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단이 쏘아올린 ‘불화설’… 여자배구 흥행 빨간불

[기자수첩] 구단이 쏘아올린 ‘불화설’… 여자배구 흥행 빨간불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1.11.24 19:52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 배구계는 지난 시즌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이로 인해 여자배구의 인기가 식어버리는 듯했지만, 도쿄올림픽 대표팀이 4강 진출의 감동 스토리를 선사하며 다시 한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개막 후 한 달 남짓 지난 이 시점. 예상치 못한 악재 발생으로 여자배구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시즌 11승 19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이 ‘절대 1강’으로 거듭나며, 11연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승리하며 개막 10연승을 달렸다. 개막 10연승은 흥국생명이 갖고 있는 V-리그 여자부 개막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동시에 구단 역대 최다 타이 기록로 달성했다. 

지난 21일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의 대결에선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데뷔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얻어 코트에 데뷔한 이윤정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997년생인 이윤정은 수원전산여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에서 활약하다 지난 2021-2022 신인드래프틀 통해 프로에 입단했다.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백업 세터 보강을 고민하다 이윤정을 발견하고 영입을 결정했다. 이윤정은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성장했고, 이날 배구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이만큼 좋은 소식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현대건설의 10연승과 5년 만에 프로 데뷔하며 첫 수훈선수에 선정된 이윤정은 IBK기업은행의 ‘불화설’ 논란에 묻혔다. 

상황은 이랬다. 팀 주장이자 주전 세터인 조송화가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이후 무단 이탈을 감행했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조송화를 설득했고, 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다시 팀에서 이탈했다. 팀 분위기는 최악에 이르렀고, 결국 IBK기업은행은 21일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경질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의 징계 대신 감독을 먼저 쫓아낸 적반하장식의 대응에 배구 팬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치 못한 비판에 당황했던 걸까. IBK기업은행은 22일 저녁 주전 세터 조송화의 임의해지를 발표했다. IBK기업은행은 “팀을 무단이탈한 조송화에 관해 한국프로배구연맹(KOVO) 임의해지 규정에 따라 임의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또한 순서가 틀렸다. 구단은 일종의 징계성으로 조송화에 대한 임의해지를 조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임의해지는 올 6월부터 바뀐 문화체육관광부 규정에 따라 선수가 계약해지를 원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임의해지를 징계성 도구로 활용할 수 없도록 한 것.

이에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에게 서면 신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구두로 확인을 받았고 연맹에 통보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당장의 급한 불만 끄려고 한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련의 사태에 중국 상하이에서 새 시즌 개막을 준비 중인 ‘배구 여제’ 김연경도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김연경은 SNS를 통해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지만 결국 안은 썩었고 곪았다는걸. 그릇이 커지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데 우린 그 그릇을 꽉 채우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 변화가 두렵다고 느껴지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될 시기인 거 같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제7구단 페퍼저축은행 창단 등 다시 여자배구의 르네상스가 찾아오는가 싶었지만, 조송화의 이탈로 시작된 IBK기업은행 사태가 크게 확대되며 리그 전체가 크게 휘청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구단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IBK기업은행은 굴러들어온 복을 제 발로 걷어찼다.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