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젊은작가상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피엔딩...젊은작가상 임솔아 '초파리 돌보기'

  • 기자명 박영선 인턴기자
  • 입력 2022.04.21 10:12
  • 수정 2022.04.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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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여는 일곱 명의 젊은작가들

[데일리스포츠한국 박영선 인턴기자] 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에 임솔아 작가가 소설 ‘초파리 돌보기’로 대상을 수상했다.

데뷔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이 일구어낸 문학적 성취를 축하하고자 마련된 젊은작가상이 지난 8일 출간됐다. 젊은작가상은 2010년 제정된 이후 54명의 젊은 작가를 배출하며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젊은작가상 수상자는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 작가다. 임솔아, 김병운, 서수진 작가는 자신의 문제의식을 담은 치열한 작품으로 젊은작가상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독특하고 강렬한 개성을 선보이며 독자와 평단의 관심을 받아온 임솔아 작가의 수상이 눈길을 끈다. 임솔아 작가는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시),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눈과 사람과 눈사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장편소설 ‘최선의 삶’을, 시집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겟패킹’ 등을 펴낸 뒤 신동엽문학상과 문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중 장편소설 ‘최선의 삶’은 지난해 영화로 제작됐다.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나빠졌던” 세 아이의 시절을 담아낸 ‘최선의 삶’은 영화 또한 원작이 지닌 힘을 이어 받아 각종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사진=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사진=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이토록 세밀한 날개와 눈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고작 팔 일이라니. 원영은 초파리들이 기특했다. 하루하루 쑥쑥 자라났던 딸을 키울 때처럼 그랬다.(중략)초파리는 사람과 닮은 점이 많았다. DNA가 절반 이상 같았다.”(15쪽)

1978년 가발 공장을 시작으로 외판원, 마트 캐셔, 초등학교 급식실 조리원, 볼펜 부품을 조립하는 부업을 거쳐 한 연구실에 취직한 오십 대 여성 원영이 있다. 평생 쉬지 않고 일을 했음에도 ‘오십대 무경력’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 원영의 꿈은 칸막이가 있는 책상을 갖는 것이다. 원영은 초파리 연구실에 취직하며 비로소 꿈을 이룬다. 8일만에 성충이 되는 초파리를 배양하고 건강한 초파리를 보살피는 것이 원영의 업무다.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의 ‘초파리 돌보기’는 원영과 딸 지유의 이야기다.

소설가가 된 딸은 타의로 연구실 일을 그만두게 된 환갑의 엄마가 야위어 가는 과정을 지켜본다. 원인 모를 탈모가 생기고, 5월에도 겨울옷을 찾는 원영을 보며 지유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반면 원영은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이라는 말에 기쁜 기색을 비친다.

해피와 새드의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의 불문율을 이미 깨우친 지유는 원영의 이야기를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내도 되는지 의구심을 품는다. 두꺼운 옷에 가려진 야윈 몸을 떠올리면 원영이 건강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없을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지유는 원영의 생경한 기쁨을 위해 과감히 방향을 튼다. 현실이 마냥 ‘해피’하지 않을지라도, 딸의 작품과 초파리 관련 기사를 차곡차곡 모아놓은 원영의 얼굴에 여전히 ‘해피’할 수 있다는 의지가 서려 있기 때문이다.

작품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던, ‘초파리 돌보기’에는 소설 전반에 사랑과 환대의 순간이 담겨있다. 딸이 어린 시절 좋아했던 시리얼을 어김없이 준비해놓는 일, 트로트 프로그램을 몇 번이고 돌려 보는 엄마의 우는 옆모습을 묵묵히 들여다보는 일, 자신이 보석 같이 여기는 것을 하루내 손에 쥐었다 집으로 가져가는 일 등이 바로 그 대목이다. 엔딩에 관한 고민이 작품 후반부를 거머쥐고 있지만, 결국 ‘초파리 돌보기’의 본질은 한 모녀가 서로를 애정하고 환대하는 과정에 있다.

(사진=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
(사진=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임솔아 작가)

임솔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이 소설은 해피엔드를 써달라는 원영의 부탁에서부터 엉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어 “원영이 말하는 해피엔드는 일종의 거짓처럼 느껴졌다. 기적처럼도 느껴졌다. 기적을 행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작가는 이 글의 모티프 인물인 엄마의 바람에 따라 소설을 마무리했다. “원영이 내게 누누이 말해왔던 것처럼 원영도 잘 먹기를, 잘 자기를, 행복하기를. 오직 그것만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라는 임 작가의 희망이 작품을 선명하게 관통한다.

제13회 젊은작가상 본심을 심사한 구병모, 권희철, 손보미, 임찬우, 은희경 작가는 ‘초파리 돌보기’에 대해 “엄마가 초파리에 각별히 애착을 느끼게 된다는 다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애틋한 설정이 소설 안에서 딸이 병든 엄마에 대한 소설을 어떻게 끝맺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야기와 어우러진다”며,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소설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소박하면서도 절실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하게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설가 손보미는 “마지막 문장이 제발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를 바라는 기도와 절대 그런 일은 이뤄지지 않았으리라는 확신의 낙차가 이 소설을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준 거라고 느꼈다”며, “이 소설은 그 공백을 드러내기 위해 문장–서사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냈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사진=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 작가(왼쪽부터). 문학동네 제공)
(사진= 임솔아, 김멜라, 김병운, 김지연, 김혜진, 서수진, 서이제 작가(왼쪽부터). 문학동네 제공)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집에는 대상 수상작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문제의식과 그간의 고정관념을 전복시키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다수 실렸다. 특히 김멜라 작가의 ‘저녁놀’은 대상 수상을 두고 마지막까지 시선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저녁놀’은 먹점과 눈점이라는 한 여성 커플의 이야기를 세심하고 독특한 기법으로 풀어내며 여성 퀴어 서사에 큰 획을 그었다. 김병운 작가의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또한 소수자를 주인공으로 하며 사회가 무의식 중에 행하는 몰이해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젊은작가상’은 올해에도 새로운 얼굴들을 끌어올려 독자의 봄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고, 화합을 방해하는 사회 장벽을 허물어 버리는 작가들의 세계를 내년에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2년 제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현재 각종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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