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5년차 신년기자회견을 보고

<김주언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5년차 신년기자회견을 보고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1.01.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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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은 123분 동안 각본없이 진행됐다. 사전에 질문자를 정해 질의내용을 취합하지 않고 문대통령이 사회자로 나서 직접 질문자를 지정했다. 기자들은 미리 배부받은 번호판을 들었고 문대통령은 번호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견장에 20명, 온라인 화상에 100명이 참석했다. 대통령 양옆과 정면에는 멀티비전이 설치됐다. 참여하지 못한 기자들은 채팅창에 질문내용을 올렸다. 회견 마지막에 질문을 추려 질문했다. 이를 위해 실무진은 4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거쳤다.  
문대통령은 “비대면 화상회견은 처음 해보는 방식이다. 매끄럽게 진행될지 걱정되긴 하지만 협력해서 좋은 소통이 되고 국민에게도 궁금증을 풀어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결상태가 매끄럽지 않아 질문이 끊겨 다음 순서로 넘어가는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화상으로 연결된 외신기자의 질문이 소음과 섞여 잘 들리지 않아 통역자가 ‘다시 질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큰 사고없이 매끄럽게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년기자회견이 마무리되면서 문대통령의 임기말 국정구상 윤곽이 드러났다. 문대통령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비교적 가감없이 생각을 밝혔다. 평소 신중한 발언으로 논란을 최소화했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소신을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는 신뢰를 내비쳐 지지층 및 여권 인사들의 비판을 상쇄시켰다. 새해초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전직대통령 사면론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밝혀 이대표를 머쓱하게 했다. 정치현안 중 여권과 시각을 달리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추가논란을 차단하는 데 주력한 모습이었다. 
첫 질문은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문제였다. 문대통령은 잠시 머뭇거렸다. 문 대통령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만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며 운을 뗐다. “국민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대통령의 일방적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판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데도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는 여권의 인식과 달랐다. 문대통령은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총장의 갈등에 대해 개입하지 않았다. 문대통령은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윤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윤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혹은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특히 ‘추-윤갈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하기 위해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원리가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설명이다. 
여권이 월권이라고 주장해온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감사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공익감사청구가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 수사도 감사원으로부터 이첩된 데 따라 이뤄진 것이지, 정치적 목적의 수사가 이뤄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대통령은 특히 “감사원의 독립성과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 감사나 수사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현안에 대한 문대통령의 답변은 원론수준이었다. 하지만 솔직하면서도 직설화법이 묻어났다. 여권과 검찰 및 감사원 간의 갈등을 추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동안 민주당과 여권 인사들은 윤석열 총장의 탄핵을 추진하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입법을 추진하는 등 대립각을 세워왔다.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정책 공약을 훼손시키려는 의도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문대통령이 감사원 감사과 검찰 수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적잖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가장 논란을 일으킨 부분이 입양관련 발언이다. 문대통령이 “일정기간 안에 입양을 취소하든지, 입양하려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으면 입양아동을 바꾸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인이 사건’과 같은 사례를 막을 대책에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밝힌 말이다. 문대통령은 “학대 의심상황이 발견되면 곧바로 학대아동을 양부모로부터 분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입양가정을 방문해 아이가 잘 적응하는지를 확인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등 보수 야권은 입양에 대한 이해와 공감 부족에서 나온 언사라고 비판했다. 고아단체와 미혼모단체는 “아이가 물건이냐”며 성토하고 나섰다. 유승민 전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아이가 쇼핑하듯 반품 교환 환불을 마음대로 하는 물건이냐”고 비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입양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를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강민석 대변인은 “대통령 머릿속에 ‘아동반품’이란 의식 자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은 끝나지 않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문대통령은 부동산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넘어 “국민불안을 일거에 해소하자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도심 주택공급을 위해 “공공참여를 더욱 늘리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절차를 크게 단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재개발, 역세권개발, 신규택지개발을 통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공급을 특별하게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급격한 주택공급 정책은 자칫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 서울로의 인구집중을 유발해 ‘서울공화국’을 강화할 수도 있다. 공급만능론은 부동산 기득권세력과 시장주의자들의 주문이었기 때문이다.  
언론문제와 관련한 질의는 거의 없었다. 언론과의 접촉기회를 늘려갈지 묻는 질문에 문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기자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은 이해하시리라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언론과의 만남만이 소통창구가 아님을 분명히 지적했다. “기자회견만이 국민들과의 소통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소통의 한 방법이지, 저는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방문을 많이 했고 비록 작은 그룹의 국민이긴 하지만 양방향의 대화를 주고받는 등 여러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왔다 생각한다.”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을 늘리려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개혁과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대한 질문이 나왔으나 문대통령은 답변하지 않았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문대통령이 후보시절 고 이용마기자를 만나 ‘시민이 주인이 되는 공영방송’을 다짐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혁이 담긴 협약서에 서명했지만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개혁 과제에 대한 질문은 아예 없었다. 대통령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안에서는 빠진 셈이다.  
문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방역과 부동산 등 경제정책에 주안점을 둔 5년차 구상을 밝혔다. 특히 사전 각본없이 진행된 회견에서 솔직하고 담백한 화법이 돋보였다. 그러나 집권초기 내세웠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개혁완성에 대한 의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임기말에 접어들었기 때문인가. 현재 30%후반에 머물고 있는 문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상승세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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