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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늑하고 정겨운 효자도[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129회>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효자도
  • 박상건 소장 pass386@daum.net
  • 승인 2021.04.0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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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효자도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있다. 안면도 영목항에서 남쪽으로 2km, 대천항에서는 북으로 8.7Km 지점이다. 효자도 오른쪽으로 안면도, 맞은편에 원산도가 있는데, 두 섬에 비해 효자도는 아주 한적하고 고요한 섬이다.

효자도와 원산도 사이로는 800m 수로가 있다. 썰물 때 이 수로는 계곡물처럼 거센 해류가 흐른다. 이 물길을 거스르며 철부선과 어선들이 오간다.

효자도 포구

효자도 면적은 1.34㎢, 해안선은 5.4㎞이다. 섬 구석구석을 다 돌아보는 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섬 안의 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가는 해안은 저마다 풍경액자처럼 정겹다. 출렁이는 배에서 바지락을 까는 부부, 해머로 뱃머리를 두들기며 배를 고치는 어부, 그물을 털러 나가는지 엔진 소리를 힘차게 뿜어 올리는 중년의 부부까지.

효자도의 최고봉은 해발 47m이다. 마을은 여느 뒷동산처럼 작은 구릉지와 논밭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진다. 논두렁을 걷는데 북쪽 언덕배기에 아담한 교회가 보였다. 맞은 편 언덕에는 오래 된 팽나무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그 아래 방목한 흑염소가 풀을 뜯는다.

마을 풍경

효자도 지명의 유래는 마을에 효자가 많았기 때문이란다. 마을에는 효자를 기리는 비석이 있다. 100여 년 전 최순혁 씨를 기리는 비석이다. 비문에는 가난한 시절 최 씨가 부친이 사경을 헤맬 때 자신의 허벅지살을 도려내 아버지를 봉양했다는 내용이다.

다른 의견도 있었다. 보령시의 관계자는 “효자도라고 부르기 훨씬 이전에 ‘소자미’라고도 불렀다”면서 “작을 소(小), 사랑 자(慈) 맛미(味) 자를 딴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자미도 이 섬에 어울린다. 왜냐면 작은 섬의 모양새와 특징을 그대로 표현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 진짜 효자가 많을까? 집집마다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터벅터벅 오솔길을 걸어가는데 마을회관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주민 여러분~오늘은 목욕하는 날입니다. 연로한 할머니, 할아버지 모시고 나와 목욕탕과 찜질방을 많이 이용해주십시오~” 이 섬에서는 20년 전부터 목욕탕, 찜질방, 체력단련장 시설을 갖췄다. 한적한 어촌이자만 마을 구석구석이 아주 깔끔하고 잘 정돈된 길 위로 평화롭게 달리는 어른들의 전동휠체어와 스쿠터가 이색적이었다. 문명으로부터 멀 것 같은 섬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어른들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경비정으로 통학하는 아이들

효자도에는 76가구에 128명이 거주한다. 10년 전에 비해 가구 수가 두 배로 늘었다. 효자도는 동네이름도 정겹다. 선착장이 있는 아랫말, 방조제가 있는 웃말, 해수욕장이 있는 명덕, 푸른 모래밭인 녹사지, 남쪽마을 남촌, 중간마을 중리, 윗마을 상리 등 7개 마을로 구성돼 있다.

효자도 초등학교 효자분교는 폐교됐다. 한 때 초등학생만 200여명이었지만 지금은 유치원, 초등생, 중학생 등 5명의 학생이 전부이고 섬에 학교가 없는 탓에 맞은 편 섬 원산도로 다닌다. 통학은 충남해경 경비정을 이용한다.

방목 흑염소

섬 안에는 1만 평의 규모의 인삼밭이 있다.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의 특성 때문에 인삼재배지로 제격이란다. 해풍 탓에 병충해가 적어 육지의 다른 인삼재배 과정과는 달리 농약 사용량이 적다고 했다. 쪽파재배도 활발한데 석회질 토양에 해풍과 물을 강하게 빨아올리는 속성 때문에 알이 굵고 한 뿌리에서 무려 1백여 개의 낟알을 쏟아질 정도로 생명력이 왕성하다.

이처럼 효자도 사람들은 반농 반 어촌생활을 한다. 농사는 주로 쌀, 보리, 고구마, 인삼 등을 재배한다. 어업은 대합, 바지락을 양식하고 연근해에서는 멸치, 꽃게, 낙지, 우럭 등을 잡는다.

몽돌해변

효자도 앞바다는 해류가 빨라서 낚시꾼이 많이 찾는다. 주로 우럭, 노래미, 장어가 낚인다. 봄철에는 안면도와 효자도 사이 바다에는 전국에서 몰려 든 주꾸미 낚싯배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물이 빠지면 연결되는 또랑섬은 낚시인들에게 숨은 포인트. 바로 앞 바다의 추도, 월도, 육도, 허육도도 선상낚시로 인기다. 모래와 바위가 어우러진 녹사지는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낚시 밭이라고 부를 정도로 입질이 좋은 포인트다.

겨울철에는 꼬막과 바지락이 많이 잡힌다. 저녁 무렵 손전등을 들고 물이 빠지는 바다로 나가면 낙지, 해삼, 소라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주민들은 “그냥 줍는다는 표현이 맞을 거다”라고 말했다.

낙지

선착장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를 기다리던 한 아낙을 만났다. 그는 이날 1시간 동안 잡은 것이라며 양동이에 담긴 50마리의 낙지를 보여줬다. “많이 잡긴 했는데...장갑을 안 끼었더니 손이 부르텄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주름진 손등과 긴 세월 갯벌과 조개껍데기에 긁히며 살아온 나이테는 어머니로 살아온 영광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래도 돈을 살 수 있어 행복하다”면서 낙지로 자식농사 잘 지었고 아들은 서울에서 목회 화동 중이고 딸은 전남 나주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며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효자도 앞바다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대나무들이 세워져 있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바지락 양식장임을 표시한 것이다. 씨알이 큰 것이 서식한 곳과 작은 씨알을 뿌린 지역을 구분했다. 주민들은 수산자원 고갈을 스스로 막아내면서 바다를 터전으로 계속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을 공동체 문화로 극복하고 있다. 주민들은 바다에 공동으로 씨를 뿌리고 1인당 20㎏씩만 캘 수 있는 원칙도 정해 실천하고 있다.

마을 이동수단 스쿠터

여객선 매표소와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어르신을 만났다. 그는 3대째 효자도에서 사는 토박이다. “옛날에는 충청도에서 알아주는 섬이었는데 천수만에 대단위 간척사업이 진행되면서 물길이 막혀 생태계 변화가 일어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효자도가 작은 섬이다보니 생계를 위해 젊은 날에는 흑산도, 연평도까지 나가 15일씩 고기잡이를 하고 돌아오곤 했다.”면서 “효자도 사람들은 요즈음 아낙들은 바지락과 굴, 낙지를 잡고, 남자들은 낚싯배를 운행하거나 가두리 양식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고 말했다.

효자도는 앞바다로 많은 여객선과 유람선이 다닌다. 그러나 모든 선박이 비켜가는 섬이다. 그런 유명 관광 섬은 아니지만 숨어 있는 섬이다. 가족끼리 조용히 보내기에 좋은 섬, 아무 곳에서나 낚시하고 낙지잡고 조개를 캘 수도 여유로운 섬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런 점을 착안해 집들을 민박집으로 수리했고 섬의 테마를 ‘깨끗하고 조용한 섬’으로 잡았다.

아늑하고 정겨운 2km의 몽돌해변이 있다. 맨발로 걷기 좋은 해변이다.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도 그만이다. 울창한 송림이 둘러싸여 산림욕도 좋고 사방으로 펼쳐진 섬들과 어선 풍경도 구경할 수도 있다. 숲에는 까치와 꽁, 노루가 뛰어다닌다.

효자도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경부고속도로는 천안 IC~홍성~보령・대천 코스를 이용해 안면도 영목항에서 배를 타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는 대천IC~보령, 또는 홍성~안면도 코스를 이용한 후 영목항에서 배를 탄다. 배편은 안면도 영목항에서 효자도까지 10분, 오천항에서 20분, 대천항에서 30분 소요된다. 효자도 섬 안에서 민박이 가능하다. 그러나 연계여행 등 일정에 따라 원산도, 영목항에서 숙박・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게 편리할 수도 있다. 문의: 보령시청 관광과(041-930-3542)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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