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록의 스포츠' 야구, 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

[기자수첩] '기록의 스포츠' 야구, 기록보다 '팀 승리'가 우선

  • 기자명 박민석 기자
  • 입력 2021.08.26 18:31
  • 수정 2021.08.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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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흔히들 ‘기록의 스포츠’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다.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는 야구는 수많은 기록들이 축적된다.

올해도 다양한 기록들이 나왔다. 삼성 ‘돌부처’ 오승환은 KBO리그 최초 3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다. 손아섭은 최연소·최소경기 2000안타를 달성했고, SSG 최정은 이승엽에 이어 역대 2번째 400홈런에 도전하고 있다. 강백호는 4할 타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러한 기록들을 지켜보는 것도 야구의 흥미요소 중 하나다. 선수들은 개인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시즌에 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록들에 집착해 때로는 경기를 그르치기도 한다. 올 시즌에도 이러한 상황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5월 1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맞대결. KIA가 상대 선발 켈리 공략에 성공하면서 5-0으로 앞서나갔다.

KIA 선발 멩덴은 경기 초반 LG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에 고전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투구 수는 90개에 이르렀다. 멩덴은 5-0으로 앞선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멩덴은 선두 타자 정주현에게 7구를 던져 내야 땅볼로 잡아낸 뒤 홍창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 당시 투구 수는 103개. 교체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윌리엄스 감독은 교체하지 않았다. 멩덴이 5회만 마친다면 승리투수 요건을 달성할 수 있었기 때문. 점수 차도 5점이었기에, 다소 여유가 있었다.

결국 멩덴은 115구를 뿌린 뒤에야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이날 투구 여파는 시즌에서도 이어졌다. 다음 등판이었던 5월 18일 SSG전 5이닝 5실점 이후 오른팔 굴곡근 부상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멩덴은 4일턴(4일 휴식 후 등판) 이었기 때문에, 특히 투구 수 관리가 더욱 중요했으나, ‘승리’라는 기록 하나 때문에 시즌을 망친 셈이 됐다.

선발 투수뿐 아니라, 마무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맞대결. 한화가 5-2로 리드를 잡은 채 경기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8회말 LG 공격,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벤치에서 투수 교체를 단행한다. 1⅔이닝 퍼펙트로 잘 던지고 있는 강재민을 내리고 마무리 정우람을 조기 투입한다. 의아한 선택이다. 강재민을 내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1가지 의심을 해본다면, 정우람의 세이브다. 3점을 앞서고 있었던 한화였기에, 9회초 공격에서 점수를 낸다면 정우람의 세이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우람을 한 타이밍 빠르게 투입한 것.

그러나, 정우람은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8회에만 무려 21구를 뿌렸다. ‘마무리’ 정우람의 투구는 9회에도 이어졌다. 구위가 떨어진 정우람은 안타와 수비 실책이 겹치면서 2실점했다. 이날 무려 45개의 공을 뿌렸다.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내며 세이브를 올렸으나, 과정은 확실히 잘못됐다.

기록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팀의 승리를 향해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이다.

롯데자이언츠 투수 박세웅은 지난 13일 LG 트윈스와의 맞대결서 선발 등판해 8회까지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가 88개로 여유가 있었고, 완봉 기회였기 때문에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박세웅은 선두 타자 홍창기를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곧바로 김원중과 교체됐다. 완봉 기회는 무산됐다.

그러나, 이어 등판한 김원중이 후속 타자들을 깔끔히 처리하면서 롯데는 2-0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박세웅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9회에 올라갈 때 주자가 나가면 바뀌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며 “제 의견을 들어주셨고 감독님께서도 받아 주셨다. 내가 9회까지 다 던지는 것보다 팀이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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