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베테랑과 새내기의 연대, 진정한 스포츠정신

[기자수첩] 베테랑과 새내기의 연대, 진정한 스포츠정신

  • 기자명 최정서 기자
  • 입력 2021.08.0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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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올림픽에는 유난히 마지막을 앞둔 베테랑 선수와 꿈의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선수들이 한 팀으로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우가 눈길을 끌었다. 베테랑은 책임감과 배려로 팀을 이끌고 새내기는 패기와 열정으로 새 에너지원이 됐다.

이런 첫 사례는 화제의 양궁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 양궁대표팀은 23살 나이차를 이겨내고 영광의 순간을 연출했다. 오진혁(40)은 고질적 어깨 부상을 딛고 마지막 올림픽에 나섰고, 김제덕(17)은 양궁천재로 불리며 이번 대회 핫 스타였다.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가 특징인 양궁경기장에서 김제덕은 매 경기, 매 세트마다 ‘파이팅’을 크게 외쳤다. 그는 남자 단체전 4강전 일본과 슛오프에서 2.4cm 차이로 정중앙 과녁에 가까운 화살을 쏴 극적인 결승행 해결사 역할을 했다.

오진혁은 단체전 금메달을 확정지은 마지막 화살을 쏘자마자 ‘끝’이라고 외쳤다. 베테랑만의 자신감이었다. 그는 “김제덕은 영웅”이라면서 “힘든 상황마다 10점을 쏘면서 분위기 끌고 가서 좋은 결과가 있었고 너무 잘했고, 너무 고마운 동생”이라고 치켜세웠다. 김제덕은 “형들이 ‘하루만 더 미치자’고 계속 말해줬고 형들과 대화하면서 파이팅하며 즐겼다”라며 형들에게 신뢰감을 보였다.

22살 나이차의 사격황제 진종오(42)와 추가은(20)도 10m 공기권총 혼성 단체전서 서로 호흡을 맞췄다. 진종오는 이미 탈락했지만 첫 올림픽의 추가은을 챙겼다. 서로의 등번호판에 사인과 메시지를 교환했다. 경기 후 진종오는 “저는 욕먹어도 되는데 (추)가은이는 욕 안 먹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은이는 앞으로 이길 날만 남았다”며 신뢰감을 보였다.

여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세계랭킹 2위 최인정(31)을 비롯해 출산 계획까지 미루며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했던 강영미(36)이 32강전 탈락으로 충격에 빠졌다. 첫 올림픽 출전의 송세라(28)가 16강에 올라 단체전 준준결승에서 숙적 중국을 압도하며 점수 차를 벌렸고, 준결승에서는 무실점 4득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승에서 교체 투입된 이혜인(26)도 첫 올림픽 무대서 에스토니아 베테랑과 정면으로 맞섰다. 9년 만에 결승전에 오른 여자 에페는 은메달의 성과를 거두며 새내기 패기로 베테랑의 자존감을 살렸다.

남자 펜싱 사브르에선 ‘베테랑’ 김정환(38)이 막내 에이스 오상욱(25)을 챙겼다. 오상욱은 첫 출전이지만 개인랭킹 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첫 2관왕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맏형 김정환은 개인전 탈락 후 단체전의 오상욱에게 응원의 목청을 높였다. 그는 경기 도중 오상욱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어주는데 주력했다. 결국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오상욱은 김정환을 멘토로 꼽으며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금메달의 환희와 탈락의 순간이 교차한 올림픽 현장. 선수들은 5년이라는 긴 시간 수없이 땀방울을 흘리며 한 순간을 위해 달려왔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순간이고, 누군가에는 새로운 시작이 될 올림픽. 요즈음 세대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올림픽 현장의 베테랑과 새내기의 끈끈한 연대와 공동체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정신의 실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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