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낯선 '준틴스', 美노예해방기념일

아직은 낯선 '준틴스', 美노예해방기념일

  • 기자명 로창현 특파원
  • 입력 2022.06.21 12:02
  • 수정 2022.06.2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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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노예역사 실언도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특파원] 노예해방을 기념하는 날이 '준틴스'라고?

미국의 노예 해방기념일은 6월 19일이다. 연방공휴일이지만 한인사회에서는 아직 낯설다. 연방공휴일로 기념한지 이제 2년째인데다 흑인사회의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영어로 '준 틴스(Juneteenth)'라고 부르는 이유도 갸우뚱한다.

준틴스는 기념일로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을 자랑한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3년 1월 1일 노예해방을 선언하고 남북전쟁은 1865년 4월에 종료되었지만 텍사스의 흑인 노예들은 이 소식을 가장 늦게 접했다. 결국 노예제도는 1865년 6월 19일 텍사스주를 끝으로 폐지됐다. 준틴스는 바로 June(6월) Nineteenth(19일)를 합쳐 부르는 말이다.

다른 말로는 흑인독립기념일(Black Independence Day), 해방기념일(Emancipation Day), 자유의날(Freedom Day)로 불린다. 노예해방일은 1867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처음 기념했다. 준틴스라는 단어는 1890년대 초 등장한 가운데 1898년 6월 19일 웨스트 버지니아의 부커 워싱턴 공원에서 약 3만명의 흑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처음 대대적인 행사가 열렸다.

 

미국의 '노예해방기념일(준틴스)'을 맞아 미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준틴스'는 1865년 6월 19일(June Nineteenth) 텍사스를 끝으로 폐지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뉴욕 뉴로셀 타운에서 19일 '준틴스'를 축하하는 춤을 추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노예해방기념일(준틴스)'을 맞아 미국 각지에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준틴스'는 1865년 6월 19일(June Nineteenth) 텍사스를 끝으로 폐지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뉴욕 뉴로셀 타운에서 19일 '준틴스'를 축하하는 춤을 추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9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워싱턴 국립흑인역사문화박물관에서 초등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역사수업을 진행하다가 그만 실수를 했다. 흑인들이 미국에서 "400년동안 노예로 살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모두는 오늘이 자유의 원칙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 흑인들이 400년 동안 노예 생활을 하면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역사의 맥락으로 생각해 보라. 오늘은 자유의 원칙을 축하하는 날이자 역사를 오늘에 적용하여 정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사냥된 흑인 원주민들이 처음 미국에 끌려온 것은 1619년 버지니아다. 1865년 수정헌법 13조를 통해 공식 폐지되기까지 246년간 존속한 노예제도를 해리스 부통령은 무려 150년 이상 늘려버린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부통령은 노예제가 시작된 지 400년을 언급한 것"이라며 오류를 정정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역사에 무지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녀는 아프리카 혈통을 갖고 있는 최초의 부통령이기도 하다. 비록 노예제도는 오래전에 폐지됐지만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과 지위는 여전히 열악한 수준에 있는게 사실이다.

노예제도가 폐지됐지만 1890년부터 1908년까지 텍사스와 모든 남부연합 주들은 흑인들의 권리를 모두 박탈하는 새로운 헌법이나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흑인들은 무조건 정치적 과정에서 제외되었다. 백인이 지배하는 주 의회는 이른바 '짐 크로우(Jim Crow)' 법안을 통과시켜 흑인 등 유색인종을 노골적으로 차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준틴스를 기념하는 것은 목숨을 내놓은 행위나 다름없었다.

오랜 암흑기를 지나 1960년 이후 흑인 등 다양한 인권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에야 비로소 캘리포니아, 위스콘신, 일리노이, 조지아, 워싱턴 D.C에서 공식적으로 축하 행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2020년 5월 백인경찰에 의해 목이 짓눌려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서 보듯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의 해묵은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슬로건 아래 1년 이상 지속된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지자 바이든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준틴스를 연방공휴일로 지정하게 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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