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오세훈시장은 김어준을 퇴출시킬 수 있을까?

<김주언 칼럼> 오세훈시장은 김어준을 퇴출시킬 수 있을까?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1.04.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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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시장과 김어준씨의 불편한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오시장이 10년만에 서울시로 돌아오면서 t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을 모은다. 오시장이 후보시절 보선기간 내내 재정축소나 프로그램 폐지 등으로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뉴스공장도 막판까지 생태탕 식당주인 인터뷰 등 오후보의 핵심의혹 검증에 앞장섰다. 과연 오시장이 김어준씨의 퇴출과 예산지원 중단을 강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다. 오시장의 언론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시장과 국민의힘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편향성을 바로잡겠다’고 별러왔다. 후보시절 김어준 진행자와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오후보는 당선되면 tbs 예산지원 중단과 교통정보 방송만 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뉴스공장은 막판까지 오후보의 핵심의혹 검증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에 오후보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관련 의혹제기자 5명을 출연시켜 90분간 일방적으로 방송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뉴스공장을 ‘뉴스공작’으로 규정하고 선거이후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tbs는 명칭만 교통방송일 뿐 출범이후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과 정치논평을 해왔다.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도 두고 있다. 설립목적인 교통 및 생활 정보 제공에 뉴스 및 시사도 포함됐다. 오시장이 자신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는 “뉴스공장 같은 시사프로그램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당시 이명박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3년여동안 일방적으로 방송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원도 오시장 시절 시사프로그램 방송을 해왔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오시장 때는 tbs가 KBS1라디오만 방송하던 이명박대통령의 주례연설을 내보냈다. KBS는 교섭단체 대표 반론을 조건으로 했지만, tbs는 이마저 없었다. 라디오뿐 아니라 TV도 동시에 방송했다. 2011년 박원순시장이 들어선 이후 폐지할 때까지 3년여동안 계속됐다. 성경환 본부장은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시사프로그램인 데다 방송법위반 소지도 있어 폐지했다”고 밝혔다. tbs는 2000년대 들어서도 ‘굿모닝 서울’ ‘모닝 매거진’ ‘서울전망대’ ‘서울광장’ ‘서울 속으로’ 등 이름이 바뀌었지만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계속 방송해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tbs가 ‘정치방송을 해선 안된다’고 쓴 이준호 전 tbs본부장의 조선일보 기고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tbs의 정치 관련보도는 이미 허가받은 사항으로 보아야 하므로 ‘중앙정치논평 기능을 허가받지 않았다’는 피고(조선일보)의 주장은 허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지상파방송 허가증에 교통기상 방송을 중심으로 방송사항 전반을 허가받은 만큼 종합편성 방송사업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tbs가 전문편성사업자로 보도편성이 불법이라고 주장한 것과도 배치된다.
오시장은 tbs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방송운영에 개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인사권 행사나 예산지원 중단, 시사프로그램 폐지 및 진행자 교체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오시장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tbs가 지난해 2월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데다 서울시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tbs사장 임면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시장이 인사권을 직접 행사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서울시 미디어재단tbs 정관은 임원추천위에서 추천된 사람을 시장이 임명하며, 임원의 해임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시장이 해임할 수 있다. 임원추천위는 시장이 2명, 서울시의회가 3명, 재단이사회가 2명을 각각 추천한다. 시장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임원을 해임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현재 임원들을 바꾸기도 어렵다. 오시장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임기동안 tbs인사에 무리하게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bs의 재정은 연간 500억원규모로 이중 서울시가 300억~400억원을 출연금 형태로 지원한다.  올해는 375억원이다. 재정 독립을 위해 상업광고 비중을 늘리려 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공성이 저해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서울시 지원에 의존하는 재원구조로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다. 예산 편성권을 서울시장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무기로 tbs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안 심의의결 권한이 시의회에 있기 때문에 이마저 쉽지 않다. 현재 서울시 의원의 93%가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시작한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해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출범때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생태탕 논란’ 보도로 편향성 논란이 거셌다. 오시장과 국민의힘은 이 프로그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오시장은 “김어준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정보를 제공하시라”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뉴스공장이 시사프로그램을 중단할 여지는 거의 없다. 따라서 오시장의 프로그램 개입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오시장이 뉴스공장을 폐지하고 김어준씨를 당장 하차시키기는 어렵다. 방송법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4조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오시장이 주장하는 시사프로그램 폐지도 무리가 있다. tbs정관은 ‘미디어를 통한 시민의 동등한 정보접근의 보장, 시민의 시정참여 확대, 문화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선거이전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서울시민 커뮤니케이션권리 강화를 위한 정책협약을 제안했다. tbs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협약이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재단tbs 이사구성에 시민추천이사 포함, 미디어재단tbs의 제작과 편성의 독립보장, 미디어재단tbs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후 직급 직위 급여 차별 점검 및 해소 노력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 박영선후보와 진보당 송명숙 후보는 정책협약을 체결했으나 국민의힙은 제안에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김어준씨는 선거일 직후인 8일 ‘뉴스공장’ 방송에서 “(어제) 뉴스공장 막방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라고 농을 던지면서 “오세훈시장 시절에 tbs를 홍보방송으로 인식했는데 그 덕분에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tbs가 독립하는 구조가 꾸준하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시장이 서울시 출연기관인 tbs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다.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인사권 행사에 제약이 있고, 시의회의 견제로 재정지원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감사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할 가능성은 크다.
서울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tbs에 대한 감사 등을 실시할 수도 있다. 서울시장은 tbs의 인사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와 3년마다 업무 회계·재산에 관한 검사권한을 갖는다. 이명박정부의 KBS 장악이 감사원의 감사를 동원한 데서 출발한 것을 보더라도 쉽게 넘길 일은 아니다. 오시장이 ‘MB 아바타’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tbs는 독립된 방송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한다.   
자칫 오시장이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를 밀어 붙이는 방식은 언론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명박근혜정권이 언론장악을 위해 동원한 각종 편법과 무리수는 정권에 역풍을 몰고 왔다. 정권 초창기에는 홍보를 위해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언론은 장악해서도 안되고, 장악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을 것이다. 권력을 잡았다고 언론을 점령군처럼 때려잡겠다거나 접수하겠다고 밀어붙이면 더욱 커다란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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