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의 관풍(觀風)> 볼썽사납게 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 우리는 영향 받지 않을까?

<김성의 관풍(觀風)> 볼썽사납게 된 미국의 대통령 선거, 우리는 영향 받지 않을까?

  • 기자명 김성
  • 입력 2020.11.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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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모범국가인 미국에서 46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볼썽사나운 모습만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측은 여전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4년간 국제사회의 지도자답지 않게 저속한 발언과 기행을 일삼았던 그가 노동문제, 경제회복, 코로나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했으니 대선에서 낙선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따르는 극렬 지지자가 무시하지 못할 만큼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또 미국 정가에서는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하여 그의 지난날 행보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4년 전 트럼프, 위기상황에서 ‘선동’으로 당선

4년 전인 2016년 11월 9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개표 하루만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축하전화를 받고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었다. 개표 일주일이 넘도록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이번 대선과는 대조적이었다. 2016년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후보 지지율은 트럼프보다 3~4%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여론조사를 뒤엎고 당선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트럼프는 원래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은 부동산업자였다. 그가 부동산 재벌로 자리를 굳힌 후에는 2004년부터 참가자들이 트럼프 기업 입사를 위해 경쟁하는 미국 NBC방송의 리얼리티 TV쇼를 오랫동안 진행하면서 미국 국민에게 잘 알려진 방송인이 됐다. 그러다가 2016년 공화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당시 미국의 경제사정은 좋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의 후유증, 실업률 증가, 소득 양극화 등이 겹쳐 사회적 불만이 높았다. 국제적으로도 중국이 부상하고, 화약고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도적 역할은 약화됐다. 트럼프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틈 타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특히 실업(失業)이 늘어나고 있는 북부 러스트벨트지역의 백인 노동자들을 집중공략했다. 미국의 풀뿌리 민심을 향해 우리나라에서 1950년대 선거공약으로 등장했던 ‘못살겠다 갈아보자’ 전술을 편 것이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제자리걸음 하고 있는 월급봉투에 불만이 컸다.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쿠바 이민자들도 오바마 대통령의 좌익 카스트로 정권과의 관계개선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또 하나,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8년간 집권한데 이어 다시 여성인 클린턴이 출마하자 보수적인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트럼프는 막말의 명수였다. 그는 유세를 다니며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로 치부하고,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주한미군 철수 등 극단적인 보호주의 공약을 내세웠다. 그의 공약은 수준 이하로 평가됐지만 현실에서는 불만투성이 대중들로부터 격한 지지를 받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트럼피즘(Trumpism)이라고 불렀다. 

국민을 현혹시킨 ‘우편투표 사기’ 주장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내세운 또 하나의 주장은 “캘리포니아, 버지니아, 뉴햄프셔주에서 대량의 부정 투표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증거도 없었지만 이것이 먹혀들어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올해 대선에서도 같은 수법을 썼다. 오랫동안 일상화된 우편투표를 가지고 시비를 걸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각 주는 우편투표를 권장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원은 61%가, 공화당은 42%가 우편투표를 선호한다고 나타나자 위기감을 느낀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우편투표는 사기”라는 주장을 계속 날렸다. 
2016년 대선에서 개표 15일이 지난 뒤, 클린턴의 득표수는 6422만 3986표(48.1%), 트럼프는 6220만 6395표(46.6%)였다. 클린턴이 200여만표(1.5%포인트)를 더 얻었지만 선거인단에서는 232대 306으로 패배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두 득표수 모두 바이든을 이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트럼피즘을 신봉하는 극단적 지지자들을 조직화한 뒤 4년 뒤를 보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게 아니냐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때는 얼마나 더 ‘민주주의 진흙탕 국가’가 될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는 ‘트럼프 현상’이 없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트럼피즘이나 트럼프 현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말고’식의 막무가내 현상은 없는 걸까? 트럼프가 당선되던 때를 전후하여 미국 대선의 영향을 받아 영국에서는  EU를 탈퇴하자는 블랙시트운동이 일어났고,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도 대안(代案) 없이 기득권을 거부하는 혼란이 속출했다.
한국에서는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 새로 집권한 19대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FTA 재협상, 주한미군 주둔비 5배 인상요구 등의 압력으로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계속되자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시위대가 태극기를 앞세우고 나타났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종교계 일부세력과 보수적 사고가 깊게 뿌리박힌 연장자세대가 중심이 되어 ‘박근혜 석방’으로부터 ‘문재인이 북한에 나라를 팔아먹으려 한다’는 황당무계한 주장까지 터져 나왔다. 반면 FTA 재협상이나 과도한 방위비 요구에 반대하는 시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21대 총선을 부정선거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실여부가 아니라 이슈선점이었다. 트럼프의 전략과 유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럼프 현상이 지속될지 여부는 정치에 달려 있다. 정치가 혁신을 외면하고 기득권화하거나 주택정책 및 사회복지의 안정화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국민적 불만이 폭발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 대통령 선거도 1년 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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