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이익 독식’에서 ‘이익 공유’ 전환으로 미래 위기에 대응해야

<김성의 관풍(觀風)> ‘이익 독식’에서 ‘이익 공유’ 전환으로 미래 위기에 대응해야

  • 기자명 김성 소장
  • 입력 2021.01.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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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가 막심한 자영업자와 실직자들에게 매출이 늘어난 기업들이 이익 일부를 나누어 돕자는 뜻에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정부의 재정압박을 완화하고 국민이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밝힌 것인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에서는 “사회주의 경제를 연상케 하는 반시장적 발상”,“대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등 격한 비난을 쏟아냈다. 보수언론·정당은 지난 십수 년 동안 이와 비슷한 정책이 제시될 때마다 이같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는데, 보수정권때도 이런 제도가 활용되었다는 사실은 까먹은 모양이다.  

‘이익공유제’, 보수·진보 정권 모두에서 시행

도대체 ‘이익공유제’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선 언제 제기된 정책인가,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왜 반대하는걸까. 
이익공유제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내고 있는 집단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단에 대해 이익 중 일부를 나누어주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이익을 나누는 것’에 중점을 두어왔다. 진보적인 노무현 정부때는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상생’을 목적으로 성과공유제가 시작되었는데 비난이 쏟아지자 노 대통령은 “대기업 팔비틀기가 아니다”고 설득했다. 보수성향의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다양한 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의 핵가족(주주와 임직원)만 이익을 나눌 게 아니라 대가족(하청 중소기업)과도 함께 나누자는 것”이라고 호소했지만 당시 집권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급진 좌파 주장”이라고 비판했고, 대기업 대표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며 부정적 언급을 하자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 대기업들이 일제히 반대 포격을 가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이익을 나누게 되면 정부가 세금을 깎아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수야당의 반대로 불발되었다.

이낙연 대표 주장은 보다 확장된 ‘공동체 상생’ 개념

이번에 이낙연 대표가 내건 이익공유제는 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즉 기업 간의 지원을 넘어서 이익이 크게 늘어난 수출중심 IT기업·증권회사·포털·택배업체들이 이익을 떼어내 영세자영업자와 개인들까지를 도와주자는 ‘공동체 상생’ 개념이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에서 과부·고아들을 돌보는 일로부터 조선시대의 환곡, 혜민서, 활인서 등 구휼제도, 근세 경주의 최부자나 구례의 운조루 등의 상부상조 정신까지 모두  포괄적인 이익공유제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금모으기운동도 나라를 살리자는 이익공유운동의 상징이었다. 지방자치단체 간에도 비록 미미한 시행수준이긴 하지만 부자 자치단체가 가난한 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지방재정조정제도’가 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인간의 지혜는 빛을 발했다. 이익공유를 불러일으킨 ‘복지정책’이 대표적인 예이다. 선진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 과도한 노동시간, 사회 양극화 현상 등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그래서 영국은 1942년,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회개혁 대안으로 저 유명한 ‘요람에서 무덤까지’ 등의 복지정책이 담긴 베버리지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복지정책을 위해서는 증세(增稅)가 불가피했다. 보수층에서는 “전쟁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무슨 증세냐”,“시장민주주의에 위배된다”며 엄청나게 반대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 정책을 내건 노동당을 선택하여 영국 최초로 노동당이 집권하는 계기가 되었고,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복지 영국의 기반을 마련했다.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성공한 영국 복지제도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나라에 닥친 경제적 문제도 소득, 자산, 기업의 양극화부터 자치단체의 양극화까지 셀 수 없을 지경이다.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1만 8000명이 감소해 1998년이래 최대 감소 폭을 보였고, 실업자 역시 전년보다 4만 5000명이 늘어났다. 유동성 영향때문이긴 하지만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5.36% 상승하고, 코스피 지수 역시 30.8%가 올라 ‘가진자’만 수익을 내 소득 불평등 정도가 더 커졌다. 2017년을 기준으로 500인 이상 대규모 기업의 평균 임금은 5인 미만 소기업 임금의 3.2배나 되었다.
무언가 대책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익공유제나 이와 유사한 정책만 나오면 대기업과 보수언론, 정치인들이 반대를 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인 부동산 소유자들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그들로부터 광고나 정치자금 제공 등의 수입구조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공적(公的) 배분정책(법제화)으로 이익이 공유화될 경우 기득권자들의 안정적 수입구조가 무너지기 때문에 한사코 막으려 한 것이다. 말로는 “국제경쟁력을 위해서”,“시장경제를 지키려고”라고 내세웠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나라 경제는 보수나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발전을 계속해 왔다.

유연한 법제화로 기본소득제 등 ‘위기대응 복지책’ 도입해야

따라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려면 위기에도 쉽게 대응할 튼튼한 체제를 만들어두어야 한다. 그럴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자유방임주의와 시장경제를 이끌게(신자유주의) 방치해서는 안된다. ‘보이는 손’에 의해 ‘안정된 삶’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지난날 ‘정부실패’와 ‘시장실패’를 통해서 얻은 값진 교훈을 바탕으로 양극화를 최소화하는 ‘복지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적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기본소득제’와 ‘고용보험’을 도입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선진국이 되려면 국민부담율도 현재(26%)보다 더 높여나가야 한다. 국민의 인기에 영합하여 반대를 위한 반대만 외치다간 더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보수언론·정당도 ‘(가진 자들의) 더 많은 부담(세금), 더 많은 국민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또는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익공유제를 법제화 하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이다. “무조건 반대”는 과제가 될 수 없다. 지금은 ‘고정관념’보다 ‘전향적인 대안’이 필요한 때이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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