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졸업' 없애는 미국의 고등학교

'수석졸업' 없애는 미국의 고등학교

  • 기자명 로창현 특파원
  • 입력 2022.05.18 11:54
  • 수정 2022.05.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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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딕토리안과 살루터토리안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특파원] 미국의 졸업시즌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대학은 5월 초순부터 중순까지, 고등학교는 5월 말부터 6월중순에 대부분 열린다.

졸업식에서 사람들의 눈길은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는 수석졸업자에게 쏠리기 마련이다. 특히 미국 고등학교의 경우, 이맘때쯤 수석졸업생 '발레딕토리안(Valedictorian)'과 차석졸업생 '살루터토리언(Salutatorian)'이 누구인지 관심거리다.

이들 용어는 개회사와 고별사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각각 유래되었다. 그래서 살루터토리안은 내빈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하고 발레딕토리안은 졸업식 고별사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졸업식이라는 뜻깊은 행사에서 멋진 장식이 있는 '리갈리아(예복)'를 입고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는 것은 커다란 성취감와 영광을 안겨주는 일이다.

 

미국의 졸업시즌이 시작됐다. 최근들어 미국의 고등학교들은 발레딕토리안(수석졸업생)이 학생간의 서열을 매기고 불필요한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추세다. 사진은 미국의 대학 졸업식.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의 졸업시즌이 시작됐다. 최근들어 미국의 고등학교들은 발레딕토리안(수석졸업생)이 학생간의 서열을 매기고 불필요한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추세다. 사진은 미국의 대학 졸업식. (사진=EPA 연합뉴스)

 

현대적 의미의 졸업식 역사는 1088년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 탄생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발레딕토리안을 기리는 전통은 1772년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발레딕토리안의 영예는 대입전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까? 답은 '아니다'. 왜냐하면 발레딕토리안은 졸업학년 2학기가 시작된 후에 선정되지만 대입원서는 2학기전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다만 발레딕토리안에 선정되면 입학 허가를 받은 대학에서 특별 장학금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발레딕토리안이 고교 4년(9~12학년) 내내 학업성적은 물론, 다양한 과외활동에서 높은 성취도를 보인 학생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의 고등학교들은 발레딕토리안 전통이 학생간의 서열을 매기고 불필요한 경쟁심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추세다. 학교에 따라 발레딕토리안을 여러 명 선정하기도 하고 발레딕토리안이란 용어 대신 복수의 학생들에게 '영예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또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학생회 임원이 맡거나 학생들 투표로 선정하는 학교도 있다.

버지니아 알링턴의 워싱턴-리 고교는 지난 2015년 졸업생 457명 중 무려 117명을 발레딕토리안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았다. 평점 4.0을 넘긴 모든 학생에게 영광의 칭호를 안겨준 것이다.

콜로라도의 체리 크릭 학군은 지난 3월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를 통해 2026년부터 수석 졸업자에게 시상하는 졸업생 대표상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체스 크릭 학군은 "우리는 이같은 전통이 더 이상 학생들에게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며 "최상위권 학생에게 졸업 고별사를 시키는 대신 우등생 명단, 졸업 시 학점 우등생, 학과별 및 학교별 시상식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업 성취도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정한 교육의 목적은 오직 한명의 학생에게 영광을 돌리는게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 최대한 공평한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 것이 아닐까. 체리 크릭 학군의 마지막 메시지처럼.

"우리는 모든 학생들이 높은 수준에서 배울 수 있고 배움은 경쟁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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