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우리는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가

<김성의 관풍(觀風)> 우리는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가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4.01 10:47
  • 0
  • 본문 글씨 키우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16일 미국의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미국 청년의 총격으로 한국인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는 증오범죄가 발생했다. 증오범죄 또는 혐오범죄로 불리는 이 사건은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에서 비롯됐다. 그래 재미 한국인을 비롯한 미국 거주 아시아인들이 여러 도시에서 ‘아시아인을 증오하지 말라’(Stop Asian Hate)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증오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두고 ‘바이러스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아니라 ‘인종주의 팬데믹’이라는 유행어까지 나돌고 있다.  

일본인의 ‘찢어진 눈’ 인종차별 … 아시아가 기가 막혀

최근 1~2년 사이에 증오범죄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한(武漢)바이러스”“중국바이러스”를 입에 달고 다녔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이 아시아인을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걸 보면 분명하다. 또 아시아인이나 아프리카인들이 미국이나 유럽에 많이 진출하여 해당국 저소득 노동자층과 경쟁하게 된 것도 원인으로 본다.
기성용 박지성 차두리 안정환 손흥민 등 유럽에서 뛰었던 축구선수들도 경기 도중 입에 담지 못할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 일본에서 일어났다. 일본 프로축구팀에서 골키퍼로 활약하고 있는 김진현은 골대 뒤 관중석에 있던 관객이 자신을 향해 눈을 찢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심판에게 항의했다. 주최측이 상대팀 관객들에게 주의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서야 경기는 속행됐다. ‘찢어진 눈’(서양인들의 표현)을 함께 가진 아시아인이면서 서양인이나 되는 양 상대방에게 눈찢기 욕을 한 것은 특별한 경우였다.
그래서 일본의 인종차별 행위는 얄밉기를 떠나 분노를 느끼게 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시아의 변방에 자리잡고 약탈질이나 했던 주제에 150년 전 유럽의 문물을 먼저 받아들였다고 탈아입구(脫亞入歐)에 매달려 유럽인 흉내 내기에 바쁘다. 아이들의 애국심에 영향을 준다며 교과서에서 ‘침략역사 지우기’에 혈안이 되고, 전쟁범죄자들의 위패가 있는 신사에 부끄러움 없이 버젓이 참배하고 있다. 식민지 사죄도 “돈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했고, 한일협정 이후 드러난 일본군 종군위안부 등에 대해서도 “있었다”“없었다”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차별공화국’이라고 부르는 부끄러운 대한민국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인종차별이 없을까?
며칠 전 한 동남아시아 여성이 농장에서 일하면서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하게 되자 낙태수술까지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여성은 “농장주가 ‘다른 곳으로 가면 불법체류자로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놔 꼼짝할 수 없었다”고 실토했다. 한 겨울에 이주노동자들이 농장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난방장치도 없이 생활하고 있는 실태가 보도돼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을 ‘차별공화국’이라고 불렀다. 그들을 ‘일회용’이나 ‘노동기계’로 취급한다고 했다. 특히 아시아인 노동자들에겐 인종차별이 심해 냄새나고, 시끄럽고, 미개하고, 무식하고 게으르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주 가운데는 이주노동자를 “한 마리, 두 마리 …”“한 ××, 두 ××…”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 어떤 정치인은 피부색이 검은 외국인 유학생에게 “연탄색 같다”고 심각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백인에 대해서는 훨씬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한 인도인은 자신을 영국사람으로 소개한다고 했다. 한국여성과 결혼해 귀화한 방글라데시 남성(38)은 택시를 탈때마다 운전사가 “어디 가냐”“뭐하는 놈이냐”고 반말을 해 한국말로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외국인은 길을 가다가 “개××야, 저리 가”라는 언어폭력을 들었다고 실토했다.
2019년 통계를 보면 지난 13년간 가정폭력으로 숨진 다문화 가정 여성은 21명이었다. 2018년 다문화 가정의 각종 폭력사건 접수건수는 1,273건이었으나 겨우 33명만 구속되었다. 이주 여성을 ‘소유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팬데믹이 된 인종차별,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식민지 지배와 한국전쟁의 피해, 군사독재와 국정농단을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으로 극복해왔다. 그런 과정에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룩한 세계 유일의 국가가 됐다. 5·18정신도 민주·인권·평화이다. 이제 뒤로 후퇴는 없다. 과거에 얻게 된 ‘못된 경험’은 내치고 인종차별 없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   
첫째,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UN이 2007년, 2010년, 2012년 이 법의 제정을 권고했으나 일부 보수적 기독교단, 동성애 반대 단체 등이 적극 반대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제정을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를 옥죄는 고용허가제도 개정해야 한다. 우리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위해선 서둘러 제·개정해야 한다.
둘째, 국민들을 상대로 한 국제화 교육이 적극 시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40여년간의 짧은 기간동안 경제적으로 급격히 성장하면서 개발도상국으로부터는 동경의 대상이 돼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여기에 적응하는 인성교육을 미처 받지 못했다. 따라서 지구촌과 공생하면서 평화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학습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에 대해서도 미래에 아시아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인재로 보고 거기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다문화 가정의 여성들에게도 사전에 한국을 이해하는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가정 내에서 갈등을 줄이여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와 관련되어 있으면서도 유야무야된 과거의 사건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최근 판결도 있었지만 파월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질렀던 양민학살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밝히고, 피해자들이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죄와 보상을 해야 한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기록물을 남겨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고, 과거를 반성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도덕적으로 우위를 지킬 수 있다.

“인종주의는 차별화를 노린 권력집단의 거짓된 관념”

1978년 채택된 ‘인종과 인종적 편견에 관한 선언’의 내용을 보면 첫째, 모든 인간은 단일한 종(種)에 속하며 공통의 선조로부터 이어져 내려왔고 둘째, 인종주의는 차별화를 노린 권력집단의 거짓된 관념이며 셋째, 인종차별금지법 외에 적극적인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문화적 조치를 시행해 법을 보완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했다.
우리의 반성이 필요한 때이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데일리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