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포츠연봉 ‘여자라서’ 다르다?

[기자수첩] 스포츠연봉 ‘여자라서’ 다르다?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8.19 09:01
  • 수정 2021.08.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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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방송에서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남녀 선수 연봉과 대회 상금 차이. 이는 사회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동일 노동·동일 임금’의 연장선이다. 남자와 똑같이 경기하는 데 ‘여자’라는 이유로 더 적은 연봉을 수령하고, 더 적은 상금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한국 골프 전설로 불리는 박세리. 그녀는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간 상금 차이를 언급했다. “똑같이 4라운드 경기하는데 왜 상금 차이가 나는 걸까?” 그녀가 던진 질문이다. 똑같이 경기하면 상금 규모도 같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다.

2019년 기준 PGA 투어 총상금은 4억 1400만 달러(한화 약 4839억원), LPGA 투어 총상금은 7130만 달러(약 833억원)다. 약 6배 차이 규모다. 박세리의 궁금증이 생긴 이유다. 그렇다면 PGA와 LPGA 총상금은 왜 6배나 차이가 날까. 정말 여자 선수들이라 돈을 덜 받는 걸까.

이는 스포츠 시장 원리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종목 불문 어느 대회이던 실력 있는 선수가 많이 모일수록 인기도 상승한다. 스포츠팬들은 실력 있는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보길 원한다. 그 실력이 바탕이 된 스타성 역시 대회 인기를 좌우한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관심이 커지면, 자연스레 투자 금액도 늘어난다. 즉, 연봉과 상금의 차이는 성별의 문제가 아닌 시장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실력과 선수 개인이 지닌 스타성에 따라 같은 종목이라도, 연봉과 상금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리오넬 메시는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고 주급 15억원을 받는다. 같은 축구 선수인 손흥민 역시 90분 동안 경기를 뛴다. 그런데 손흥민의 주급은 메시의 1/5 수준인 3억원이다. 이를 두고 ‘아시아인’이기에 차별받는 것이라 말하는 이들을 본 적 있는가? 똑같은 축구 선수지만, 메시는 세계 최고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최다 수상자다. 하루에 유니폼 83만장을 판매하는 스타성까지 갖췄다. 자신이 일주일에 15억원을 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메시와 손흥민의 주급 차이는 이 스타성이 바탕이 된다.

박세리는 미국을 예시로 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골프 투어는 어떨까. 우리나라 골프 투어는 여자 대회의 상금 규모가 더 크다. 위에서 언급한 PGA와 LGPA 간 총상금 규모가 6배 벌어진 시기,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는 정반대였다. KPGA는 15개 대회 138억원, KLPGA는 30개 대회 253억원 규모였다. 한눈에 봐도 여자 선수들이 더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상금을 가져갈 수 있었다. 여자 투어와 상금 100억원 이상 차이 나는 건 골프 투어를 진행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한 해답 역시 똑같다. KLPGA가 KPGA보다 인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자 선수들이 더 많은 대회를 뛰고 싶고, 더 많은 상금을 원한다면 KLPGA 인기만큼 KPGA를 성장시키면 된다. 이들이 ‘남자’라는 이유로 KLPGA 선수들보다 더 적은 기회를 얻고, 더 적은 상금을 받는 게 아니다. 스포츠 시장에서 KLPGA에 비해 인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한다고 해서, 똑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우리 사회는 각자 개인이 지닌 가치에 따라 생산과 소비가 결정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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