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림픽을 대하는 MZ세대의 자세

[기자수첩] 올림픽을 대하는 MZ세대의 자세

  • 기자명 차혜미 기자
  • 입력 2021.08.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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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색깔은 상관없다. 땀 흘린 결과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17일간의 치열했던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수확하며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메달 합계 숫자는 20개로 뉴질랜드, 헝가리와 함께 공동 13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 경쟁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열정으로 뭉쳐 코로나19로 아픔을 겪는 국민들을 위로했다.

지금까지 올림픽의 주인공은 메달을 딴 선수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관심이 집중돼 왔다. 결승에서 은메달에 그치면 잘했다는 칭찬보다 비난받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달랐다. TV를 통해 지켜보는 팬들은 선수들이 열심히 땀 흘린 과정을 존중했다. 메달을 못 따도 격려가 이어졌다. 반드시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었고, 선수들의 감동적인 스토리에 즐거워했다. 올림픽을 대하는 인식 변화의 중심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태극 전사들 대부분도 2030, 즉 MZ세대다.

이들의 표정은 비장하고 진지했지만 경기를 진정으로 즐겼다. 예전처럼 금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은메달을 따고도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었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올림픽 스타는 양궁의 안산.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 3관왕에 오른 안산은 경기 내내 심박수 80~110bpm을 유지하는 침착함을 보였고, 결승전 마지막 슛오프에서도 심박수 120bpm이 넘지 않아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태권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다빈은 눈앞에 들어온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 속에서도 자신을 이긴 상대에게 먼저 엄지를 들어 보이며 축하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대훈 역시 남자 태권도 68㎏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후 상대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격 25m 권총에서 깜짝 은메달의 김민정은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울 법 했지만 “저는 아직 어리니까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쿨한 모습을 보였다. 탁구 신동 신유빈은 단식 32강 탈락 후 “좋은 경험했다”며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혜성처럼 등장한 수영 천재 황선우도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선두를 유지하다 마지막 50m를 남겨두고 메달 권에 들지 못하자 국민들은 안타까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아쉽지만 괜찮다. 초반 100m을 49초에 턴한 걸로 만족하겠다. 오버페이스였다”고 말했다.

높이뛰기 종목에서 2m35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며 4위에 머무른 우상혁은 “레츠 고”라는 주문을 외우고, 도약 전 밝은 미소와 함께 두 팔로 관중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메달이 걸린 2m39에 실패하고도 벌떡 일어나 “괜찮아”라고 크게 외친 뒤 본인을 응원해준 국내 팬들에게 거수경례를 해 감동을 줬다.

이렇듯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MZ세대들이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뛰게 될 ‘2024 파리올림픽’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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