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젊은 정치’는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

<김성의 관풍(觀風)> ‘젊은 정치’는 국민이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6.24 09:39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현상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젊은 세대는 항상 정치 변혁의 주역이었다. 1919년 3·1만세운동은 기성세대가 독립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학생 등 젊은 세대가 행동의 주역이었다. 1929년 학생독립운동도 우리 역사이래 처음으로 학생들이 주도한 전국적 독립운동이었다. 1960년에는 4·19 학생운동으로 정권이 바뀌었고, 젊은 세대가 5·18민중항쟁(1980년)에서부터 6·10항쟁(1987년)까지 기나긴 투쟁 덕분에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정치에 참여하기까지엔 갖은 탄압과 진입 배제라는 고난도 겪어야 했다. 
그러한 역사에 비추어볼 때 36세의 이준석이 제1야당 대표로 정치 주역이 된 것은 1987년 6·10항쟁으로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 이후 34년만이자, 1971년 ‘40대 기수론’ 이후 50년만에 일어난 극적인 변화이다.  
1970년 9월 야당인 신민당의 김영삼(44세)·김대중(47세)·이철승(48세) 등 세 명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워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60대의 유진산 당수는 세 명을 가리켜 “정치적 미성년”“구상유취”(口尙乳臭,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고 했다. 그러나 40대 기수론을 맨 먼저 주장했던 김영삼은 “1961년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박정희 소장이 45세, 실세였던 김종필이 36세였다. 신익희·조병옥 대통령 후보의 급서(急逝)로 정권교체가 좌절되었으므로 이제는 젊은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신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김대중은 1971년 대선에서 박정희에게 지긴 했으나 김영삼과 함께 민주화 투쟁의 리더가 됐다. 두 사람과 김종필은 이후 ‘3김시대’라는 이름으로 30여년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1990년대에 김영삼과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해 왔던 청년들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영입되었다. 이들은 이념적 영역이 넓었고, 감옥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던 행동하는 세대였다. 2000년대 노무현·이명박 정권때는 정치·경제는 물론 학계·시민단체의 젊은 활동가로서 그들이 꿈꾸어왔던 변혁을 시도했다. 그리고 박근혜·문재인 시대에 이르러서는 명실상부하게 국가를 이끄는 주역이 됐다. 
그러나 어느덧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혈기왕성했던 ‘민주화운동의 기수’이자 ‘진보’의 상징이었던 그들은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에서 586세대(또는 86세대)로 바뀌면서 어느새 ‘꼰대’‘기득권 세력’이 되었고, 2002년 월드컵과 노무현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한 2030세대로부터 ‘밀어내기’ 압력을 받게 되었다. 2017년에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586세대가 개혁을 주도해 왔으나 조국을 비롯한 강남좌파의 일탈된 행동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잇따른 성추행사건,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처절하게 패배했다.  
반면 박근혜의 탄핵과 4차례에 걸친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던 제 1야당인 국민의힘은 4·7재보궐선거에서 뜻밖에 2030세대로부터 50%가 넘는 지지를 얻어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진행된 제1야당의 대표선거에서도 2030세대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은 이준석 후보가 내로라하는 기성정치인들을 제치고 당선되었다. 물론 이는 영남권 보수당원·유권자들이 수구 꼴통 보수정당으로는 정권을 빼앗아 올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전략적 선택’을 한 데다, 민주당 정권의 실정(失政)이 겹쳐 2030세대가 등을 돌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긴 했다. 이로 인해 민주세력의 고유명사나 다름없었던 ‘개혁’과 ‘진보’는 보수정당의 혁신적 변화로 고정관념이 흔들리게 되었다. ‘이준석 효과’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혁명적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정치는 어떻게 바꿔질 것인가. 
첫째,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역정치와 ‘계파정치’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영남 대 호남의 대결이었던 과거 정치는 이제 수도권 대 비수도권 대결로, 보편복지 지향으로  이미 변하고 있다. 결코 바꿔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국민의힘 정체성이 ‘정권탈환’이라는 목표 하나 때문에 180도 뒤바뀐 것이나, 집권당 초선 국회의원들이 “장관 2명은 낙마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것도 과거에 찾아볼 수 없었던 변화이다. 대구가 “박근혜의 탄핵은 불가피했다”는 이준석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광주에서는 “앞으로 5·18을 가지고 광주시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들은 2030세대의 사고(思考)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미래를 대비한 헌법개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디지털 정치가 보편화 될 것이다. 이준석은 이번 국민의힘 대표선거에서 1억50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2000만원만 사용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당에 내놓겠다고 했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다른 후보들이 SNS를 문자폭탄을 퍼붓거나 댓글 정도를 다는 일방적 공급 위주로 활용한 반면 이준석은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해 글·사진·동영상을 직접 작성해서 올렸다. 돈쓰는 선거보다 디지털 소통을 통한 저비용 선거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주었다. 
셋째, 이념대결이 끝나고 ‘소통’과 ‘공정’이 화두로 등장할 것이다. 2030세대가 조국사태나 LH사태에 분노한 것은 공정하지 못한 사회현상 때문이었다.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비민주를 가지고 대결하는 시대는 끝났다.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지도자도 더이상 없다. 이젠 유권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정을 정책 기준으로 삼는 정치인만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준석은 보수 야당을 이끌면서 크고 작은 실수도 저지를 것이다. 당장 5·18을 비난했던 국회의원을 당의 요직에 앉히는 우(愚)를 범하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잘못을 솔직히 반성하고 변혁을 밀어붙이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번 기회에 여야의 젊은 정치인들이 고인물 같은 우리 정치환경을 뒤엎는 시대적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해 본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