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해변에서 시를 읊조리고, 자연과 소통하며 고단한 삶을 치유해보자

고요한 해변에서 시를 읊조리고, 자연과 소통하며 고단한 삶을 치유해보자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0.12.0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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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 여행] <114회> [섬과 등대여행]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학암포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태안(泰安)은 예로부터 큰 자연재해가 없고 온화한 기후, 풍부한 먹거리로 인해 삶이 고단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은 태안반도와 안면도를 잇는 230km 해안선이다.

27개 해변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갯벌과 사구, 기암괴석, 크고 작은 섬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한다. 국내 유일의 해안형 국립공원인 태안은 이처럼 다양한 해안생태계가 공존한다.

학암포항
학암포항

학암포는 태안반도 서북쪽 해안선 끝단에 있다. 주소지로는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2구 가시내. 태안읍에서 20km 거리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태안의 해안선 100㎞ ‘해변길’의 출발점이 학암포다. 태안 해변길 7개 코스 중 제1코스인 ‘바라길’은 10.2Km. 바라길의 ‘바라’는 바다의 고어가 ‘아라’에서 따왔다. 바라길 1코스는 학암포자연관찰로에서 신두리해변까지다.

학암(鶴岩)은 바위의 생김새가 학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학들이 학암포를 이루는 분점도 섬에서 쉬었다가 갔다는 설이 있다. 본디 분점도와 소분점도가 있었고 배들이 드나드는 포구를 분점포(盆店捕)라고 불렀다. 분점포는 조선시대 명나라와 교역하던 무역항이었다. 1968년 7월 27일 해수욕장이 개장하면서 학암포로 고쳐 불렀다.

분점포 유래는 동이, 항아리 등 질그릇을 수출하면서 포구의 명칭을 분점(盆店)이라고 불렀다. 즉, 동이 등을 만들어 수출하고 내수용으로 가게서 시판(市販)했는데 동이분(盆)자와 가게 점(店)자를 붙여 분점이라고 불렀다.

소분점도와 모래해변
소분점도와 모래해변

분점포는 무역항으로 활기가 띠면서 근해 어업기지로서 대형 선박까지 수많은 어선이 드나들었던 어항이었다. 꽃게 등 고기잡이를 마치고 만선으로 돌아오는 배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어선들은 저마다 색색의 깃발을 휘날리며 포구로 들어섰는데, 분점포 상인과 주민들은 깃발의 개수를 보고 이날 선박의 어획량과 수익금을 점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암포는 어선이 몰려들면서 전국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봄이면 학암포는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꽃놀이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서당의 훈장이 학생들을 인솔하고 학암포에서 글을 짓고 자연과 소통했고 지역 유지와 유생들 또한 한시를 짓고 읊조렸다.

특히 학암포 앞 바다를 오가는 어선들의 황포 돛대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편마암과 편암으로 이뤄진 바위에는 유생들이 지은 한시가 새겨져 있었는데 지금은 해풍과 파도에 씻기어 흔적들이 사라졌다. 그렇게 학암포를 찾은 사람들은 학암포 절벽 위에서 툭 트인 서해를 조망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앞 바다로는 점점이 섬들이 펼쳐졌는데 지금도 옹진군의 선갑도, 울도, 덕적도 등이 보인다.

학암포방파제등대
학암포방파제등대

학암포 방파제등대는 많은 선박들을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방파제등대는 붉은 색 원형 콘크리트 구조로 등대 높이는 8.8m. 등대는 해수면으로부터는 17.8m 높이에서 13km 먼 바다 선박까지 불빛을 비춰준다. 등대는 평수구역의 기준선이기도 하다. 평수구역이란 항만법에 의한 항만구역, 항해구역을 말하는데 제1구부터 제18구까지 지정돼 있다. 제4구가 황해도 옹진군 독순항~대연평도~덕적도~ 문갑도 장안서 등대~충청남도 태안군 학암포 방파제 등대 앞까지다.

학암포 방파제등대는 지금도 걷기여행자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학암포 낚시 포인트는 학암포 방파제, 분점도 갯바위 우측, 분점도 갯바위 좌측이다. 방파제등대 아래에서는 우럭, 도다리, 광어, 감성돔, 삼치, 고등어 등이 주어종이다. 분점도 갯바위 우측 갯바위낚시는 감성돔 입질이 탁월하다. 분점도 갯바위 좌측에서는 찌낚시로 삼치, 고등어 입질이 좋다. 해안에는 여기저기 굴과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조개잡기 체험코스로 좋다.

장안사퇴에서 어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승무 춤사위(사진=태안군 제공)
장안사퇴에서 어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승무 춤사위(사진=태안군 제공)

학암포해수욕장은 길이 1.5km, 폭 80m로 아주 곱고 고요한 해변이다. 해변은 사구가 발달했다. 태안은 해안선이 매우 복잡해 만과 반도가 발달한 지역이고 고도가 낮은 구릉성 산지로 인해 겨울철 북서풍이 불고, 바람이 해안선과 직각 방향으로 불어와서 퇴적물이 해안가로 쓸린다. 그래서 사구가 형성된다.

모래가 쌓이면서 모래 속으로 빗물이 침투해 지하수가 만들어지고 그 지하수가 지대가 낮은 사구 뒤편으로 흘러 배후습지를 만들어지는데 이를 ‘사구습지’라고 부른다. 사구습지는 보통 해안가에 형성되지만 민물이고 수질이 맑다. 이런 자연환경 탓에 학암포 사구습지에는 동백, 난초 등 희귀 동·식물들이 다수 서식한다.

특히,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016년 7월 학암포에서 조류 가락지부착 조사를 진행하던 중에 러시아 연해주에서 날아온 ‘숲새’와 태국 만나이섬에서 날아온 ‘쇠개개비’를 확인한 바 있다.

러시아 연해주 숲새가 862km 떨어진 학암포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숲새의 발견은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등 월동지로부터 러시아, 일본, 국내 번식지로 북상하는 숲새의 중요한 이동경로가 학암포임을 확인한 첫 사례다. 또, 그해 6월 태국 만나이섬에서 가락지를 부착한 쇠개개비가 3636km 떨어진 학암포에서 발견됐다. 이 역시 쇠개개비의 이동경로가 태국으로부터 확인된 첫 기록이다.

학 조형물
학 조형물

학암포에서 3km 앞 바다에는 1300만㎡의 거대한 모래퇴적 지대인 ‘장안사퇴’가 있다. 한 달에 두 번 찾아오는 대조기에 볼 수 있는 이국적 풍경이 펼쳐진다. 대조기는 지구와 달이 가장 가까워진 시기로 평소보다 해수면이 높고 조류 흐름이 강한 시기를 말한다. 매달 음력 그믐이나 보름 뒤 3~4일 정도 바다가 갈라진다. 양쪽으로 바다가 갈라지고 중앙에 모래섬이 생긴다.

이 모래섬은 길이가 12㎞, 폭 4㎞, 최대 높이 35m 규모다. 주민들은 예부터 이 모래섬이 학암포의 해일을 막아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 방파제’라고 부르는 일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행객들은 이 광경을 ‘한국의 몰디브’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모래벌판이 드러나면 가마우지 등 새떼가 모여들어 먹이를 쫒는다. 모래섬은 큰 모래와 몽돌로 이뤄져 있다. 꽃게·넙치 등 해양생물의 서식처 역할을 해준다. 가세로 태안군수는 환황해권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군정 전략의 하나로 이 장안사퇴를 활용한 학암포 복합 관광거점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암포에서는 매년 ‘학암포 붉은노을 축제’도 열린다. 축제는 국악・가요 공연, 해변버스킹, 붉은노을 콘서트, 오페라 갈라쇼, 바다사랑 그림 그리기대회, 석고방향제 만들기, 모래조각 만들기, 독살체험, 해녀 물질쇼,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꽃게잡이 통발
꽃게잡이 통발

학암포 겨울 먹거리로는 태안바다의 대명사인 새조개 데침, 피로회복에 좋은 겨울별미 숭어회, 국물이 시원한 물텀뱅이탕이 있다. 태안에서는 물메기를 물텀뱅이라 부르는데 시원한 맛 때문에 해장국으로 인기가 좋다. 고단백인 겨울 생굴·무침회, 구수한 맛의 우럭젓국은 태안과 서산의 전통음식이다. 자연산 우럭포를 먹기 좋게 잘라 쌀뜨물에 파, 고추 등을 넣어 푹 끓여 만든다.

학암포 해변에는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수산시장, 횟집, 글램핑, 카라반, 캠핑장, 숙박,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주변 연계 여행 코스는 신두리 사구, 두웅습지, 신두리해수욕장, 구례포해수욕장이 있다.

학암포로가는 길은 당진-영덕고속국도를 타고 당진까지 간 다음 서해안고속국도로 갈아타고 서산IC에서 빠진다. 32번 국도를 타고 태안읍으로 들어온 뒤 634번 지방도를 타고 끝까지 가면 학암포다. 문의: 태안군 문화관광과(041-670-241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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