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자연을 벗 삼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고요한 자연을 벗 삼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0.12.15 07:01
  • 수정 2020.12.1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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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114회>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태안읍에서 603번 국도를 따라 학암포로 가는 중간 지점에서 좌회전, 3㎞를 더 가자 해송이 우거지고 그 숲 사이로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신두리 해수욕장이다. 태안군에서 가장 긴 3.2㎞ 백사장이 포물선으로 휘어진다.

신두리해변과 모래언덕
신두리해변과 모래언덕

해안에 서서 바다를 바라만 봐도 마음의 창문이 활짝 열린다. 적막한 바닷가, 갯바람에 파노라마처럼 일렁이는 파도소리를 따라, 잘디 잔 미숫가루 같은 모래를 밟는다. 그렇게 걷는 나그네의 마음결도 어느새 푸른 바다에 깊게 젖어든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털어내며 스스로를 어루만지는 일, 이런 홀로여행이 그나마 위안이고 안분지족의 삶이 아닐는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렇게 고요한 자연으로 무심히 젖어드는 일이다. 탈무드에서 그렇듯이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는 명곡, 조용한 풍경, 멋진 향기 세 가지가 있다. 파도소리의 명곡, 겨울바다 풍경화, 갯비린내 향기가 제격이다. 겨울바다와 한 풍경이 되는 마음의 바탕은 사랑이며 그 원천은 정신이다. 사랑과 정신은 인생의 생명력이다.

신두리 해안 전경(사진=태안군)
신두리 해안 전경(사진=태안군)

그렇게 홀로 걷고 사색하는 사이에 바다는 나를 치유하고 가슴 벅차오르게 한다. 홀로 걸어도 좋고 연인・가족과 함께 해도 좋은 겨울바다. 신두리 해변에는 파도소리 따라 걷는 사람, 펜션 앞마당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 바다를 거니는 사람들을 앵글에 담는 사람들...저마다 바다를 바라보고 걸으면서 행복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푸른 바다와 모래언덕은 그들의 여백이다.

신두리해수욕장 오른 편에 사막처럼 펼쳐진 넓은 모래벌판이 ‘신두리 해안사구’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이자 천연기념물 제431호이고 태안8경 중 하나다. 바람이 빚어놓은 원시적 해양생태가 장관이다.

이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000년 전부터 오랜 세월 강한 바람이 불 때마다 모래가 파랑에 밀려 해안가로 오면서 모래언덕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북서계절풍으로 주변 산지의 운모편암이 깎여 바다로 뒤섞이고 파도에 다시 바닷가로 밀려들었거나 파도에 깎여나간 침식물들이 해안가로 밀려와 쌓여 형성된 것이다.

해변에서 모래언덕으로 가는 길
해변에서 모래언덕으로 가는 길

해안사구에는 독특한 생태계로 인해 전국 최대 해당화 군락지, 통보리사초, 모래지 치, 갯완두, 갯매꽃을 비롯해 갯방풍 식물들이 분포한다. 표범장지뱀, 종다리, 맹꽁이, 쇠똥구리, 아무르산개구리, 금개구리 등이 서식한다. 또한 육지와 바다의 완충지대로써 해풍으로부터 농토를 보호하고 바닷물의 유입을 막는 역할도 한다.

최근 태안군은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환경 복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10월 6일 태안군청 군수실에서는 가세로 군수와 관계공무원, 자문위원, 용역회사 관계자들이 모여 ‘신두리 해안사구 한우방목을 통한 생태환경 복원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가졌다. 해안사구에 한우를 방목해 탐방객들에게 옛 정취를 느끼게 하고 친환경생태환경을 이용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쇠똥구리’를 복원하자는 것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멸종위기 왕쇠똥구리 서식처였으나 최근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에 태안군은 올해 2마리 한우를 해안사구에서 방목했다. 구충제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풀과 유기농사료 등을 주로 먹인 결과, 동물 배설물을 섭취하는 곤충이 성장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내년에는 한우를 3마리 더 방목할 계획이다. 곤충 모니터링, 한우 분변의 쇠똥구리 먹이원 안정성 실험 등 생태계 복원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래언덕을 지탱하는 염생식물
모래언덕을 지탱하는 염생식물

해안사구는 소금기를 머금은 땅에서 갯그령, 산조풀, 갯쇠보리 등 염생식물이 뿌리내리면서 모래밭을 더욱 단단히 지탱해준다. 이 풀밭을 터전으로 한우가 살고 그 배설물에서 쇠똥구리 등의 먹이사슬이 이어진다. 그렇게 신두리 해안사구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해양생태환경 의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에는 1만6896㎡ 면적의 ‘신두리 사구센터’가 있다. 생태공원에 있는 각종 동식물과 해안사구에 대한 정보를 입체와 영상으로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전시실은 프롤로그로부터 바람언덕(신두사구, 시간의 흔적), 모래언덕(생태서식지 신두사구, 신두사구 친구들, 두웅습지 친구들), 신두언덕(사구가 아파요, 신두사구 지킴이, 신두아카이브, 샌드아트), 에필로그(또 만나, 신두사구)로 이어지는 전시물로 구성됐다.

센터 건물 앞 공간에는 사구체험장, 사구배후습지체험장을 조성해 관람객들이 한자리에서 사구의 모습을 한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해안사구의 방목 소(사진=태안군)
해안사구의 방목 소(사진=태안군)

신두리 해변에서는 17년째 국제모래조각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찬란한 태안! 낭만의 금빛모래!’라는 주제로 국내외 60개 팀 400명이 참가해 모래조각 경연대회가 열렸다. 페스티벌은 모래 썰매장, 맨손물고기 잡기, 물총게임, 모래 탑 쌓기, 1박2일 캠핑프로그램 등으로 이곳을 참은 여행자에게 바닷가의 낭만과 추억을 제공한다.

지난 2011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생태관광모델 10대 사업대상지로 선정돼 사구축제가 열렸다. 사구 걷기대회, 샌드아트 공연, 사구음악회, 모래썰매 타기, 모래 깃대 지키기, 쇠똥구리 굴리기 등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선보였다.

해안사구 남쪽에 두웅습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습지이자 사구 배후습지로 7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노랑부리백로와 이끼도롱뇽을 비롯 희귀생물들이 발견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높아 2007년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생태보존지역으로 텃새 황조롱이, 천연기념물 323호 불은배새매, 멸종위기종 2급 금개구리와 맹꽁이 등의 터전이다.

신두리해변은 1990년대 초까지는 군사보호경비지역으로 출입을 통제된 바다였다. 현재는 해안가에 오토캠핑장, 펜션,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천연기념물로 보존하는 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들 시설에서는 고구마 캐기, 밤 따기, 감 따기, 갯벌체험, 바다낚시, 캠프파이어 등 신두리와 태안군 자연환경을 활용한 농어촌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웅습지(사진=태안군)
두웅습지(사진=태안군)

인근 연계여행지로는 위로 태안항, 가로림만의 고파도, 웅도 섬 여행코스가 있고 아래로는 해안선을 따라 학암포, 만리포, 천리포, 백리포 바닷길과 가의도 등 유람선을 타고 섬을 둘러보거나 낚시를 즐기는 코스가 있다. 신두리의 여름은 해수욕 등 열정의 바다로 겨울은 조용히 해안선 따라가는 걷기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신두리 사구로 가는 길은 승용차의 경우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32번국도-서산 방면)~서산 태안(603번지방도)~원북(634번지방도-좌회전)~ 신두 3리(신두리해수욕장)~신두리 해안사구에 이른다.

대중교통의 경우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서울~태안 간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열차는 장항선은 홍성역에서 하차, 홍성-태안 간 시외버스를 이용하고 경부선, 호남선은 천안역에서 하차, 태안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태안터미널에서 신두리해수욕장까지는 버스로 1시간 소요된다. 문의: 태안군 관광마케팅팀(041-670-2583)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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