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포퓰리스트’트럼프의 퇴장과 ‘온건주의자’ 바이든의 등장

<김주언 칼럼> ‘포퓰리스트’트럼프의 퇴장과 ‘온건주의자’ 바이든의 등장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11.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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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바이든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의 여신은 대역전극을 펼친 바이든의 손을 들어 주었다. 아직 개표가 완전히 끝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을 펼치면서 불복하고 나섰지만 전세가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조 바이든 당선자는 승리를 선언한 이후 정권인수 준비에 나섰다. 내년 1월 바이든 당선자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세계질서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위한 북미대화의 향방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 모범국가라던 미국의 추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부정선거라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고 불복을 선언했다. 승복을 권유하는 측근의 충언을 무시한 막무가내였다. 바이든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혼란이 지속될 우려가 나온다. 특히 극심하게 분열된 미국사회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기간 내내 인종차별을 부추기고 음모론을 내세웠다. 지지자들은 무장한 채 민주당 주지사를 납치하려 모의했고 바이든후보 유세차량을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과 막말은 재임기간 내내 이어졌다. 자신을 비판하는 보도는 모두 가짜뉴스로 매도했다. 자신에 불리한 여론조사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24만명이 사망했는데도 “과학을 믿지 않아도 된다”고 외쳐댔다. 결국 자신도 감염됐으나 그는 “나를 봐라. 코로나에 걸려도 멀쩡하게 살아 있지 않느냐”고 선동했다. 추종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유세장에 모여 열광했다. 마치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의 명언(?)이 들어 맞는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결과에 불복을 선언했다. 1896년 대선에서 패배한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민주당후보가 축하전보를 보낸 뒤 전통으로 정착된 승복선언이 124년만에 깨진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한 것은 28년만이다.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는 11번째이다. 최근 100년동안 재선하지 못한 현직 대통령은 윌리엄 태프트, 허버트 후버, 제럴드 포드, 지미 카터, 조지 H.W. 부시 등 5명뿐이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승자와 패자의 득표수가 7000만표를 넘어 종전 최다득표기록을 넘어섰다.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었던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으로 중단됐던 검찰수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을 지렛대로 바이든 당선자측과 거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성관계를 주장한 여성 2명의 입을 막기 위해 거액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이를 파헤치다가 금융 납세 보험 사기 의혹으로 확대됐다. 검찰은 트럼프와 트럼프그룹의 8년치 납세자료제출을 요청했으나 면책특권을 내세워 거부하면서 기나긴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역사학자 맥스  부트는 코로나19 참사를 막아내지 못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부트는 선거 이전 워싱턴포스트 칼럼을 통해 코로나19가 보건과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역사적 수준임을 지적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90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으나 코로나19에 따른 2주동안 실업청구는 1000만건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1945년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 사망자보다 많다. 부트는 언론과 정부관리 등의 경종을 묵살한 사실을 중대한 실책으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실패로 포퓰리즘 정치를 내세우는 세계 정상들의 권력이 쇠퇴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 포퓰리즘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또는 암묵적 지지에 의존해온 세계 포퓰리즘 정부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 인물로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 정치지형은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의 물결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부터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까지 세계 포퓰리즘 정치인의 행보는 트럼프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닮아 있었다. 우파 정치논리에 치우쳐 반기득권과 이민반대 정책에 힘을 싣는 경향을 보였다. 국제화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2016년 영국에서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브렉시트는 트럼프대통령의 선거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맞닿아 있다.
바이든 당선자는 승리를 선언하면서 ‘치유’와 ‘통합’을 가장 많이 거론했다. 힘이 아니라 모범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4년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정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다. 그는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를 꼽고 TF형태의 자문단을 꾸렸다. 또한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주도의 다자주의라는 트럼프 이전의 국제질서를 복원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파리기후협약 및 세계보건기구 탈퇴는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의 상징이다.
바이든 선언은 미국의 세계무대 복귀를 천명한 것이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나는 미국 민주주의와 동맹을 새롭게 하고, 미국의 경제적 미래를 보호하고, 다시 미국이 세계를 지도하도록 하는 즉각적 조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무대 복귀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회복, 동맹 복원, 미중관계 재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어왔던 트럼프정부의 흔적들도 털어낼 것이다. 무슬림국가 국민의 입국금지와 이민제한 조처를 철회하고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가장 주목할 분야는 북미관계의 전망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한 전략이기 때문에 스스로 가져올 리 없다”고 전망했다. 김원장은 “그때는 북한이 핵무장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방치한 것”이라며 “북한이 매일 핵전력을 증강하는 상황이라 정책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식 북미정상회담을 하지는 않겠다면서도 “비핵화로 전진시키는 실질적 전략의 일부로 김정은과 기꺼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활용해야 할 부분이다.
바이든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자신이 주장해왔던 ‘통합’을 이뤄냈다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내내 인종차별적이고 분열적 메시지를 쏟아냈다. 지지자들은 바이든 유세차량까지 공격하며 갈등을 조장했다. 트럼프의 ‘파괴적 리더십’이 낳은 정치적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했다. 바이든은 이를 뛰어넘는 구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트럼프가 바이든과 민주당에 사회주의 색깔을 입히려 했지만, 온건성향의 바이든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진영은 ‘반 트럼프’로 뭉친 세력이었다. 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 부인 신디 매케인, 콜린 파월 전 국무부장관 등 공화당 온건파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진보그룹 등이 모였다. 바이든 진영이 ‘무지개 연합군’이었던 데 비해 트럼프 진영은 ‘단일세력’이었다. 이들은 ‘트럼피즘’(트럼프의 극단적 주장에 열광하는 현상)을 내세워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시키려 노력할 것이다. 이들중 많은 사람이 의회에 진출했다. 새로운 리더십으로 진영을 통합하고 트럼피스트들의 발호를 막아 미국을 재건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바이든 당선자의 어깨에 걸려 있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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