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 검찰총장 징계사유 될까?

김주언 칼럼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 검찰총장 징계사유 될까?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12.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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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앞두고 ‘추-윤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두차례 연기된 끝에 오늘(10일) 열리는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여부가 결정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징계사유로 내건 혐의는 모두 6가지에 달한다. 대부분 알려진 내용이나 판사사찰이 새로운 혐의로 떠올랐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문건에 나타난 판사들의 개인정보가 문제였다. 이에 대해 일부 판사는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 침해를 우려하고 나섰다. 7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사찰 의혹’이 논의됐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대표회의는 ‘법관의 독립 및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여러 수정안이 제출돼 찬반토론을 벌였으나 부결됐다. 찬성측은 검찰의 판사세평 수집은 부적절하고 공판절차와 무관한 비공개자료는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행중인  재판의 독립을 위해 의견표명은 신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모두 부결됐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법원은 첨예한 사안에서 발을 뺐다. 하지만 피해자인 법관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에 앞서 윤총장 쪽은 법원에 직무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내면서 ‘사찰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37명 판사들의 정보가 담겼다. 특수 및 공안사건 재판부의 판결을 정리해 판사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시도가 드러났다. 특히 우리법연구회 가입과 ‘물의야기 법관’ 여부 등이 언급돼 검찰의 의도가 엿보인다. 대검은 ‘공소유지를 위한 참고용 자료’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을 수집한 사찰’이라고 맞섰다. 법무부는 이 문건이 판사 불법사찰의 근거라며 윤총장을 직권남용혐의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판사의 개인정보는 출신 주요판결 세평으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사찰의혹이 제기된 항목은 세평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수사때 입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물의야기 법관’ 명단을 활용했다고 의혹을 받는다. 한 판사의 세평에는 “행정처 16년도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적혀 있다. 특히 괄호안에 “휴일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라고 적었다. 대검이 물의야기법관 리스트를 ‘확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출신’ 항목에 출신 고교와 대학교 외에도 대법원 및 행정처 근무여부도 파악돼 있다. 사법농단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에 대해서는 “공판준비기일 당시 단호한 쟁점정리 등 그립감이 센 모습을 보였으나 정작 피고인들이 출석하는 정식공판기일이 되자 당황하는 듯한 기색과 함께 피고인 측의 무리하고 비상식적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소극적 태도를 보임”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판사에 대해서는 “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며 재판부 기피신청 내용을 기입하기도 했다.
공안사건 재판부에 대해서는 과거판결을 통해 정치적 성향을 파악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의 주요판결로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경찰과 충돌한 시위대에 집행유예 선고, 대학시절 시위참가전력으로 군무원 채용에서 탈락한 응시자의 손을 들어준 사건 등을 꼽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라는 세평도 달았다. ‘특이사항’으로 검찰간부의 처제라는 가족관계도 밝혔다. 문건 작성자는 “재판장이 검사와 친척일 경우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했으나 민감한 정보가 드러났다. 
윤총장 쪽은 “대부분 언론 등에 공개된 자료이고 일부 공판검사들에게 물어본 내용이 전부”라며 “공판에 관여하는 검사들 업무참고용으로 작성목적과 자료수집 과정 및 대상에 비춰 사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해 판사 불법사찰 문건이 작성돼 배포됐다”며 윤총장을 수사 의뢰했다. 법무부는 판사세평과 정치성향을 드러내는 주요판결 분석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돼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일부 판사의 반발은 거세다. “대검이라는 공공기관이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법원행정처가 검찰이 사법농단수사에서 취득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사해 보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형사사법절차가 어떻게 진행돼야 할지 사회적 논의에 참여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해가 되지 않으며 더 큰 공익에 봉사한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는 검찰의 판사정보 수집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사안의 엄중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조직수호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선 검찰이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승소를 위해 범죄입증과 무관한 법관의 신상정보를 수집정리하여 활용해왔다는 사실은 충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족관계 취미 비위전력 등 공소유지와 무관한 개인정보까지 포함된 것은 정상적 검찰직무라고 보기 어렵다. 시민사회는 공판담당도 아닌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이 업무를 진행했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는 “검찰의 정보수집은 범죄의혹에 대한 수사에 국한”돼야 한다며 “공소유지란 명목으로 피의자가 아닌 판사 신상정보수집에 활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판사 신상정보수집 대상인 주요사건들은 조국 전법무부장관이나 울산시장선거와 관련된 사건이다. 검찰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었던 사건들이다. 따라서 정치적 고려 없이 검찰권을 공정하게 사용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시민사회는 과거 전교조시국선언을 불법집단행동으로 처벌했던 검찰은 “집단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자중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검찰의 정보수집은 국정원이나 경찰의 민간인사찰 만큼 주요 개혁대상이다. 수사정보정책관실 전신인 범죄정보기획관실은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범죄정보뿐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고위관료 등에 대한 개인정보와 첩보를 수집해 ‘정치사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5년 열린우리당 최재천의원은 “대검 범정은 정치사찰기관으로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의원은 “수사기관이 범죄정보가 아닌 언론 기업 노조 시민단체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온상”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범정폐지론이 힘을 얻었다. 
범정은 검찰개혁의 중요과제였다. 박근혜정부는 중수부 폐지에 이어 범정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조직은 건재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시급한 청산대상으로 꼽혔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과 함께 범정에서 일하던 40여명의 직무를 중단시키고 원소속으로 복귀시켰다. 이어서 2019년 범정을 수사정보기획관실로 개편했다. 당시 문총장은 “일반정보는 수집하지 않고 수사정보만 수집하자는 취지에서 이름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일반정보는 ‘동향조사’ 등 사찰을 뜻한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민감한 개인정보도 수집대상이었다.   
검찰의 정보수집은 개혁대상으로 남아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등의 정보수집기능을 즉시 폐지하라”고 권고했다. 대검은 물론 지검의 정보수집기능을 즉시 없애라는 권고였다. ‘선택적 정보수집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범죄정보 수집’이라는 명목으로 사찰정보 수집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은 중대범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오늘 열리는 징계위의 결론이 주목된다. 윤총장에 대한 징계여부는 검찰개혁의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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