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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까지 60초, 우리는 어떤 연습을 해야할까?...국립극단 '기후비상사태: 리허설'기후위기를 감각하는 방법...내달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 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2.05.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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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기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연극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이 지난 1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했다. 

팬데믹,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멸종위기생물 급증. 각종 기후위기 논의는 이제 더 이상 기후과학자들의 것이 아니다.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기후위기가 우리 사회에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로 한동안 극장 문을 열 수 없었던 예술가들이 무대 위로 올랐다.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사진=국립극단 제공)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지구의 수명을 24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종말까지 60초가 채 남지 않았다는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 연극’이다. 영상 다큐멘터리가 현실을 목도시키는 데 집중한다면, 다큐멘터리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관객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감각하도록 이끈다.

연극의 시작과 동시에 무대가 암전된다. 관객은 어둠을 직시한다. 연극에서 암전은 극이 대전환을 맞이할 때 나타난다. 작품 속 암전은 우리에게 재난이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는지 느끼게 해준다. 어둠이 걷히면 검은 옷을 입은 배우들이 인류의 진화를 표현한다.

관객은 사족보행을 막 시작한 인류의 모습부터 능숙하게 기계를 다루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의 형상을 바라본다. 이들은 인간의 편의와 진화가 지구에 어떤 일을 불러일으켰는가에 대해 말한다. 이어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 탄소중립 정책 관련 주식을 좇는 사람들의 모습을 조명한다.

“건강하고, 싸고, 빠르고, 많고, 아름다운 게 어디 있습니까. 그런 게 있다면, 그런 상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무리했겠습니까.” 지구가 탄생한 지 46억년, 인류가 탄생한 지는 4만 5000년이 지났다. 인간은 지구 기온을 100년 동안 1도 상승시켰다. 지구 기온은 탄생 이후 평균 2500년에 1도 정도의 속도로 상승해왔다. 지구 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는 단연 인간일 것이다. 배우는 지구가 역대 네 번의 큰 전환점을 맞이할 때마다 가장 최상위 포식자가 모두 멸종했다는 사실을 외친다.

극중에서 “나의 위기에 기후위기는 없었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섬에 산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기후위기 관련 극을 올리기로 한 작가는 기대에 차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책을 수십 권씩 찾아보고, 직접 기후위기 행동에 참여하며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가 정작 실감하는 개인적 위기는 ‘기후위기’보다 공연의 성패 여부다.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출연진. 모두가 작품을 쓴 작가인 동시에 배우다. (사진=국립극단 제공)

연극은 모두가 작가이자 배우인 출연자들의 자기고백과 경험담으로 구성됐다. 실제 연출·출연진들은 연극 준비에 앞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는 단체와 4박 5일간 투어를 거쳤다. 극 안에는 이러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화력발전소에서 마주한 비정규직 노동자, 가덕도 신공항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하며 실태를 목격한다. 더불어 ‘더 많이, 더 빠르게’ 원칙의 폐해를 피할 수 없었던 작년 겨울 광주 아파트 붕괴 사건을 조명하며, 기후위기의 본질이 혐오와 참사에 어떻게 직결됐는지 질문을 던진다.

우주 공간에 관심이 집중되는 요즘, 이를 가리키는 장면도 눈에 띤다. 우주선이 날아가는 장면이 화면에 떠오르고, 배우들은 떠나는 우주선을 바라본다. 끝을 향해 가는 지구에 남을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에 대해 자문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놓인 현실을 가늠하게 한다.

무대 구성에도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연극의 무대 디자인은 메시지를 관객에게 가깝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상, 소파, 침대 부엌이 놓인 세트는 관객이 있는 공간이 어둡고 웅장한 공연장이 아닌 일상적인 장소로 느끼게 한다. 또한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곳곳에 담겨 있다.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도색을 자제하며 폐기 물품을 만들지 않도록 했다. 의상, 조명, 분장 그리고 전력을 최소화 하며 식물성 소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은 기후위기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의 취지에 섬세하게 닿아 있다.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 (사진=국립극단 제공)

위기와 재난에는 실체가 없다. 따라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도 실감하기 어렵다. ‘기후위기’ 논제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우리 모두에게 당사자성을 지닌다. 작품은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일상의 이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관심을 가져주세요”라고 말하는 실종자 가족의 대사는 이 지점과도 연결된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거기 있음’을 직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할 수 있는 최초의 행동임을 말한다.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의 전윤환 연출은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예술의 영역”이라 말했다. “이 상실에 대해 같이 울어주는 일을 예술가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예술의 언어로 실체가 없는 것을 실체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 기후위기를 예술로 감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나의 위기는 아니더라도 내 옆에 있는 누군가의 위기라는 것을 감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예술의 몫이 아닐까”라고 작품의도를 전했다.

점차 몸집을 불리고 있는 기후위기를 두고, 우리에게 어떤 연습이 필요한지 화두를 던지는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지속가능발전경영센터의 협력과 함께 국립극단에서 제작을 맡았다. 연극은 내달 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계속된다.

 

명동=박영선 인턴기자 djane7106@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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