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첫 대통령선거

선진국의 첫 대통령선거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3.02 17:12
  • 수정 2022.03.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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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되어 처음으로 치르는 대선이다. 

많은 나라들이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평가가 다르고 

나라의 진운에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먼저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선진국이 되었다. 2021년 7월 195개국이 가입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후진국→개발도상국→중진국→선진국의 대열에 이르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나라 140개 국가 중 유일한 케이스다. 
분단ㆍ동족상쟁의 전쟁ㆍ백색독재ㆍ군사독재ㆍ산업화ㆍ민주화의 힘겨운 도정을 거쳤다. 좀더 소급하면 긴 세월 국치의 식민지와 굴욕의 조공시대를 겪었다. 아직도 분단의 상태이고, 전시작전지휘권을 회수하지 못한 채이고,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후진국에서 선진국이 된 것은 민족사적으로 경하해 마지않는 쾌거이다. 
최근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가들의 행태를 보면 따라 배우기 쉽지않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문명사적으로 선진국은 나름의 격(格)을 갖추고 있다. 우리도 단순히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국제무대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K문화ㆍ방탄소년단(BTS), 기생충과 오징어게임 등 영화와 드라마, 각종 스포츠경기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면서 아직도 후진국의 관념과 망토를 벗지 못한 분야도 적지 않다. 정치권이다. 서양 속담에 정치인은 양의 털을 깎고 정상배는 양의 가죽을 벗긴다는 말이 있듯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선거양상을 보면 아직도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번 대선은 선진국이 되어 처음으로 치르는 대선이다. 많은 나라들이 선거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실제로 어느 후보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평가가 다르고 나라의 진운에도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경제력ㆍ군사력ㆍ수출산업ㆍ문화예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고, 향후 5년간 새로 선출될 선장의 역량ㆍ비전과 리더십에 따라서는 5대강국에 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추락이 그만큼 속도가 빨라진다. 
대한민국 오늘의 좌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합적이고 복잡하다. 국제적으로 미ㆍ중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갈수록 대립적이다. 미국은 혈맹관계를 내세워 반중진영에 앞세우려 들고, 중국은 경제협력 관계를 들어 친미반중 노선을 경계한다. 원활한 대미관계도 유지하고 우리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중국의 시장 역시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러시아ㆍ중국과 미국 중심 서방국가들의 신냉전체제가 형성되고 있어서 더욱 외교력이 중요하다. 
그런가 하면 일본은 사사건건 반한 정책이고 갈수록 심화될 조짐을 보인다. 그들은 한국이 지배적 위상에서 벗어나 자신들을 여러 분야에서 추월하자 자존심이 상하고 심통이 터져 매사에 엇박자를 놓는다. 향후 무슨 짓을 할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남북관계도 녹록치 않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고, 양측이 최신무기로 무장한 100만 군대가 대치하고 있다. 북핵은 소형화, 경량화ㆍ규격화ㆍ표준화에 이어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중이다. 문재인 정부가 애썼던 종전협정은 기약이 없고 세계 11위였던 국방비가 올해는 일본을 추월하여 5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열전과 냉전, 신냉전 그리고 탈냉전과 대화의 과정을 모두 겪은 유일한 지역 한반도는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느냐에 또 한 차례 요동칠 것이다. 다소 거칠게 분류하면 그동안 보수정권은 대결구도, 진보정권은 대화구도로 엮어져 왔다. 청와대 습격사건이나 천안함 침몰사건과 같은 위기국면이 있었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평화구조가 정착되는 듯하였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양쪽의 의지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국제성을 띄고 있기 때문에,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변화의 축이 달라진다. 
차기 집권자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무모한 강경론이나 선제타격 운운은 자칫 전면전의 큰 재앙으로 번지게 된다. 
양측의 군사력으로 보아 여차하면 공멸을 면키 어렵다. 6.25 전쟁의 화력이 석기시대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언어로 표현이 불가능한 가공할 수준이다. 승자가 따로 없는 전멸이고 공멸에 속한다.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하여 당장 코로나19를 해결하여 국민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동안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등이 재활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해야 한다. 청년실업, 지역 균형발전, 저출산 고령화문제 등 누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잘할 수 있는가를 국민의 엄격한 검증과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아울러 세계에서 가장 악화상태인 빈부 양극화를 해결하고 한순간도 멈출 수 없는 지구환경 문제를 국제수준에 따라 풀어갈 식견과 역량의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선거전이 막판에 이르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괴질이 나타났다. 해방 후 70여 년이 지나도록 한국정치는 3M으로 상징되는 세 가지의 망령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즉 마키아벨리즘의 망령과 마르크스의 망령, 그리고 매카시의 망령이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했다.
마키아벨리즘은 정치의 속성과 같은 측면이 있다고 치자. 또 우리만의 풍토병도 아니라고 치자, 그리고 마르크시즘은 현실 사회주의가 침몰하고 북한 정권 역시 인민의 굶주림조차 해결하지 못한 채 이미 경쟁력과 매력을 잃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마르크시즘이 매카시즘과 접목되어 여전히 선거전의 주무기가 되어 그 위력을 유지한다.
매카시즘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1957년 6월 17일 미국 최고재판소가 시민의 인권과 자유를 수호하는 반(反) 매카시적인 4가지의 중요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종말을 맞았다. 매카시 상원의원이 1950년 미 국무성안에 침투했다는 2백여 명의 공산주의자 추방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매카시 광기는 한때 국방성 관리, 상하의원, 육군고위 장교들까지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공포분위기로 바뀌었다. 매카시는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은 물론 진보적인 관리, 지식인, 군인들을 마구잡이로 공산주의자로 몰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 들었다. 일부 극우 언론이 부채질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 언론인의 집념에 의해 매카시의 허상은 여지없이 벗겨진다. C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진행자 머로우(Murrow)가 매카시와의 대담에서 그 실체를 철저하게 벗겨냈다. 결국 매카시는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언론의 무비판적이고 잘못된 즉흥보도 때문에 선풍을 일으켰다가 냉정한 언론인에 의해 마각이 드러나고, 국회에서 징계되어 쫓겨나고 말았다. 이로써 미국사회에서는 상대를 용공으로 모는 따위의 저열한 정치공작과 음해가 사라지고, 따라서 매카시즘도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도 선진국이 된 마당에 매카시즘의 망령을 벗어 던져야 한다.  
우리가 자생적 근대화에는 실패하여 식민지의 치욕을 겪었고 그 후유증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채이지만, 선진화에는 성공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제 국가나 국민이나 선진국의 국격에 맞는 모습을 보일 때이다. 사대종속주의와 소국근성을 버리고 당당한 국제사회의 주체로서 활동할 때이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그리고 국위의 상승곡선에서 다시금 ‘지도자의 조건’을 살펴본다. 소통ㆍ기회균등ㆍ효율성ㆍ신뢰ㆍ참여ㆍ공정ㆍ비전ㆍ문화ㆍ정의ㆍ법치ㆍ안전ㆍ인권ㆍ평화ㆍ미래ㆍ안보ㆍ국제화 등의 가치를 누가 더 잘 이행할 수 있는가를 살폈으면 한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벌 중의 하나는 자신보다 저급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는다.” - 플라톤
“모든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 토크빌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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