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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백신을 ‘정치 바이러스’로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1.03.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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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백신접종이 순조롭게 시작돼 코로나19 종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방역당국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배송을 비롯해 백신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해 지속적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방역당국은 오는 11월까지 국민 70%가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과학적 진실을 벗어나 정치논란으로 확산됐다. 가뜩이나 가짜뉴스로 불안감을 부추기더니 정치까지 가세해 혼란을 빚었다.
정세균 총리의 지적대로 백신은 과학이지, 정치가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백신은 정치적 쟁점으로 등장했다. 백신접종의 가장 커다란 걸림돌은 역시 가짜뉴스이다. 가짜뉴스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음모론으로 불안감을 심어준다. 허무맹랑하지만 그럴듯한 정치적 가설들로 포장된다. 정치적 반대세력은 의도적으로 백신에 불안을 심어주기도 한다. 더욱 커다란 문제는 ‘백신 민족주의’이다. 선진국들이 백신을 독점하면 세계적 대유행인 팬데믹을 종식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백신접종 시작 전에 가짜뉴스 주의보를 내렸지만, 아직도 인터넷과 SNS에는 가짜뉴스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가짜뉴스는 미국 영국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세계인구를 줄이기 위한 다국적 제약회사와 세계를 움직이는 정치세력의 음모로 몰고 가기도 한다.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백신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 난무하기도 한다. 
빌 게이츠가 백신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두었다는 가짜뉴스는 유명인을 내세워 불안감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게이츠가 ‘백신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위치를 추적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 BBC 방송은 “마이크로칩이 담긴 백신은 없으며, 빌 게이츠가 계획하고 있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고 보도했다. 게이츠 재단도 거짓이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이밖에 백신이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거나, 백신개발 과정에 ‘낙태된 태아의 폐조직이 포함됐다’는 가짜뉴스도 떠돌았다. 하나같이 과학적 근거없는 낭설에 불과할 뿐이다.
가짜뉴스는 SNS와 맘카페 등에 널리 퍼지고 있다. 특히 백신관련 가짜뉴스 영상은 유튜브에서 1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일반 백신과 달리 퓨린이란 효소가 있어 치매를 일으킨다”는 내용이었다. 노년층의 관심을 끌었다. 경찰은 허위정보를 유포한 게시물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으나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백신에 효능이 없어 차라리 맞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는 가짜뉴스도 유포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회복률이 99.7%에 이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감염확산을 차단하는 공동체의 이익을 도외시한 처사일 뿐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백신접종을 받은 대상자의 부작용은 경미한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부터 3만여명이 백신을 맞았으나 이상반응을 신고한 사례는 200건 미만에 불과했다. 증상도 예방접종 이후 흔히 나타나는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 경증사례였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에 대한 신고는 없었다.
국내에서 4월 선거와 맞물리면서 백신의 정치화도 나타났다. 야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아스크라제네카 백신을 1호로 접종해 불신을 없애라’는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불신과 관련해 ‘1호접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은 “야당은 더이상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백신 1호 접종자가 문재인 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적행위” “반사회적 책동”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방역당국은 11월까지 백신접종을 통해 국민 70%가 집단면역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사태가 올해말까지 종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크 라이언 WHO긴급대응팀장은 “백신이 바이러스의 폭발적 확산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화하는 바이러스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다. 영국에 이어 남아공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백신효과를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2%, 화이자는 현재 효과의 2/3, 모더나는 최대 1/6까지 효과가 떨어진다. 제약사들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유지하는 업데이트 백신을 마련중이지만, 실제 사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경우 백신효과가 떨어지면서 집단면역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항체가 형성되더라도 지속기간은 1년도 되지 않아 재접종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집단면역이 달성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 대유행 위험은 여전하다. 이스라엘의 경우 국민 33%가 백신 2차접종까지 마쳤음에도 하루 확진자가 4000명 이상 나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안전하게 예방접종을 목표대로 진행하려면 코로나19의 유행이 적절하게 통제돼야만 가능하다”며 “국민이 가지는 경각심이 무뎌져서 또다른 큰 유행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의 ‘백신 민족주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팬데믹 상황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백신물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저개발국 취약층을 배려하지 않고 비교적 감염위험이 적은 자국의 건강한 성인에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심지어 유럽연합(EU)은 백신의 역외수출을 통제하기도 했다. 제롬 킴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선진국이 백신을 독점한다면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며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게 돕는 것이 국제기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U의 백신 역외수출 통제방침은 ‘우리가 먼저 백신을 맞은 뒤에야 다른 나라에도 주겠다’는 국수주의적 발상에 다름아니다. 부유한 나라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세계인구의 16%가 백신공급량의 60%를 확보했다. 반면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WHO는 코로나19는 팬데믹상황이기 때문에 일부 국가만 접종을 끝낸다고 종식할 수는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신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지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해 또다른 팬데믹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WHO는 백신의 균등공급을 위해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운영중이다. 코백스는 최근 아프리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 백신을 공급에 접종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코백스에 1000만달러를 출연했으며 코백스로부터도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글로벌 백신격차는 경제격차 못지않게 국제질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를 이기려면 개별국가나 특정지역이 아니라 전세계가 함께 집단면역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백신민족주의를 지양하고 백신의 공평한 보급지원만이 팬데믹을 극복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1년이상 인류의 삶을 바꿔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려면 역시 과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정치적 음모론이나 유불리로 백신의 부작용을 과장하거나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는 인류를 감염병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특히 민족주의라는 ‘정치 바이러스’가 백신에 감염되면 일상으로의 복귀를 늦추는 행위일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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