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티켓’과 ‘에티켓’의 차이

[기자수첩] ‘애티켓’과 ‘에티켓’의 차이

  • 기자명 설재혁 인턴기자
  • 입력 2022.05.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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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린 '애티켓'(아이+에티켓) 캠페인 광고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지난 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유튜브 채널에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애티켓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원, 식당, 회사 등 3편으로 나눠 올렸다. 

영상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오은영 박사가 출연해 더 주목받는데, 문제는 저출산 주제의 영상에서 지나치게 배려를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먼저 공원 편에서는 젊은 연인이 커피를 들고 공원을 걷는 중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달려오던 아이와 부딪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연인이 마시던 커피는 바닥으로 떨어져 옷과 신발에 커피를 쏟아 더럽혀진다. 순간, 오 박사가 등장해 "아이는 키가 작아 시야가 좁고, 몸을 계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미숙하다. 성장 중인 아이니까 너그럽게 봐 달라"라고 했다.

식당 편 영상에서는 한 아이가 큰 소리로 울자 손님들이 일제히 쳐다본다. 이후 참다못한 한 남성 손님이 "저기요"라며 아이 부모에게 항의하려 하자 오 박사가 등장해 "아이가 낯설어서 힘들어할 땐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라며 "어른과는 다른 아이들의 마음 표현을 이해해주세요"라며 설명했다.

두 상황 모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어 "애티켓! 육아하는 부모를 배려해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 아이를 배려하는 작은 실천 애티켓과 함께하는 당신이 멋져요. 모든 아이는 모두의 아이니까요"라는 멘트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직장 편에서는 야근하던 남성이 어린이집으로부터 "하원 시간 지났는데 몇 시쯤 데리러 오시냐"는 연락을 받는 장면이 연출됐다. 남성이 "최대한 빠르게 가보겠다"라고 답하는 순간 직장 상사로 보이는 인물이 그를 쳐다보며 눈치를 준다.

오 박사는 "엄마, 아빠가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으면 아이는 우주에 혼자 남은 것처럼 불안하고 무섭겠죠.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라고 말한다. 이에 직장 상사는 "괜찮아. 퇴근 시간인데 얼른가"라고 말한다. 오 박사는 "애티켓, 육아하는 부모를 배려해 '괜찮아'라고 말해주세요"라고 제안한다.

해당 캠페인 영상에 대해 누리꾼들은 "광고 방향을 잘못 잡았다", "나도 애들 키우고 있는데, 이건 아닌 듯", "이게 저출산이랑 무슨 상관이냐", "타인에게 피해를 줬으면 정중하게 사과하는 걸 가르쳐야지",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고 부모가 사과하면 된다", "취지는 좋다. 다만 부모 버전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등 의견이 쏟아졌다.

캠페인 영상은 어른들이 아이의 실수에 대해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눈감아 달라고 말한다. 어린아이가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이다. 그런데 아이의 실수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잘못된 태도 때문에 화나고 언쟁이 빚어지는 경우가 잦다.  

탈무드와 교육 철학자들은 아이를 가르치는 일을 백지에 무언가를 쓰는 일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는 백지와 같기에 공들여 교육하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사회 선배인 부모와 기성세대가 사회와 동떨어진 '애티켓'을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고 공동체 일원으로서 몰염치 행위에 불과하다. 진정한 '애티켓'은 우리가 잠시 잊고 산 '여백'과 '배려'의 마음을 발견하고 다스리고 실천하는 일이다.       

설재혁 인턴기자 jaehyeok9@dailysports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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