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재정분권’과 ‘시행령’ 개혁 않고선 진정한 지방자치 어렵다

<김성의 관풍(觀風)> ‘재정분권’과 ‘시행령’ 개혁 않고선 진정한 지방자치 어렵다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12.2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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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지역사회의 진정한 주인인 시대가 드디어 열리게 되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던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비롯한 관련 법률들이 지난 12월 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률들은 1년 뒤인 2002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32년만의 일이다. 

‘주민이 주인’ 강조한 새 지방자치법 등장

바뀌게 된 대표적인 내용들을 보자. 첫째, 주민들의 지방자치 참여 기회가 대폭 확대됐다.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이랄 수 있는 조례 제정·개정·폐지가 수월해졌다. 단체장에게만 청구할 수 있었던 조례안을 지방의회에 청구할 수도 있다. 조례발안이나 주민감사를 청구할 주민의 숫자나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낮춰져 접근이 편해졌다. 또 주민투표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즉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해 의회 등 기관의 형태를  강시장(强市長)형, 약(弱)시장-의회형, 강시장-사무총장형 등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둘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과, 지역 간 균형발전에 관련되는 중요 정책을 심의하기 위해 제 2 국무회의 격인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신설되어 대통령과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됐다.
셋째, 지방의회 독립성과 징계가 동시에 강화됐다. 지방의회 의장은 의회 사무처 직원의 임면·교육·복무·징계 등의 권한을 갖게 됐고, 정책 지원 전문 인력을 지방의원 2명 당 1명씩을 둘 수 있다. 반면 지방의회 내에서의 모든 의정활동은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또 지방의원들끼리 서로 짜고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 것을 막도록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했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도 구성해 의원 징계 논의때는 의무적으로 의견을 듣도록 했다. 지방의원의 겸직금지도 강화되고, 겸직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넷째,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인 수원·고양·용인·창원이 특례시가 되어 재정운용 등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다섯째, 지방에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치안체제에 큰 변화가 생긴다.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권한을 경찰이 넘겨받게 돼 경찰 권력이 커짐에 따라 이를 분산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 사무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지고 자치경찰은 주로 주민 생활 안전, 교통 및 안전 관리 등을 담당한다.

지방자치법 제정 71년만에 본궤도 들어서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49년 제헌국회에서 법이 제정된 이후 1952년 전쟁 와중에 서울·경기·강원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처음 시행되었다. 제 2 공화국때인 1960년 12월 12일에는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모두 뽑는 제대로 된 지방선거가 치러졌으나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전면 중단되었다. 이후 공화국이 바뀔 때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었으나 시행은 유보되었다. 그러다가 노태우 정권 때(6공화국)인 1988년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었다. 1989년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지방의원선거를 1990년 6월 30일 이전에, 단체장 선거를 1991년 6월 30일 이전에 실시하겠다고 시한을 못 박아 개정했다. 그러나 집권 민정당과 김영삼·김종필 당이 1990년 1월 ‘3당 합당’하여 거대여당이 되면서 이를 실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야당 대표인 김대중이 1990년 10월 8일부터 지방자치제 실시와 내각제 폐기 등을 외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결국 10월 20일 지방자치제 실시를 약속함으로써 단식투쟁은 끝났다. 그리고 5개월 뒤인 1991년 3월 지방의회 의원 선거로 지방자치가 시작되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1995년부터 실시) 그러니까 우리나라 지방자치법은 1949년 제정되어 71년이 됐고, 1988년에 이어 32년만에 다시 전부 개정된 셈이다.

불균형 실상 공개하고 지방재정조정제도 실시해야
이 지방자치법 개정은 20대 국회에서도 심도있게 논의되기는 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21대 국회 들어와 민주당이 거대 여당이 되면서 통과를 보게 된 것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풀뿌리민주주의의 기본이랄 수 있는 ‘주민자치회’ 조항이 삭제됐고, 재정분권도 명확히 명시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 전부를 개정한 것은 주민이 주인으로서 역량을 기르고, 그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로써 풀뿌리민주주의의 밑그림은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 개정만으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 자치단체 간의 양극화, 지방의 소멸 등이 쉽게 해결될 수 없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중앙정부대로, 지방의 주민과 선출직들은 나름대로 이 과제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 지역불균형의 실상을 공개한 뒤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역사회가 최소한 유지해야 할 경제적·문화적·교육적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뒤처진 지역은 중앙정부와 잘 사는 자치단체가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도권 집중을 중단하고 지방에 대규모 복합산업단지를 조성해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인 4차산업 배치는 지방에만 허용하여야 한다. 또 수도권과 걸맞는 수준의 교통·교육·문화 등 각종 시설을 배치하여 4차산업 종사자들이 안심하고 일하도록 해야 한다. 양질의 주택을 수도권의 반값으로 공급하고, 필요하다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지방 신설도 권장해 지방으로 이동을 유인해야 한다. 

‘시행령 농간’ 막게 국회 의결 거치는 규정 필요

셋째, 새로 만들어질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을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안만 국회의 의결을 거칠 뿐 시행령은 법률 제정취지와는 달리 중앙정부 관리들이 자기들의 권한을 빼앗기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어 왔다. 이를테면 ‘이 사업의 시행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식으로 지방을 통제해 왔다. 하여 이번만큼은 이런 농간을 부리지 않도록 국회가 각별히 검토해야 한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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