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뉴욕의 '죄수 섬' 아시나요

[특파원 칼럼] 뉴욕의 '죄수 섬' 아시나요

  • 기자명 로창현 특파원
  • 입력 2022.04.1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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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라이커스 아일랜드 1만명 재소자 수용

[데일리스포츠한국 로창현 특파원] 뉴욕의 '죄수 섬'을 아시나요.

뉴욕 맨하탄 바로 옆에 일반인의 접근이 엄격히 차단된 악명높은 섬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바로 라이커스 아일랜드(Rikers Island)다.

라이커스 아일랜드는 섬 전체가 교도소다. 맨하탄 건너편 이스트 리버에 위치한 이 섬은 총 면적 413에이커(약 50만평)에 1만명의 미결수와 단기 구금형 재소자들, 정신병동이 있는 세계 최대의 교정시설이다.

 

뉴욕 맨하탄 옆에 '죄수 섬' 라이커스 아일랜드가 있다. 이 섬의 미결수 구치소와 정신병동에 1만여명의 재소자가 수용돼 있다. 라이커스 아일랜드 건너편 맨하탄이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뉴욕 맨하탄 옆에 '죄수 섬' 라이커스 아일랜드가 있다. 이 섬의 미결수 구치소와 정신병동에 1만여명의 재소자가 수용돼 있다. 라이커스 아일랜드 건너편 맨하탄이 보인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 2011년 성범죄 혐의로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수감돼 화제를 모았고 최근엔 뉴욕 지하철 터널속에 숨어 살다가 체포된 노숙자도 이곳의 정신병동에 수감되기도 했다.

라이커스 아일랜드의 이름은 1638년 이 섬을 소유했다가 인근 롱아일랜드로 이주한 네덜란드 출신 아브라함 라이켄(Abraham Rycken)에서 유래했다. 1884년 그의 자손이 뉴욕에 매각했고 미국 독립 전쟁 중에는 군대 훈련 장소로 이용되다가 1935년 교정시설이 문을 열었다.

라이커스 교도소는 80년 넘는 세월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재소자들이 폭력과 학대, 인권침해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리고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또한 단순 벌금형 등을 받은 초범 재소자들이 갱단의 강력범들과 함께 있으면서 폭행과 학대를 받거나 범죄를 배우고 나오는 등의 문제도 끊이질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악화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교정국 직원들을 2,200명 이상 감염시키는 바람에 광범위한 인력 부족이 초래됐기때문이다.

특히 2020년 12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라이커스 교도소 내에서만 5명의 자살자를 포함,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 40대 남성은 수감절차를 기다리는 열흘간 12명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가 코로나에 감염됐는데 대기실에서 내내 휠체어에 앉아있다가 병원에 옮겨지기 전에 사망했다.

지난해 가을 라이커스 교도소를 시찰했던 정치인들과 의료인들은 열악한 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교도소내의 대부분 변기가 고장나서 수감자들은 비닐봉지에 용변을 봐야했고 쓰레기와 대소변이 아무렇게나 방치돼 구더기와 바퀴벌레가 꼬이는 등 화려한 맨하탄 옆에 있다고 상상하기 힘든 곳이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뉴욕시 의회는 2019년 8월 라이커스 아일랜드 교도소를 영구히 폐쇄하고 2026년까지 모든 재소자들을 맨하탄과 브루클린, 퀸즈, 브롱스 등 뉴욕의 4개 보로의 교정시설에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아마도 그때쯤 라이커스 아일랜드도 오명을 뒤로 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뉴요커와 세계인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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