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회] 안개가 걷히고, 드러나는 사랑...영화 ‘헤어질 결심’

[시사회] 안개가 걷히고, 드러나는 사랑...영화 ‘헤어질 결심’

  • 기자명 박영선 기자
  • 입력 2022.06.22 14:20
  • 수정 2022.06.22 14:5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욱 감독,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

21일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언론배급시사회. (왼쪽부터) 배우 박해일, 탕웨이,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제공)
21일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 언론배급시사회. (왼쪽부터) 배우 박해일, 탕웨이,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제공)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기자] 칸에서 열광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21일 CGV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기자간담회에는 박찬욱 감독, 배우 박해일, 탕웨이가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멀끔한 정장을 입은 형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사망자의 아내를 심문한다. 남편의 시신을 직접 확인한 중국인 아내가 처음으로 꺼낸 말은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다. 이 여자는 한국말을 못 하는걸까, 혹은 남편이 ‘마침내’ 죽기를 기다린 것일까. 영화 ‘헤어질 결심’은 두 인물의 미묘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박찬욱 감독이 사전에 언급했듯이, 이 작품은 100% 수사물이자, 100% 멜로물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는 연극처럼 진행된다. ‘품위’를 갖춘 형사 해준(박해일)의 깔끔함과, 서툰 한국어 실력 때문에 오히려 문어체를 쓰는 서래(탕웨이)의 신비로운 분위기도 한몫했다. 작품은 해준과 서래의 감정선과 상황이 전복되면서 마치 연극의 1, 2막처럼 극의 톤이 나뉜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감각을 일깨우는 연출과 두 주연 배우의 휘몰아치는 연기력이 스크린을 장악했다. 감각을 극대화한 미장센은 마치 관객이 두 인물이 놓인 공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16년만에 청소년 관람 가능 판정을 받은 작품이다. 자극적인 노출이나 폭력적인 장면을 모두 덜어냈지만, 감정의 농도는 더 깊어졌다. 박찬욱 감독은 “그저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오히려 어른들 얘기인 만큼 격정적이고 휘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어른들의 사랑’에 따라오는 기존 수식을 깨고 깊이를 더한 시도였다.

서래 역을 맡은 탕웨이는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으로 등장하지만, 뭉개지고 끊어지는 대사 처리가 인물에 독특한 색을 입혔다. 탕웨이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라고 고백했지만, 한편으로 그런 점이 영화를 완성시켰다. 대사로 전달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을 배우가 표정과 눈빛에 남김없이 담아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태용 감독의 ‘만추’에서 보여줬던 탕웨이의 멜로 연기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대 배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때로는 당돌하지만 ‘불쌍한’ 운명을 마주하는 서래는 상당히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를 두고 “팜므파탈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라고 전했다. 탕웨이는 이 역할의 면면을 능수능란하게 비춘다. 박해일의 연기가 관객을 장면에 포박해버리는 힘을 지녔다면, 탕웨이의 연기는 관객이 인물의 동선과 심리를 계속 따라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 ‘헤어질 결심’은 배우와 캐릭터가 가진 매력이 폭발하는 시퀀스로 채워졌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의 구성에 대해 “아름다운 여성과 형사의 사랑이 사실 흔한 소재라 할 수 있다. 장르의 관습이나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있을텐데, 이 영화가 완전히 그런 장르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영화가 절반 이상 지나갈 때까지 관객은 자기가 보고 있는 영화가 그런 영화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관객을 오도하기도 하고, ‘내가 가졌던 선입견과 다르게 흘러가는구나’를 깨닫는 즐거움이 있으리라고 본다”라며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영화에는 두 주연 배우 외에도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이학주, 박정민, 정하담 등이 등장해 러닝타임을 빈틈없이 채웠다. 고경표와 김신영의 캐스팅에 대해 박해일은 “지체없이 좋다고 했다. 첫 형사 역이라, 동료 형사 역이 누구인지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큰 힘이 됐다”라고 전했다. 또한 김신영의 캐스팅에 대해서는 “감독님의 말씀을 듣고 무릎을 쳤다. 감독님의 신의 한 수”라며 동료 배우들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사진=CJ ENM 제공)

끝으로 탕웨이는 작품에 대해 “복고풍 느낌이 있으면서도 현대적이고, 탐정극이지만 멜로고, 그 안에서 처음 보는 감정들이 교모하고 깔끔하게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작과 사뭇 다른 시도도 보였지만, 여전히 박찬욱의 세계는 이번에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헤어질 결심’이 상징하는 이미지는 ‘안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포의 자욱한 안개처럼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서스펜스와 감정선으로 뒤엉켜 있다. 의심, 관심, 그리고 결심을 관통한 서래와 해준은 결국 안개를 거두고 사랑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한다.

용산=박영선 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