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 대통령공약 겨냥하나?

<김주언 칼럼> 검찰의 월성원전 수사, 대통령공약 겨냥하나?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11.2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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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영구정지된 원전월성 1호기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럽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영구정지를 결정한 데 대해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한 뒤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들을 고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야당이 관련자들을 고발한 지 2주일만에 한수원 등 해당기관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탈원전정책은 문재인대통령의 공약이자 주요정책이다. 이를 놓고 ‘정부정책에 대한 수사는 수사권 남용’이라는 여당과 ‘탈원전은 사기극’이라는 야당의 정쟁으로 비화했다.
민주당 이낙연대표는 “정치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검찰은 위험하고 무모한 폭주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은 문재인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중요정책으로 이에 대한 수사는 검찰이 정부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은 “감사결과 다수의 위법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는데, 수사기관이 묵과한다면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주호영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이야말로 자해정책”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원전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닌 집행과정의 형사적 문제를 수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힘이 고발한 사건인 데다 수사의 칼날이 청와대를 향하고 있어 정치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다. 대전지검은 산업부 한수원 가스공사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벌였고 원전폐쇄 결정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조사대상에는 청와대에 파견됐던 산업부 공무원들도 끼어 있다. 이들이 청와대 윗선의 부적절한 지시를 받았는지 검찰이 들여다보려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월성1호기는 1983년 4월22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설계수명은 30년으로 2013년 가동을 멈췄다. 그러나 원안위는 2015년 3년째 가동이 멈춘 월성1호기를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하도록 허가했다. 이에 반발하여 3개월뒤 국민소송이 이뤄졌다. 2000명 이상 시민이 원안위를 대상으로 수명연장허가 무효 국민소송을 제기했다. 민변 등 32명으로 구성된 국민소송 대리인단이 변론에 나서 2년여만에 승소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계속운전 허가처분 취소’를 결정했다. 연장처분을 무효가 아닌 취소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한수원은 2018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월성1호기의 조기폐쇄를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민주당대표 시절 영화 ‘판도라’를 관람한 뒤 “비록 확률이 수백만분의 1밖에 안되더라도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은 문대통령이 영화관람 후 탈원전 결심을 했다고 비판했으나 문대통령은 2013년부터 꾸준히 탈원전 목소리를 내왔던 셈이다.
야당은 한수원이 경제성 평가를 축소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한수원이 의결 3개월 전에 내놓은 분석보고서에서 월성원전 계속가동이 중단보다 이익이라고 평가한 것 등이 근거가 됐다. 원안위는 감사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해말 월성1호기의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경제성 평가와 별개로 안전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감사원은 최근 경제성이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과정을 두고 감사원과 피감기관은 서로 비난했다. 감사원은 정치권의 간섭과 압력, 산업부와 한수원 등 피감기관의 조사방해가 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피감기관들은 감사원이 결론에 끼워맞추기 위해 강압적 조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폐쇄결정은 경제성만 아니라 안전성 지역수용성 등을 고려한 것인데도 경제성만을 기준으로 ‘예스 아니면 노’식으로 답변하도록 몰아갔다는 것이다. 더구나 위압적 분위기에서 피조사자 진술을 기록에서 빼는 등 ‘폐쇄결정이 잘못됐다’는 결론에 꿰맞추기 위해 조사했다는 주장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말도 도마에 올랐다. 최원장은 국감에서 “감사저항이 이렇게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라고 토로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원장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정책에 회의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말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이 그것이다. 탈핵단체들은 최원장의 동서가 원전업계에서 일해 친원전논리에 경도돼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하지 않았는데도 국민의 힘이 고발한 지 2주일만에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검을 방문한 지 1주일만에 전격수사가 이뤄졌다. “야당과 일부 정치검찰이 짜고 정부를 공격한다”는 의혹을 받는 부분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이번 수사는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며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사대상으로 삼는 것은 과잉 수사”라고 지적했다. 수사권을 남용해 국정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수위를 넘는 국정 흔들기라는 주장이다.
시민사회는 맞불을 놓았다. 시민사회는 최원장과 감사관들을 직권남용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 대리인단은 “월성1호기 폐쇄결정이 부당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정치적 목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영기변호사는 “최재형감사원장은 탈원전정책 반대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피조사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아무도 못 건드린다는 오만불손함으로 감찰권력을 무소불위로 휘두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서도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월성원전은 가압중수로이다. 캐나다에서 도입한 캔두(CANDU)형이다. 냉각수로 경수가 아닌 중수를 사용하고 연료는 천연우라늄을 쓴다. 경수는 일반물이며 중수는 방사능을 함유한 물이다. 월성원전 6기중 4개가 캔두형이다. 월성1호기는 그동안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4차례의 레벨2사고중 월성1호기에서만 두차례 일어났다. 중수누출 사고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설정한 원전사고등급은 레벨0에서 레벨7까지 8등급으로 분류한다. 레벨2는 안전계통의 재평가가 요구되는 고장으로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수준은 아니다.
원전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사고처럼 치명적이다.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데 대해 한국 등 주변국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원전마피아들은 원전이 경제성이 뛰어나고 안전하기 때문에 안정적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한다.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은 석유나 가스 등에 비해 저렴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발전비용만 따진다면 경제성이 높다. 그러나 폐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이나 핵폐기물처리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우월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원전은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을 일으킨다. 특히 한국의 원전은 인구밀집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십기의 원전이 자리잡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원전이 밀집된 고리지역 반경 30km 이내에는 340만명이 사는데 원전사고가 일어난다면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며 “원전 추가건설을 막고 탈핵 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 등 선진국이 탈원전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고발로 촉발된 월성원전 수사가 탈원전정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검찰의 발언을 믿고 싶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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