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대급 가뭄인데… ‘물 300톤’ 사용하는 콘서트라고?

[기자수첩] 역대급 가뭄인데… ‘물 300톤’ 사용하는 콘서트라고?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2.06.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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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열리는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 ‘흠뻑쇼’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싸이 측은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 개최를 알렸다. ‘흠뻑쇼’는 2011년 시작한 싸이의 대표 브랜드 콘서트 중 하나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면서 무더위를 날린다는 콘셉트의 여름 공연으로 워터파크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물(水)량 스케일이 특징이다. 

싸이는 지난달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흠뻑쇼에 쓰는 물과 관련해 “다 마실 수 있는 물을 쓴다. 식용 물을 사는 것”이라며 “물값이 진짜 많이 든다. 콘서트 회당 300톤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당 300톤에 달하는 식수가 허공에 흩뿌려지는 것이다.

전국 투어로 진행되는 싸이의 ‘흠뻑쇼’는 내달 9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된다. 구체적인 공연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7주에 걸쳐 주말마다 공연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연 횟수는 10회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의 6% 수준에 불과한 5.8mm로, 지난 197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국 모든 지역의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이 50% 안팎에 그치는 등 전국적으로 기상 가뭄이 나타나면서 농작물 생육 저하 등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우제를 지낸 지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 관계 부처에 가뭄대책상황실을 구성하고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심각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물 부족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번 달부터 세차, 관상용 잔디 급수 등을 규제하며 물 낭비에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이처럼 최악의 봄 가뭄으로 전국의 논밭이 바싹 타들어 가는 상황이 계속되자 회당 식수 300톤을 사용한다는 싸이의 흠뻑쇼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뭄으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식수 수백 톤을 공연에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 한 마디로 ‘물 낭비’라는 것이다. 반면, 대가를 지불하고 자원을 쓰는 것이므로 문제 될 게 없다는 일부 반응도 있다.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게 된 가요계는 눈치만 보고 있다. 대중음악 공연은 코로나19가 퍼진 지난 2년간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연극·뮤지컬 등과 달리 공연이 아닌 행사로 분류돼 더욱 엄격한 방역 지침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오는 24~26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관객을 맞는 ‘워터밤 서울 2022’, 내달 서울 신촌 일대에서 개최되는 ‘신촌 물총축제’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뚫고 마침내 관객을 만나는가 싶었는데, 가뭄과 농수 부족 사태로 인해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됐다.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월드스타’ 싸이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추가공연 일정을 공개하기까지 했다. 

꼭 물을 사용해야만 즐거운 공연이 될까. 물이 아닌 다른 흥미로운 콘텐츠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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