동자 문제 이전에 대표 고등교육기관 역할과 사명에 충실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갈등과 분열 조장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자세는 권위적 정권이나 반민주적 반인권적 행정 행태의 대표 사례이다. 이런 장면이 ‘또 다른 연세대 자화상’으로 비춰지는 것은 매우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 없이 창조적 개성이 성장하도록 북돋아 주고 자기실현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지금 연세대는 이런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평등과 공평이 균형을 이뤄 자유와 진리가 넘치는 캠퍼스로 돌아가야 한다. 

굳이 이한열 정신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일직이 페스탈로치가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이 교육이라고 일갈했다. 칸트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작용, 바로 그것이 교육이라고 했다. 다시금 되새김질하게 한다. 교육은 교육답게, 교육기관은 교육기관답게.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