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방송 폭행‘으로 묻힌 평화의 목소리

[기자수첩] ‘생방송 폭행‘으로 묻힌 평화의 목소리

  • 기자명 황혜영 기자
  • 입력 2022.03.30 10:09
  • 수정 2022.06.22 14:25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일리스포츠한국 황혜영 기자] 배우 윌 스미스가 오스카 시상식에서 ‘폭행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차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보다 더 논란이 된 것은 크리스 록의 선 넘은 농담에 분노해 그의 뺨을 때린 것이다. 이 장면은 미국 지상파 방송사 ABC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됐다. 윌 스미스는 수상 후 아카데미와 동료들에게 사과했지만 할리우드에서도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와 그의 아내 제이다 핀캣 스미스를 향해 “제이다, ‘지 아이 제인’ 2를 기대하겠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언짢은 표정을 보였지만 옆에 있는 윌 스미스는 박수를 치며 웃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그러나 곧이어 사건이 발생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윌 스미스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다. 관중들은 실제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한 듯 웃었다. 윌 스미스는 “내 아내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고 욕설을 하며 소리쳤고 이후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크리스 록은 “알겠다. 이건 TV 역사에 남는 밤이 되겠다”라고 마무리했다.

제이다 핀캣 스미스는 건강 문제로 탈모가 발생해 머리를 삭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공이 삭발 헤어스타일인 영화 ‘지 아이 제인’ 다음 시리즈에 출연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농담을 하자 윌 스미스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할리우드 현지에서도 이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농담이 지나쳤다”라는 의견과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라는 반응들이다. 영화배우 스티븐 A. 스미스는 SNS에 “그런 일은 무대 뒤에서 해결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이런 일에는 변명할 수 없다. 자신의 커리어에 큰 흠집을 냈다”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겸 제작자인 앤디 오스트로이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라고 비난했다.

뉴욕 타임즈는 “누군가는 이날 시상식의 ‘최악의 오스카’라고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이날 공식 SNS를 통해 “아카데미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윌 스미스도 결국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폭력은 어떤 형태로도 해로우며 파괴적이다. 내 행동은 용납할 수 없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이어 “내가 선을 넘었고 틀렸다. 사랑과 친절의 세계에 폭력이 자리할 곳은 없다. 내 행동으로 인해 우리 모두의 여정이 더럽혀졌다는 것을 깊이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것도 건강문제로 아파하는 가족을 건드리니 그 누구도 화가 안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다. 크리스 록의 그간 언행과 이날 시상식에서의 농담은 “맞아도 싸다”라고 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공식석상에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윌 스미스의 행동도 문제가 있다.

이날 시상식에 참여한 윤여정은 왼쪽 어깨에 파란 리본을 달고 나타났다. 리본에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지를 담은 “With Refugees(난민과 함께)”문구가 담겨 있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여정을 비롯해 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메시지를 드러냈다. 폭력에 맞서 평화의 목소리를 높인 이들의 메시지가 윌 스미스의 폭력 한방으로 묻힌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