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야구 팬들의 간절한 소원

[창간특집] 야구 팬들의 간절한 소원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1.11.22 10:16
  • 수정 2021.11.2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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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날부터 경기장 내에서 취식이 허용돼 관중들이 치맥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날부터 경기장 내에서 취식이 허용돼 관중들이 치맥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스포츠한국 차혜미 기자] 오랜 침묵을 깨고 야구장도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1일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했다. 이에 KBO는 포스트시즌 전 경기의 모든 좌석을 ‘100%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구역’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백신 2차 접종 후 2주가 경과 한 자, 48시간 내 PCR 음성확인자, 만 18세 이하, 불가피한 사유의 접종 불가자(의사 소견서 필요)만 입장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만 2422명, 2일 2차전은 9425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잠실 라이벌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준플레이오프를 맞아 4일 1차전 1만 9846명에 이어 2차전이 열린 5일 마침내 2만 관중을 돌파(2만 1679명)했다. 그리고 7일, 5경기 만에 드디어 잠실구장의 2만 3800석이 모두 팔렸다. 잠실구장 좌석이 매진된 건 코로나19 시대 이전인 지난 2019년 10월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473일 만이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LG의 경기.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관중들이 줄서있다. (사진=차혜미 기자)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과 LG의 경기.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매표소 앞에 관중들이 줄서있다. (사진=차혜미 기자)

기자는 지난 5일과 7일 LG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진행되는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을 찾았다. 잠실구장이 위치한 종합운동장역부터 북새통이었다. 매표소는 티켓을 교환하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입장 줄 또한 길었다.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만큼 현장은 정신이 없었지만, 입장만큼은 결코 느슨하지 않았다. 각 입장 구역에 배치된 진행 요원들은 백신 2차 접종 확인-콜 체크인-티켓 확인 순으로 빠르게 관중들의 입장을 도왔다. 

티켓 확인이 끝난 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경기장 내부에 있는 가게는 음식을 사려는 사람들로 줄지어 서 있었다. 모처럼 활기를 띤 야구장 내의 식당 직원들은 주문이 계속 들어오는 와중에도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 씨는 “간만에 주문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관중 입장을 안 받았을 때는 아예 가게를 열지도 않아서 힘들었다. 오랜만에 손님들이 찾아오니까 너무 좋다”며 기쁜 목소리로 답했다.

야구팬들이 즐기는 가을 축제인 만큼 LG와 두산 팬 외에 다른 팀 팬들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NC다이노스 팬 안세연 씨는 “NC는 가을 야구를 못 가서 친구랑 구경 왔다. 코로나19 이후에 이렇게 많은 관중은 처음 본다.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고 야구 보기 딱 좋은 날씨다. 비록 NC는 7위에서 시즌을 마감했지만 잘 즐기다가 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산 팬 정하은 씨는 포스트 시즌이 되어서야 야구장 직관을 오게 됐다. 정 씨는 “정규 시즌 때는 일이 너무 바빠서 직관을 못 왔었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잠실로 왔다. 두산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LG 팬 이 모씨는 “한동안 수도권 팬들은 야구장 직관을 못 왔다. 잠실구장 직관을 못하니 LG 경기를 보러 광주, 대전 등을 갔었다. 지방 야구장은 관중 30% 허용이었지만 지금만큼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관중이 이렇게 많이 들어서는 걸 보니 이제야 좀 야구장 같다”며 만족했다. 

잠실구장 외부 가게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차혜미 기자)
잠실구장 외부 가게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차혜미 기자)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방역 완화 지침에 따르면 야구장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경기를 보며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는 것은 안 된다. 비말을 통한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1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는 뜨거운 열기를 대변하듯 관중들의 열띤 육성 응원전이 펼쳐졌다. 그러자 방역 당국은 이튿날 KBO에 육성 응원의 위험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고, KBO는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곧바로 경기 중 관중들의 육성 응원 금지 동참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KBO는 홈런 및 적시타 등이 나올 때 육성 응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해당 상황 시 응원가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의 이름을 외칠 때도 육성 응원이 자주 발생해 응원단이 해당 상황 때마다 육성 응원 금지를 안내하고 자제 유도하며 박수로 대체하기로 했다.

관중들에게 경기 전과 경기 중 지속해서 육성 응원의 자제를 요청하면서 육성 응원이 지속 시 경기가 중단될 수 있음을 수시로 장내 방송과 전광판을 통해 알렸다. 각 구단은 응원단은 육성 응원을 대체할 수 있는 클래퍼 등으로 응원을 유도했다. 

빽빽하게 앉아서 응원하는 팬들. (사진=차혜미 기자)
빽빽하게 앉아서 응원하는 팬들. (사진=차혜미 기자)

다만, 관중들은 육성 응원 금지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을 전했다. 관람석에서 만난 이동민, 윤수정 씨 부부. 이들 부부는 20년 동안 LG를 응원 중이다. 이 씨는 “치맥은 되는데 육성 응원이 금지된 것이 아쉽긴 하다. 경기를 관람하면 탄성과 함성은 자연스러운 거 아니냐. 이걸 막는다고 막아지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매 경기 출석하고 있다는 두산 팬 김 모씨 역시 “식당이나 술집 같이 실내 공간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로 떠든다. 자리에 앉아서 취식은 되는데 육성 응원은 금지라는 게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차라리 육성 응원을 허용하고 자리를 몇 칸씩 띄워서 앉는 게 나을 것 같다. 따닥따닥 붙어서 음식을 먹는 게 더 위험한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차라리 관중석서 취식을 금지하고 (마스크 쓰고) 육성 응원을 허용 하는게 어떨까”라고 소신 발언하기도 했다. 

관중들의 말처럼 적시타나 홈런의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육성 응원으로 인한 비말 전파에 대한 방역 당국의 우려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에서 육성 응원 허용은 분명히 필요하다. 일부 팬들은 육성 응원과 취식이 금지됐던 관중 10% 입장 때도 육성 응원에 대한 갈증을 호소했었다. 

잠실구장 매점 앞 취식테이블에 놓여있는 손소독제. (사진=차혜미 기자)
잠실구장 매점 앞 취식테이블에 놓여있는 손소독제. (사진=차혜미 기자)

방역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야구장 입장하기 전 2차 접종 완료 확인만 할 뿐 별도로 발열 체크를 하지 않았고, 일부 관중에게만 발열 스티커를 나눠줬다. 이제는 어느 장소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손 소독제 역시 매점 앞 취식 테이블에 하나씩 놓여만 있었다. 심지어 3층 관중 출입구에는 관리하는 진행 요원도 없어 마스크를 내리고 다니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한때 야구장은 세계 최대의 노래방이자, 경기 시작과 함께 스트레스도 풀리는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물론, KBO와 방역 당국, 그리고 경기를 주관하는 구단들은 혹시 모를 감염을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그럼에도 팬들은 여전히 ‘육성 응원 허용’을 소원하고 있다. 당장은 방역 관련 우려로 육성 응원이 금지됐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을 바탕 삼아 향후 단계적 일상회복 과정이 2단계, 3단계로 넘어갈 때 육성 응원 허용으로 변화하기 위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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