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종편의 태생적 한계 드러낸 MBN 업무정지

<김주언 칼럼> 종편의 태생적 한계 드러낸 MBN 업무정지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1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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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의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은 종편정책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10여년 전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권이 밀어붙였던 종편이 근본적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승인과정에서 불법을 걸러내지 못한 당시 심사위원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시장이 포화상태였는데도 지상파와 같은 방송사업자를 4개나 허용하면서 편법이 난무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막말을 쏟아내 언론생태계를 어지럽히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솜방망이 징계에 그쳤을 뿐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4개의 보수신문이 방송사업에 진출함으로써 편향보도로 국민의 사고와 가치관을 획일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정권은 막무가내였다. 실제로 10년동안 종편은 정치적 편향성과 막말로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낳았다. 종편 4개채널 중 JTBC를 제외한 3개사가 재승인 심판대에 올랐다. MBN에 이어 법정제재 6건으로 재승인조건을 위반한 TV조선과 ‘검언유착’ 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채널A도 자유롭지는 않다.
방통위는 자본금을 불법 충당해 방송사 승인을 받은 MBN에 대해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MBN은 6개월 동안 방송을 중단하고 영업활동을 못하게 된다. 다만 행정처분통보 시점으로부터 6개월 동안 유예기간을 줬다. 업무정지로 인한 시청자와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방통위는 MBN과 대표자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MBN은 방통위 처분 전날 장승준사장이 사퇴하는 등 혁신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앞으로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의 조처는 종편에 내려진 제재 가운데 가장 강하다. 그동안 종편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가 숱하게 드러났지만 방통위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MBN이 종편채널을 승인받기 위해 저지른 불법행위는 원인무효에 해당하는 결격사유이다. 방송법 18조는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방통위의 책임방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게다가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확정판결때까지 행정처분효력이 정지된다. 방송중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여서 ‘무늬만 영업정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MBN은 승인신청 당시 최소 납입자본금 3000억원의 투자유치가 어려워지자 은행에서 560억원을 대출받아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샀다. 이를 감추기 위해 몇년간 회계를 조작했고 허위자료를 방통위에 제출해 두번이나 재승인 심사를 통과했다. 공적 책무를 지닌 방송사가 한 행위라고 믿기 어려운 일이다. MBN도 불법을 인정했고 1심 법원은 7월 유죄판결을 내리고 경영진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법조계와 학계 등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청문위원회는 MBN 경영진을 불러 진행한 청문회 이후 “승인취소가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는 승인취소에 따른 시청권침해와 실직 등을 우려해 제재 수위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인을 취소하더라도 고용승계를 전제로 새 사업자를 물색할 때까지 시한부로 방송중단을 유예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었다. 유죄선고를 받은 경영진이 자리를 지키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데다 전회장은 36억원에 가까운 퇴직금을 받고 나가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위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600억대 회계조작 MBN에 ‘6개월 유예’ 업무정지라니 언론은 어떤 불법을 저질러도 치외법권인가”라고 지적했다. “‘불법 백화점’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랄 만큼 다양한 범죄행위를 벌여온 MBN에 또다시 ‘봐주기’ 처분을 했다”는 비판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도 “규제기관의 권위를 스스로 좀먹고 민방사주들의 일탈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업무정지가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방통위는 그동안 심사에서 재승인 취소를 결정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조건을 붙여 재허가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건을 제대로 이행한 방송사는 거의 없다.
OBS는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역할 등을 조건으로 재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대주주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최근 백상학 회장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폐업하겠다고 겁박하고 나섰다. SBS도 마찬가지다. 재허가를 받을 때마다 방송을 사유화하기 않겠다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방통위는 TV홀딩스의 SBS 지배를 조건부로 승인했지만 약속의 당사자인 윤석민 회장은 종사자 대표와의 대화마저 거부하며 재허가 조건을 뭉개고 있다. 
TV조선은 4월 재승인 심사에서 공적책임과 공정성 항목에서 점수과락으로 탈락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방송심의규정(공정성 등)위반 법정제재 매년 5건 이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올해들어 6번째 법정제재를 받아 재승인취소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해 TV조선은 3건의 법정제재취소 요구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는 소송결과가 나와야 재승인 조건 위반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소송 결과가 확정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장담하기 어렵다. 재승인 기한이 지날지도 모른다. 
종편은 탄생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지만, 각종 특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의무전송이 대표적 특혜였다. 의무전송채널은 KBS1 EBS와 종교 지역채널에 국한돼 있었으나 여기에 종편이 포함된 것이다. KBS2 MBC SBS는 지상파 방송이지만 의무전송 대상이 아니다. 의무전송은 8년만에 폐지됐으나 유선방송이나 위성방송, IPTV에서 송출하지 않는 종편채널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낮은 번호의 채널을 받을 수 있도록 배정했다. 지상파와 인접한 채널을 배정받아 시청률을 높이고 이를 통해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종편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수 있었다. KBS와 MBC는 방송광고공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광고를 수주해야 한다. 편성에서도 지상파보다 자율성이 높아졌다. 국내제작이나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비율이 지상파방송에 비해 규제가 적다. 또한 중간광고를 내보낼 수 있는 데다 공익광고 의무편성비율도 낮아 상업광고 방송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특히 방송사업자가 광고매출액의 6%이내에서 징수하는 방송발전기금 징수도 유예받았다. 
종편은 출범 10년이 되면서 지상파에 버금가는 채널로 성장했다. 따라서 언론계와 시민사회는 지상파 방송과 종편 채널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의무전송만 폐지됐을 뿐이다. 지상파 방송도 중간광고를 허용할 방침이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광고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는 신문 등 다른 매체의 반발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KBS가 추진중인 수신료 인상 등 방송사 재원확보를 위한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내 방송산업은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했다. 게다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매출 하락으로 비틀거리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통신사와의 합병으로 퇴출전략을 취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투자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디어환경에 걸맞는 정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합의기구인 미디어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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