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부터 '워크오버'까지…경마가 남긴 흔적들

'더비'부터 '워크오버'까지…경마가 남긴 흔적들

  • 기자명 우봉철 기자
  • 입력 2021.05.0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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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관마 캘리포니아 크롬의 골인장면 / 한국마사회)
(사진=삼관마 캘리포니아 크롬의 골인장면 / 한국마사회)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기자] 오늘날 진행되는 스포츠에는 경마와 관련된 많은 흔적들이 있다. 특히, 경마에서 비롯된 스포츠 용어가 많다.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과 수원 삼성 간 '슈퍼매치'부터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간 '잠실 더비'까지. 각 종목마다 치열한 '더비' 경기가 존재한다. 가까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일컫는 더비 매치. 이 더비는 경마에서 시작된 단어다.

경마의 더비는 1789년 영국 더비 백작이 3세마들을 모아 대결시키는 경주를 기획한 데서 시작됐다. 앱섬다운스 경마장에서 시작된 첫 더비 경주는 오늘날까지 '앱섬더비'로 이어져오고 있다.

실제 영국 앱섬더비는 1·2차 세계대전 중에도 멈추지 않았을 만큼 영국인의 자부심이 담긴 대회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 역시 "영국 수상보다는 앱섬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으니, 그 인기는 가늠할 수 있겠다. 이에 앱섬더비를 본뜬 미국 '켄터키 더비', 일본 '재팬 더비' 등 100여개 국에서 자체 더비 대회가 생겨났다.

(사진=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1821년 작 '앱솜더비' / 한국마사회)
(사진=화가 테오도르 제리코의 1821년 작 '앱솜더비' / 한국마사회)

특히 경마를 스포츠 상품으로 발전시킨 미국은 '트리플크라운'이라는 단어의 근원지다. 1930년 미국 경주마인 갤런트 폭스가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벨몬트 스테이크스 등 세 경주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고, 그의 자마 오마하가 1935년 앞서 언급한 세 경주를 또다시 싹쓸이하자 한 스포츠기자가 붙인 말이다.

경마를 비롯한 스포츠뿐 아니라 연예계, 각 기업들 사이에서도 사용되는 트리플크라운. 오늘날 경마에서는 우수한 경주마를 선발, 씨수말로 환류하는 것에 방점이 있다. 한국마사회의 경우 우수 국산마의 선발과 환류를 위해 '코리안 더비'를 비롯한 트리플크라운 시리즈 경주를 시행한다.

경기 또는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며 우승을 차지했을 때 사용하는 말로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것이 있다. 요즘에는 골프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이 역시 경마에서 유래했다.

1700년대 영국에서 열린 경마 경기에서는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출발선과 결승선에 철사를 설치했다고 한다. 1등으로 달린 말이 가장 먼저 철사를 끊게 되기에 '출발선 철사부터 결승선 철사까지' 즉, '와이어 투 와이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올해 1월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는 전세계 내로라하는 경주마들이 모인 미국 '페가수스 월드컵'에서 압도적 경기력으로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기권승을 뜻하는 '워크오버(W/O)'도 경마에서 유래됐다. 경마에서는 경주에서 단 한 마리 말이 남더라도, 경주 코스를 완주해야 한다. 끝까지 경주로를 걸어야 하기에 이 규정을 워크오버라고 부른다. 18세기 전설적 경주마 '이클립스'는 압도적 실력으로 무려 8차례나 워크오버를 기록했다. 상대 경주마들이 패배를 직감하고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 그 외 미국 경마에서는 35번의 워크오버가 있었다.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의 경마. 경주마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그 역사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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