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떠난 사령탑, IBK기업은행 '불화설' 처음이 아니다?

쫓기듯 떠난 사령탑, IBK기업은행 '불화설' 처음이 아니다?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1.11.22 14:05
  • 수정 2021.1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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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서남원 감독이 지난 21일 경질됐다. (사진=KOVO)
IBK기업은행 서남원 감독이 지난 21일 경질됐다. (사진=KOVO)

[데일리스포츠한국 차혜미 기자] IBK기업은행의 서남원 감독이 경질됐다. 지난 4월 지휘봉을 잡은 지 7개월 만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이 진다. 하지만 이번 기업은행의 결정은 '꼬리 자르기'에 불과해 보인다.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1일 "팀 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시즌 3위를 기록하며 봄 배구에 진출했던 IBK기업은행은 지난 4월 서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또한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섰던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 등 국가대표 3인방의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혹독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딱 한 번의 승리를 거머쥐고는 7패를 당하며, 21일 기준 1승 8패(승점2)로 최하위인 7위에 머물러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선수단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심지어 팀 주장이자 주전 세터인 조송화가 무단 이탈을 감행하며 감독-선수 간 불화설에 휩싸였다.

지난 12일 IBK기업은행은 KGC인삼공사전 작전 타임 도중 세터 조송화에게 "웬만하면 (오버핸드로) 토스해. 왜 자꾸 언더(토스)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송화는 서남원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실수요"라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날 이후 조송화는 숙소에서 무단 이탈했고, 팀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구단의 설득으로 16일 페퍼저축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날 기업은행은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조송화는 또다시 한 차례 이탈했다.

조송화는 팀 연패로 인한 심리적 압박과 서남원 감독의 훈련 방식에 대한 불만을 품고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은 조송화 한 명이 아니었다. 김사니 코치도 구단에 사퇴의 뜻을 밝히며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했다.

이런 문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구단은 "조송화가 선수단에게 팀을 나간다고 이야기하고 나갔다. 무단 이탈이 아니다"라며 선수를 감쌌다. 조송화는 이후 은퇴를 고민한다며 구단과의 소통을 차단했다. 김사니 코치는 우여곡절 끝에 20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복귀했다.

오는 23일 흥국생명전부터 감독대행을 맡게된 IBK기업은행 김사니 코치(왼쪽)와 팀을 무단 이탈한 주장이자 주전 세터 조송화. (사진=KOVO)
오는 23일 흥국생명전부터 감독대행을 맡게된 IBK기업은행 김사니 코치(왼쪽)와 팀을 무단 이탈한 주장이자 주전 세터 조송화. (사진=KOVO)

서남원 감독은 20일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조송화와의 불화를 인정했다. 서 감독은 "조송화에게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한다. 대답하기 싫은 것 같다. 연패를 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은데, 그걸 푸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 인터뷰는 서남원 감독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이후 IBK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에게 칼을 빼 들었다. 서남원 감독은 10경기도 치르지 못한 채 쫓기듯 짐을 싸야했다.

IBK기업은행의 잡음은 처음이 아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3년 만에 팀을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이끈 김우재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하지 않았다. 김 전 감독과 선수단 내 불화설이 있었기 때문. 당시에도 구단은 감독을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1년도 안 돼 불화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배구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팀을 이탈한 조송화 선수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한 조취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고, 조송화와 함께 무단으로 이탈한 김사니 코치에 대해서는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선수와 함께 무단 이탈한 코치가 감독대행이 된 셈이다. 

IBK기업은행은 23일부터 김사니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다만, 김사니 코치가 감독대행이 되면서 조송화가 마음을 바꿔 팀으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올림픽 이후 다시 한 번 흥행몰이에 나선 여자배구. 개막한지 한 달 만에 기업은행이 찬물을 부어버렸다. 과연 기업은행의 선택이 옳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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