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지역균형발전TF’가 해야 할 일

인수위 ‘지역균형발전TF’가 해야 할 일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2.03.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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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TF를 설치키로 했다. 이는 차기 5년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역불균형은 지난 30여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 과제였지만 그동안은 새 정부가 할 일 수백 가지 중 하나로 취급되어 왔다. 그런데 인수위원회의 한 TF로 포함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윤 당선인이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의 건의를 받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에 균형발전TF 설치는 이번이 처음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동안 후보들은 무수히 많은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토면적 13%의 땅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살고있는 수도권의 표를 얻어내기 위해 ‘수도권 공약’에 치중했다. 지방의 공약은 대부분 현안 사업들로 여야 후보 모두 비슷비슷했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나 지방의 국민들은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이 여전히 찬밥신세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적지 않았다.

헌데 윤 당선인의 요구로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TF가 설치됨으로써 일말의 안도감을 갖게 됐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원장에 안철수 위원장을 지명한 사실을 발표한 자리에서 지역균형발전TF에 대해 “우리 국민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와 관계없이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제가 약속드린 지역공약이 제대로 실천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새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시키고, 국민들이 어디에 사시든 기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전국 17개 시도청 협조가 구해지는대로 파견을 받아 균형발전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새 정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더불어 “지나친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다른 지역 분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며 “특정 지역이 아니라 고른 균형 발전으로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은 지역균형발전의 필요성과 경제적 격차의 범위를 정해두는 일이다. 또 하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의 불균형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과제이다. 그러한 점에서 윤 당선인과 안 인수위원장이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설계때부터 법률적·재정적 뒷받침 함께해야

첫째, 지역균형발전 계획을 설계할 때는 반드시 법률적·재정적 뒷바침이 우선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역대 대통령 후보라면 어느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화려한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역불균형 현상은 점차 더 심해졌고, 급기야는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공약만 화려했지 법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공약을 받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의 공약(公約)이 유난히 공약(空約)으로 전락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행정학의 ‘발전행정론’이나 ‘기획론’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이론으로 되어 있지만 정치인 손에 들어가면 우선 유권자 입맛에 맞게 분칠을 하다보니 공약이 허술해지고 정치인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 것이다. 하여 5년동안에 국민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설계보다는 입법과 예산을 통해 발전의 기반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자세로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비수도권 자원 배분 획기적 재검토를

둘째,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총체적 자원배분 정책을 획기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오늘날 수도권은 부동산값이 하늘 높이 치솟아 2030세대는 집을 구하기 어렵고, 교통난, 환경오염 심화에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 문제 등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방의 젊은이 90% 이상이 자기가 희망하는 첨단 일자리를 얻고자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아이를 둔 부모마저 어차피 서울의 대학으로 진학하게 될 자식을 위해 일찌감치 서울로 이사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수도권 유주택자 상당수는 문재인 정권이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올렸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은 집 사기가 어려워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그런데 공약에 나와있는 것처럼 GTX를 확장하면 교통환경이 좋아져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인구는 더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주택난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대기오염과 쓰레기 처리문제도 방치할 수 없어 지방에 투자해야 할 예산을 수도권으로 끌어들여 우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주력할 것이다. 반면 지방은 노인들만 남고, 등하교길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는 사라사라지게 될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어 점차로 폐허화 될 게 뻔하다. 윤 당선인 임기동안에야 당장 도시가 소멸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00년 뒤 학자들은 당시 정책을 결정했던 정치지도자들의 과오를 기록에 남겨둘 것이다.

하여 인수위원회는 수도권 시민들이 ‘돈’에만 눈이 먼 도시생활이 아니라 적절한 인구 규모와 쾌적한 환경에서 ‘선진국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삶의 질’ 향상에 정책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 수도권 분산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주택 정책도 2030세대들이 원활히 집을 얻는 것에 치중해야지 공급확대로 지방의 선량한 자금까지 수도권 투기에 뛰어들도록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에 4차산업-특목고-1가구 2주택 허용 방안을

셋째, 지방에 ‘자족형 권역’을 구축하는 설계를 완성하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 집중화를 분산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자족형 권역’이란 수도권과 경쟁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규모를 말한다. 현재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날로 심해지는 수도권 집중과 점차적인 소멸현상을 막기 위해 우선 물리적으로 부울경 메가시티, 대구·경북 통합, 광주·전남 통합 구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한꺼번에 추진하다간 재정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하여 경제력이 가장 취약한 특정지역 구상 하나를 예산 배정이 포함된 특별법을 제정해 우선 추진해보고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족형 권역’에는 4차산업을 지방에만 설립하는 정책도 포함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의 수도권 진출은 2차산업보다 더 장래성이 있는 4차산업에 취업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하여 기업이 4차산업을 지방에 설립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부지마련, 세금감면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지방대학에 관련학과를 신설하여 인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지방 이전에 난색을 표한 이유는 지방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핑게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초중고등학교 자녀 교육문제이다. 특목고나 자사고·외국어고 제도를 없애지 않는다면 ‘자족형 권역’에 설립을 허용, 지방에서 수도권 못지 않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여 서울로 이사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진행될 때 서울대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구조조정하고 지방의 국립대학교를 지역별로 특성화하여 전국에 서울대학교가 배치되는 효과를 내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에도 보완이 필요하다. 지방의 농어촌은 빈 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주요 도시의 조정지역이 아니라면 농어촌에 주택을 마련하더라도 1가구 2주택 중과세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 주택과 100평 이하 정도의 농경지만 허용한다면 투기를 막는 한편 은퇴 전후로 도농생활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수도권 도시인은 삶의 질을 높이고, 지방은 활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수도권 거주 중앙정부 관료들에게 설계하고 집행하도록 하는 것도 모순된 일이다. 지방의 관료들을 등용하여 기존의 수도권 중심 중앙정책을 수정하고 지방정책이 보다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올바른 일이다.

지방에서 국무회의 가져 ‘소통정치’ 실천을

넷째, 대통령의 보다 활발한 스킨십 정치를 기대한다. 대통령 후보자라면 누구나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전임 대통령도 청와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경호’라는 이유 때문에 다시 구중궁궐에 머무르고 말았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정부청사에 집무실을 두고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것은 ‘소통’에 대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왕 의지를 밝힌 거라면 지방에서 국무회의를 갖기를 제안해 본다. 코로나19로 국민은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TV대통령’만 보면서 지내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이렇게 나서면 지역민과 스킨십의 상징성이 되고, 중앙정부의 장관들도 책상머리에서 보고받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의 현실을 체감하게 된다. 이는 대통령이 ‘수도권공화국’ 대통령이 아니라 소멸되어가고 있는 지방에도 관심있는 대통령임을 보여주는 심리적인 효과도 클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해 볼 것을 부탁한다.

수도권에선 보이지 않아 무관심, 대통령만이라도 …

네가지의 제언을 실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체질화된 관료들의 사고(思考)를 바꿔야 하고, 또 한 편에서는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생길 수도 있어 쉽지 않다. 더구나 역대 대통령에게서 볼 수 있었듯이 집권 초기에 밀어붙이지 못하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수도권에 몰려있는 언론이나 정부 관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히 되어 왔다. 우선 언론에 보도된 수도권 불편사항 처리에만 급급했다. 윤 당선인이 사실상 서울 출신이기 때문에 더욱 걱정된다. 그러므로 대통령만이라도 항상 잊지 않고 이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관심이 적어 일어난 ‘출산율 정책 실패’ 같은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김성(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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