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빵이 아닌 추억을 사는 20·30세대

[기자수첩] 빵이 아닌 추억을 사는 20·30세대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2.03.10 16:29
  • 수정 2022.03.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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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30세대를 열광하게 하는 것을 하나 꼽자면, ‘포켓몬 빵’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8년 첫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06년 단종됐던 포켓몬 빵이 16년 만에 재등장했다. 포켓몬 빵은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주인공들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운 빵이다. 다른 브랜드와 특별히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유는 빵이 아닌, 함께 따라오는 부속물에 있었다. 이는 바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일명 ‘띠부띠부씰’이다. 

띠부띠부씰은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모델로 한 스티커다. 이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빵을 사는 사람들로 인해서 포켓몬 빵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포켓몬 빵은 출시 당시 모습 그대로지만 달라진 점도 있다. 과거 총 151개였던 띠부띠부씰이 159개로 늘었고, 제품 가격도 당시 500원에서 1500원으로 올랐다. 스티커를 모으기가 전보다 더 까다로워졌고 가격도 3배 올랐지만, 포켓몬 빵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포켓몬 빵 출시 이후 소비자들은 빵을 구매하고 싶어도 파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포켓몬 빵을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Open Run·매장 문을 열자마자 구매하는 것)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어렵사리 빵을 구한다 해도 소비자들은 새로 추가된 8종의 스티커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중복된 스티커를 뽑는다면 말짱 꽝이다. 때문에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띠부띠부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빵을 제외한 스티커 한 장을 최대 1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자신이 가진 띠부띠부씰을 다른 띠부띠부씰과 교환하겠다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워낙 빵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판매자 입장에서도 난감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CU(편의점) 점주는 “포켓몬 빵이 애초에 많이 들어오질 못하는데, 빵이 없으면 욕을 하고 가는 사람이 있다. 또 스티커를 확인하기 위해 빵을 만지작거린 후 구매하지 않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숨 쉬었다. 

우스갯소리로 “스티커를 샀는데 빵이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켓몬 빵은 일주일 사이 150만 개가 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이 포켓몬 빵의 소비자는 10대가 아닌 20대 후반이나 30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20·30세대는 띠부띠부씰에 열광하는 것일까. 

1998년 포켓몬 빵 최초 출시 당시 제품을 많이 소비했던 연령층이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가 되며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용돈을 털어 포켓몬 빵을 샀던 어린이가 월급으로 지를 수 있는 어른이 됐기 때문이다. 

또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요즘 빵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과거 즐겼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현생에 지친 현대인들이 뉴트로 아이템을 통해 과거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잊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등 위안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원하는 스티커를 얻기 위해 웃돈을 얹어가며 거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빵을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먹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켓몬 빵의 인기에는 ‘추억’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9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일본 불매 운동이 3년 만에 추억 팔이에 이용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당장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우리는 포켓몬 빵과 같은 작은 재미를 더 확실히 즐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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