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하는 빅테크 기업들 택사스로 간 이유?

'이름값'하는 빅테크 기업들 택사스로 간 이유?

  • 기자명 김가영 통신원
  • 입력 2021.11.1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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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애플,삼성전자 등... 낮은 세율 저렴한 집값 등 이전 요인

[해외통신원 리포트=텍사스 김가영]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로 새 둥지를 틀거나 공장 이전을 하는 거대 IT 기업들이 많아져 미국 내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달 테슬라, 스페이스X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의 주도인 오스틴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이미 개인 소유의 자택과 그의 재단을 텍사스로 이주시킨 바 있다. 페이스북, 아마존은 이미 발 빠르게 텍사스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와 제품 시설을 확대했다. 애플은 내년을 목표로 텍사스 오스틴에 더욱 새롭고 큰 규모의 캠퍼스(오피스) 준공을 앞두고 있다.

오라클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겼으며, HPE 또한 캘리포니아 본사를 휴스턴으로 이주시켰다. 한국 삼성전자 역시 오스틴에 반도체 생산법인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IBM, 델, 페이팔 및 AMD까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대 기업들이 대규모로 사업장을 운영 중이다.

빅 테크만 이러한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이주한 크고 작은 IT 기업들과 리모트로 일하는 개발자들, 스타트업들이 텍사스로 향하고 있다. 현재 5000여 개가 넘는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오스틴과 텍사스 전역에 밀집해있다.

이렇듯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과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로 향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빅테크 관련기사 지면(데일리스포츠한국 2021년 11월 19일자)
빅테크 관련기사 지면(데일리스포츠한국 2021년 11월 19일자)

첫째는 낮은 세율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마다 시스템도, 문화도, 형법과 세법도 모두 다르다. 특히 주에 따라서 소득세율이 다른데,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가 13.3%로 50개 주 중 가장 높은 소득세율을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캘리포니아는 최고세율을 16.8%로 높이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텍사스 주는 여전히 주 단위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법인세도 따로 없다. 최고 1%의 영업세만 존재할 뿐이다. 인당 세금 부담이 미국 평균 5392달러인데 반해, 텍사스는 4481달러로 전체 평균에 비해 약 17% 가량 낮으며, 이는 세금 부담이 가장 높은 주인 뉴욕에 비해서 55% 낮은 수준이다.

둘째는 저렴한 집값이다. 실리콘밸리의 살인적인 집값과 물가에 비하면 텍사스는 절반도 되지 않는 집값을 자랑한다. 일례로 샌프란시스코 원 베드룸의 월세 평균은 3300달러이며 투 베드룸일 경우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2인 가구라면 몰라도 부양가족이 많을 경우는 월세의 압박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른 셈이다.

실제로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치솟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텍사스는 급격히 오르는 임대료와 수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원베드룸의 경우 약 $2000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거주 만족도 및 통근 시간과 직결되기 마련이다.

셋째는 합리적인 생활비이다. 오스틴의 평균 생활비는 미국 전체의 평균을 100으로 두고 봤을 때 이보다 낮은 99.3이다. 뉴욕은 237.4, 샌프란시스코는 196.6, 보스턴은 150.1을 기록했다. 텍사스의 원유, 넓고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식비가 우선적으로 저렴한 것이 한몫을 차지한다. 또한 유틸리티, 교통비도 미국 전체 평균을 밑돈다. 최저 임금도 비교적 낮은 주에 속하기 때문에 직원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도 손해를 볼 수 없는 장사다.

마지막으로 양질의 인적자원을 꼽을 수 있다.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략 8년간 집계된 연방 센서스국의 조사에 따르면 텍사스에는 총 350만 명이 넘는 새로운 이주민들이 유입됐다. 이 중 100만 명은 미국의 타 주에서 이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2018년 댈러스-포트워스 권역은 이미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최대의 인구 증가율을 보이며 경제적 기회와 새로운 일자리들을 창출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텍사스의 인구 증가 추세는 계속돼 오스틴의 인구는 2020년부터 2050년까지 2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게다가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타 주에서 이주해오는 젊은 노동력이 많아 오스틴은 도시 내 젊은 인구가 43%를 차지할 정도다. 여기에 학사 학위 이상을 지닌 25세 이상의 인구는 미국 평균 33.1%인데 반해, 오스틴은 46.2%로 미국 50개 도시들 중 6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텍사스 전역, 특히 오스틴의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상태로 이는 양질의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노동인구의 유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120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돼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한 유연 근무 및 재택 근무 활성화, 장벽에 가로막힌 이민자들, 높은 세율, 잦은 산불로 인한 공기 질 저하 등이 이유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대부분 텍사스로 향했는데, 이 수치가 4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척박하고 황량한 이미지인 텍사스가 낮은 세율, 365일 따스한 날씨, 저렴한 생활 물가와 집세, 최소한의 규제를 당근으로 삼아 최고의 빅테크 공룡들과 스타트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또한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며 “텍사스는 기업, 일자리 그리고 기회의 땅”이라고 트위터에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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