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더의 조건과 품격

[기자수첩] 리더의 조건과 품격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2.06.23 09:00
  • 수정 2023.05.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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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은 팀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구단마다 뽑는 기준은 다르지만, 감독이 직접 선임하거나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임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장은 한마디로 구단의 얼굴이자 감독과 선수단의 신뢰를 상징한다. 당연히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프로야구에서 한 주장의 돌발 행동이 이런 주장의 모습을 생각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주장 하주석의 이야기다.

하주석은 지난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8회말 퇴장당했다. 타석에 들어선 하주석은 심판이 롯데 구승민의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하자 곧장 어필했다. 물론, 판정에 불만을 표하는 건 하주석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도 한다. 올 시즌은 개막 후 한 달 만에 이용규(키움 히어로즈), 김현수(LG 트윈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등 세 명이 심판과 스트라이크존으로 갈등을 빚어 퇴장당한 바 있다.

문제는 하주석이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보인 행동이다. 삼진 판정 후 방망이를 바닥에 힘껏 내동이 쳤다. 이에 송수근 주심은 곧장 퇴장을 선언했고, 하주석은 더그아웃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주심에게 소리쳤다. 한화 벤치에서 하주석을 말리기 위해 뛰어나와 데리고 들어갔지만, 그는 항의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헬멧을 덕아웃 벽에 강하게 내던졌다.

벽에 맞은 헬멧은 웨스 클레멘츠 코치 뒤통수를 또다시 강하게 가격했다. 당시 하주석은 이를 보고도 사과는커녕 그대로 짐을 챙겨 더그아웃 밖으로 빠져나갔다. 자신의 과격한 행동으로 클레멘스 코치가 크게 다칠 수도 있던 상황이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전혀 모범이 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주장이란 직책을 떠나서도 팀의 핵심 선수가 할만한 행동 역시 아니었고, 해서도 안 될 행동이었다.

한화는 이날 경기 패배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6연패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리그 순위도 10개 구단 중 10위다. 결국 한화는 하주석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하주석은 구단을 통해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과 동료에게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주석은 지난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과격한 행동에 대해 경고받았고, 지난 4월 30일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도 방망이를 내리치는 행동을 보인 바 있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해서 나왔기에 이미 신뢰를 잃었다. 주장의 품격 잃은 행동에 한화는 ‘야구도 못하고 인성도 문제’라는 팬들의 비난 섞인 조롱까지 듣고 있다.

사과와 함께 하주석은 “2군에서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계속 잘못된 행동을 반복했다. 흔히들 프로 세계의 최고 덕목을 실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인성이 뒷받침하지 못한 실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스포츠의 기본은 스포츠맨십이다. 리더는 희생을 먹고 산다. 희생이 크면 클수록 명예 또한 커진다. 하주석이 희생과 품격 있는 주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우봉철 기자 wbcmail@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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