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거, ‘변화와 개혁’의 ‘희망’ 어디로?

대한체육회장 선거, ‘변화와 개혁’의 ‘희망’ 어디로?

  • 기자명 김건완 기자
  • 입력 2021.01.25 20:27
  • 수정 2021.01.26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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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김건완 기자] “무언가 껍데기만 남은것 같아요.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간것 같아요”

지난 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치른 체육계 인사들이 털어놓은 반응이다. 체육계 100년을 이끌 체육회장 선거가 희망보다는 어려움만 남겨줬다는 지적이다.

‘체육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과정은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다. 한마디로 수준미달의 일부 후보들의 작태는 체육계의 현실인 변화와 혁신을 뒤로한 채 진흙탕 싸움으로만 비춰졌다.

자격 미달 후보 바꿔치기로 시작한 선거는 구태의연을 넘어서 시종일관 유례없는 비방과 흑색선전, 고소·고발로 혼탁했기 때문이다.

또 지킬 수 없는 공약 남발에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쏟아졌고, 후보간 야합과 배신도 거듭됐다. “이쯤되면 ‘개판’이다”라는 말까지 나돌 만큼 막장 드라마 같은 선거를 치렀다.

9일 오후 한국체육기자연맹·한국체육학회 공동 주관으로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제41대 대한체육회장선거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9일 오후 한국체육기자연맹·한국체육학회 공동 주관으로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제41대 대한체육회장선거 제1차 후보자 정책토론회에 앞서 참석자들이 기념하고 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이번 선거에서 기호 3번 이기흥 후보가 투표에 참여한 유효투표 1974표 중 915표(46.35%)를 얻어 연임에 성공했다. 총 선거인단은 2170명으로, 투표율은 90.97%를 기록했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423표)과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129표), 이기흥 현 회장, 강신욱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국제스포츠학부 교수(507표) 등 4명의 후보(이상 기호순)가 출마했다.

선거 구도는 ‘이기흥 대 반이기흥’이었다. 지난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 최숙현 선수, 심석희 선수 폭행과 성폭행 등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들에 대해 체육회 집행부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무책임과 무능, 방임으로 일관한데 대해 ‘변화와 개혁’의 새 체육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우후죽순 출마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최종 입후보자 외에도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문대성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 윤강로 국제스포츠연구원 원장,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 등이 반이기흥을 외치며 출마를 저울질했으나 중도에 타 후보를 지지하거나 ‘단일화’를 위해 마음을 돌려먹기도 했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번 선거가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것이라 생각 못했다”며 갑작스럽게 등장해 판을 온통 휘졌던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처음엔 현 집행부의 무능을 지적하며 한번 바꿔 보자는 주장인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것이었다. 마치 기존 정치판 선거 같았는데, 그 때문에 더 표가 갈렸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27일 자격미달로 출마할 수 없게 된 장영달 후보 ‘대타’로 갑자기 등장한 5선 국회의원 출신 이종걸 후보는 그날 오후 강신욱 후보와 만나 지지 의사를 표시하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결단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종걸 후보는 하루 뒤인 28일 후보 등록 마감 4분을 남기고 불출마 의사를 번복하면서 전격 출사표를 던졌다. ‘후보 바꿔치기’-‘야합’-‘배신’이란 비난을 부르는 순간이었다.

지지자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실제로 강신욱 후보의 득표와 이종걸 후보가 받은 표를 합치면 이기흥 후보의 득표보다 많다. 단일화를 이뤘다면 결과는 달리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종걸 후보는 급기야 이기흥 후보를 직권남용 및 공금횡령 혐의로 고발하고 나섰다. 이기흥 후보가 과거 대한수영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딸을 연맹에 위장 취업시켰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이기흥 후보는 무고 혐의로 이종걸 후보를 맞고발했다.

강신욱 후보도 지난 15일 경기도선관위에 이기흥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제소했다. 강신욱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기흥 후보가 대법원에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은 허위”라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선거가 끝났어도 승자와 패자 모두 경찰 조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선거는 시끄럽고 어지러웠으나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누가 당선되었든 물음표만 가득한 4년을 지켜보게 됐다. 이에 대한 피해는 오롯이 체육인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입후보자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입후보자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그래도 한줄기 희망을 보았다”고 말하는 체육인들도 있다. “끝까지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걸은 후보도 있었다”는 것이다.

유준상 후보를 가리키는 듯하다.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인 공약과 포퓰리즘, 흑색선전 등에 가려져 투표권을 가진 선거인들이 그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으나 단일화 조성에 힘쓰면서 홀로 양심을 지켜가며 깨끗한 선거를 치른 유준상 후보의 체육계를 위한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체육계 ‘맏형’격인 유 후보의 성격상, 그는 무엇보다도 체육계의 통합에 힘을 보탤 것이다. 아픈 곳은 치료하고 부러진 곳은 고쳐나갈 것이다.

‘진흙탕 싸움’은 끝났다. 이제는 상대 후보와의 싸움에 ‘무의미’하게 쓰던 힘을 체육계 현안을 해결하는데 써야할 때다.

체육계도 변화와 개혁을 회피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번 선거는 결국 체육인들이 만들어냈다. 선택은 그 누구도 아닌 체육인들의 결과이며 당사자들의 투표였다.

이런 변화와 개혁이 없는 체육계에 제2의 최숙현, 심석희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혹여 문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결국 체육인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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