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남는 선학들의 한 마디

심장에 남는 선학들의 한 마디

  • 기자명 김삼웅 논설고문
  • 입력 2022.02.1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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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과 코로나 역병 악화, 이상기후까지 겹쳐 온통 세상이 어지럽다. 대선 후보들의 가벼운 언행은 여전하고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패 카르텔도 여전하다. 이런 때일수록 주권자인 국민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선택으로 ‘비 동시성의 동시성’을 극복해나갔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학들의 중천금(重千金) 같은 말과 글을 골라본다.

생각은 담백해야 하나니, 담백하지 않음이 있다면 얼른 생각을 맑게 할 일이다. 낯빛은 엄숙해야 하나니, 엄숙하지 않음이 있다면 얼른 낯빛을 단정히 할 일이다. 입은 과묵해야 하나니, 과묵하지 않음이 있다면 얼른 말을 그칠 일이다. 행실은 진중해야 하나니, 진중하지 않음이 있다면 얼른 행실을 의젓하게 할 일이다. - 다산 정약용 ‘여유당전서’

난(蘭)을 치는 것이 비록 9999분(分)까지 이르렀다 할지라도 그 나머지 1분이 가장 이루기 어렵다. 9999분은 거의 다 가능하겠지만, 마지막 1분은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사람의 힘 밖에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이치를 알지 못하고 모두 망령되어 난을 치고 있다. - 추사 김정희 ‘완당전집’ 

사람의 자질에는 밝음과 탁함과 어두움과 맑음이 있으며, 사람의 국량에는 큼과 작음과 얕음이 있다. 가르침이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이 자질과 국량에 따라 달라진 것이다.이처럼 자질을 타고 태어날 때부터 이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우열이 있으니 국량이 알맞으면 비록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고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리 부지런히 가르쳐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 혜강 최한기 ‘기학(氣學)’

반드시 인의(仁義)에 침잠하고 조용히 예법을 행하여, 천하의 부귀도 그의 뜻을 움직이지 못하고, 가난의 근심도 그 학문하는 즐거움을 그만두게 하지 못하며, 천자도 감히 신하로 삼지 못하고, 제후도 감히 그를 벗으로 삼지 못하며, 세상에 나아가 도를 행할 경우 그 혜택이 온 세상에 미치고, 세상에서 물러나 숨을 경우 그 도가 천년 동안 빛을 발하는 사람이라야 내가 말하는 선비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선비라고 말할 수 있다. - 담헌 홍대용 ‘담헌집’

이치를 깨달은 선비에게는 괴이하게 여겨지는게 없지만, 속인에게는 의심스러운 것이 많다. 이른바 “본 것이 적으면 괴이하게 여겨지는 것이 많다”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본 것이 적은 자는, 자기가 백로만 보았을 경우 자기가 처음 보는 까마귀를 비웃으며, 자기가 오리만 보았을 경우 자기가 처음 보는 학의 자태를 위태롭게 여긴다. 사물 스스로는 아무런 괴이함이 없건만 자기 혼자 화를 내며, 하나라도 자기가 본 것과 다른 사물이 있으면 만물을 다 부정한다. - 연암 박지원 ‘연암집’

학문하는 것은 거울을 닦는 데 비유할 수 있다. 거울은 본래 밝은 것이지만 먼지와 때가 겹겹이 끼니 약을 묻혀 갈고 닦아야 한다. 처음에는 아주 힘을 들여 긁어내고 닦아내야만 한 겹의 때를 겨우 벗겨내니 어찌 대단히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계속해서 두 번 닦고 세 번 닦는다면 힘이 점점 적게 들고, 거울이 밝음도 벗겨낸 때의 분량만큼 점점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지극히 어려운 관문을 지나 조금 쉬운 경지에 이르는 사람은 참으로 드물다. 단 혹 조금 쉬운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더욱 노력하여 밝음이 완전히 드러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하고 그만 공부를 중단하는 사람도 있으니 몹시 애석한 일이다. - 퇴계 이황 ‘퇴계전서’   

사람의 얼굴 모습은 추한 것을 곱게 고칠 수 없고, 완력은 약한 것을 강하게 할 수 없으며, 귀는 작은 것을 크게 고칠 수 없다. 이는 이미 정해진 분수가 있으므로 바꿀 수 없지만, 오직 마음만큼은 어리석은 것을 지혜롭게 만들고 어질지 못한 것을 어질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니, 이는 마음의 본성이 신령스러워서 타고난 기질에 구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혜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없고 어진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건만 어찌하여 굳이 어질고 지혜롭게 되려 하지 않고 하늘로부터 받은 착한 본성을 해치려고 하는가? 사람들이 이러한 뜻을 지켜 물러서지 말아야 도를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율곡 이이 ‘격몽요결’   

세상은 난잡하거나 간사하거나 꾸며대는 말에 젖어 있다. 때문에 타고난 자신이 십분 꿋꿋하고 방정하지 않으면 자신의 소신대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풀과 같이 지레 놀라게 된다. 모름지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굳게 지켜야만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 성호 이익 ‘성호전서’

언행(言行)은 심의 있게 하고 삼가/ 사악(邪惡)함 막고 정성보존 해야지/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게 해야/ 움 돋는 봄날처럼 빛나고 빛나리라. - 남명 조식 ‘좌우명’  

시론에 해박하다 하여 그의 시가 좋은 것이 아니다. 학력이 높다 해서 시 쓰는 능력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시에는 별도의 지취가 있고, 별도의 재주가 있다. 관건은 사물과 만나는 접점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 그 오묘한 떨림을 포착하는 정신의 투명함과 섬세함이 있을 뿐이다. 불경을 많이 공부했다 하여 저마다 고승대덕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닦아 수행하다보면 대각의 길에 이를 수도 있겠지만, 기왓장을 숫돌에 간다고 거울이 되는 법은 없지 않은가. 점수의 노력만으로는 마침내 돈오의 한 소식을 깨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시 세계이다.  - 교산 허균 ‘문설(文說)’                
아침 해 돋으려 하니 새벽빛이 갈라지고/ 숲 안개 걷힌 곳에 새는 때를 부르누나/ 먼 봉에 뜬 푸른 빛 창 열고 바라보며/ 이웃 절 종소리는 언덕 너머에서 듣는다/ 파랑새는 소식 전하며 약 손을 엿보고/ 벽도화 떨어져 이끼에 비추이네/ 아마도 신선은 조원각에 돌아가니/ 솥 아래 한가로이 소전문(小篆文)을 펴 보리. - 매월당 김시습 ‘매월당전’
 
지금 우리나라의 시문은 자기 말을 버려두고 다른 나라 말을 배워서 표현한 것이나 설사 십분 비슷하다 하더라도 이는 단지 앵무새가 사람의 흉내를 내는 데 지나지 않는다. 시골에서 나무하는 아이들이나 물 긷는 부녀자들이 서로 화답하여 부르는 노래가 상스럽다 하나, 만일 그 참과 거짓을 두고 말한다면 결코 학사 대부의 이른바 시부(詩賦)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서포 김만중 ‘서포만필’
김삼웅(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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