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까지 나선 '폭력' 근절…번져가는 스포츠계 '학교 폭력' 사태

文대통령까지 나선 '폭력' 근절…번져가는 스포츠계 '학교 폭력' 사태

  • 기자명 우봉철 인턴기자
  • 입력 2021.02.16 14:02
  • 수정 2021.02.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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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다영 자매 등 무기한 출장정지, 스포츠계 학폭 전수 조사 계획

(사진=최근 학교 폭력 전력이 드러난 흥국생명 이다영(왼쪽), 이재영 자매 / KOVO)
(사진=최근 학교 폭력 전력이 드러난 흥국생명 이다영(왼쪽), 이재영 자매 / KOVO)

[데일리스포츠한국 우봉철 인턴기자] 최근 불거진 프로 선수 '학교 폭력' 이슈가 스포츠 전반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해당 이슈를 언급했다.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황희 신임 문화체육부 장관 임명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체육 분야는 국민에게 많은 자긍심을 심어줬다. 그러나 그늘에서는 폭력 및 체벌, 성추행 문제 등 스포츠 인권 문제가 제기돼 왔다"라고 말했다. 체육계 악습 중 하나인 '폭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특단의 대책 마련을 강조하며 문 대통령의 발언에 호응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종합적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폭력, 그중에서도 학교 폭력은 사회적으로 끊이지 않는 문제였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전력이 밝혀지며 시작된 사태는 남자프로배구 OK금융그룹의 송명근, 심경섭을 거쳐 점점 커져가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역시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센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두 선수는 현재 숙소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OK금융그룹 역시 잔여 경기 미출전 의사를 밝힌 송명근, 심경섭의 뜻을 받아들여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한배구협회의 경우 물의를 빚은 4명의 선수들에 대해 국가대표 선발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재영·다영의 경우 지도자 자격도 자동으로 박탈된다.

배구협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포츠권익인권센터를 출범시키고, 협회에 등록된 전체를 대상으로 폭력 피해 전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현재뿐 아니라 과거 폭력 여부도 철저히 검증해 엄격한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폭력의 경중에 따라 최소 1년 이상 출전 정지 및 자격 정지, 최대 영구제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단체들도 학교 폭력 관련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전수 조사를 계획 중이다. 프로농구 관계자는 "농구계에서도 동일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각 구단들과 협의해 현황을 살필 예정이며 전수 조사를 검토 중인 단계다"라고 밝혔다. 프로야구 관계자 역시 "시스템 개선 등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각 종목 단체에 학교 폭력과 관련한 처벌 규정 검토를 지시하고 협의에 나섰다. 이어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스포츠 인권보호 강화를 위해 2차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및 같은 법 시행령, 시행 규칙이 오는 19일부터 시행된다"라고 알렸다. 여기에는 '직권조사 권한 명시, 조사 방해·거부 시 징계 요구 등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 강화', '가해자에 대한 제재 및 체육계 복귀 제한 강화', '상시적 인권침해 감시 확대 및 체육지도자 등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등이 포함됐다. 

문체부는 "최근 불거진 프로스포츠 선수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학교폭력이나 (성)폭력 등 인권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운동부 징계이력도 통합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는 등 학교체육 폭력 예방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스포츠계 학폭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소속 안우진 역시 학폭 전력이 알려져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KBO는 아마추어 선수 신분이던 고교 시절 발생한 일로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며 이렇다 할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대신 소속팀이 50경기 출장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고, 대한야구협회가 3년 자격 정지를 선언해 국가대표 발탁이 불가능해졌을 뿐이다.

이재영·다영 자매를 비롯해 배구 선수들에게 내려진 무기한 출전 정지는 구단의 자체 징계일 뿐이다. '무기한'이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코트로 복귀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우진 역시 구단 자체 출전 정지 징계가 끝난 뒤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신인 1차 지명을 받은 김유성의 경우 지명이 철회되며 데뷔하지 못했지만, 이 역시 NC 자체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아마추어 시절 학교 폭력 행위를 두고 직접 폭력으로 징계를 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프로에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처벌을 놓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무기한 출장 정지 및 국가대표 자격 박탈 등이 이어진 만큼 추가 사례가 나올까 프로구단 전체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계 학폭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재영·다영 자매, 송명근, 심경섭 외 다른 선수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폭로도 등장했다. 언제 또 다른 폭로가 등장할지 모른다. 팬들의 반응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으며 해당 선수들을 영구 제명하라는 국민청원 동의는 10만건을 넘어섰다. 한국 스포츠가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징계 규정 제정을 통한 확실한 처벌과 가해자들의 진심 어린 사과, 반성하는 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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