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어촌의 감성, 풋풋한 섬사람들 정서, 잊을 수 없는 추억 한 모금

한적한 어촌의 감성, 풋풋한 섬사람들 정서, 잊을 수 없는 추억 한 모금

  • 기자명 박상건 소장
  • 입력 2020.10.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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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 여행] <104> 전라남도 강진군 마량포구・가우도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전남 강진은 전남 3대 강의 하나인 탐진강의 물줄기를 이어받아 들판을 적시고 그 물줄기는 이내 강진만을 통해 바다로 나아간다.

강진군은 1개 읍 소재지와 10개면으로 구성돼 있다. 강진군은 500.96㎢ 면적에 9월 현재 기준으로 3만4749명이 거주한다. 강진군 해안선은 81.59㎞이고 8개 섬이 있는데 유인도가 1개, 무인도 7개다.

김영랑 생가와 시비
김영랑 생가와 시비

강진만 여행코스는 트레킹, 자전거 여행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길이 펼쳐진다. 길은 해변과 바짝 붙어 있어 운치가 더한다. 강진만을 따라 둘러진 18번 군도는 해안도로로 파도소리 갯바람이 동행한다. 강진만 서쪽에 23번 국도가 자리하는데 18번 군도는 다산초당, 강진만을 따라 해남 방향의 길이 있다. 23번 국도는 칠량면, 고려청자 박물관, 그리고 마량포구로 이어진다. 마량은 20.10㎢ 면적에 1811명이 거주하는 면소재지다.

강진 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김영랑 시인 생가를 먼저 돌아보고 23번 국도를 따라갔다. 18km 지점 미산마을 4거리에서 정수사 방면 군도 12호선을 조금 더 달리면 고려청자 도요지다. 한국미술 5천년 역사의 정수인 고려청자. 맑고 영롱한 비색으로 시대를 초월해 옛 도공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준다. 이곳에서 만난 도예작가 윤도현 씨는 “도예왕국의 전통과 신비한 진면목을 하나하나 벗기면서 인생을 흙에 묻혀 살아가려 한다”면서 양팔에 송진과 흙으로 빚어 운학무늬 병에 무늬를 그려 넣고 있었다.

백련사와 사색의 길
백련사와 사색의 길

마량항으로 향하면서 바다가 펼쳐지는데 문득, 흑산도로 유배 간 정약전 선생이 떠올랐다. 강진으로 유배된 정약용 선생의 형이다. 다산은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 실학사상을 설파했다. 그러나 외세를 배척하고 불교문화와 유교사상, 즉 인간과 자연의 일치를 주장한 성리학을 장려하는 세도의 권력에 탄압을 받았다.

약전의 사위 황사영이 조선에서 일어난 천주교를 탄압하는 사건들을 적어 청나라 주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써 보내려다 발각됐다. 이른바 ‘황사영 백서사건’. 이 일로 황사영은 사형되고 다산과 형 정약전 선생은 공범으로 지목돼 유배됐다.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돼 불후의 수산전문서인 ‘자산어보’를 남겼고 정약용 선생은 해양경영서 ‘경세유표’ 등 여러 저서를 남겼다.

강진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만덕산 기슭에 다산초당이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18년 중 10여 년을 보낸 곳이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600여권에 달하는 조선조 후기 실학을 집대성했던 명소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이어진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선생이 백련사의 명승 아암 혜장선사를 만나기 위해 오가던 800m 사색의 길이다. 걸어서 30분 정도 소요되는데 동백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길은 강진여행 길에 꼭 한번 가봐야 할 걷기코스다.

마량포구
마량포구

그렇게 역사의 숨결이 깊고, 의연하게 흐르는 강진만 맞은편에 명량해협의 진도와 화원반도, 아랫녘에 장보고 청해진 완도가 있다. 강진만은 지형이 두 갈래의 나무뿌리 모양이다. 이 두 지형 사이에 가우도가 있고 마량포구는 강진 서남부 최남단에 위치한다.

마량포구는 한적한 어촌의 감성을 타고났다. 풋풋한 섬사람들의 정서가 출렁인다. 행정구역상 강진군에 속하지만 이곳 포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완도군에 속하는 고금도, 금일도, 금당도, 생일도, 장흥 회진포 사람들이다. 최근에 인근 섬들로 연륙교가 개통돼 연계 여행에 좋다.

마량포구 등대와 낚시
마량포구 등대와 낚시
마량포구 방파제등대
마량포구 방파제등대

마량포구의 명소는 방파제등대다. 사람과 배가 오가는 곳에는 등대가 있다. 연중 꺼지지 않는 등불로 바다와 섬사람들의 인생길을 밝혀주고 사계절 강태공들의 낚시 포인트 역할을 한다. 마량항 방파제등대는 두 개인데 포구 왼쪽 붉은 등대는 ‘마량항동방파제 등대’다. 이 등대는 밤이면 4초에 한 번씩 포구를 비춘다. 작은 것 같은 이 불빛이 지리적으로 11마일 해상까지 가 닿는다.

반대편 하얀 등대는 ‘마량항중방파제등대’인데 녹색 불빛이다. 4초에 한 번씩 반짝이는데 지리적으로 11마일, 광학적으로는 7마일 해상까지 비춘다. 이들 무인등대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서 원격 조정한다.

마량놀토수산시장은 남해안 최고의 수산시장으로 거듭났다. 인근 섬과 강진 일대의 토산품이 다양하게 선보인다. 주말이면 토요음악회와 다양한 레저 프로그램이 더해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우도 전경(사진=강진군)
가우도 전경(사진=강진군)

마량포구 앞에 상록수림의 무인도 까막섬이 있다. 돔과 우럭이 많이 잡힌다. 완도로 이어지는 청정해역에서는 선상낚시나 보트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전국 낚시 대회가 열릴 정도로 천혜의 낚시터.

마량향 가는 길은 광주와 목포에서 강진읍에서 국도 23호선을 이용하는 방법과 강진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강진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마량포구까지 30분 소요된다.

강진군의 유일한 유인도가 가우도다. 전라남도가 ‘가고싶은 섬’으로 선정한 섬이기도 하다. 가우도 지명 유래는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에 해당되고, 섬의 생김새가 소(牛)의 멍에에 해당 된다하여 멍에 ‘가(駕)’자를 써 ‘가우도(駕牛島)’라고 부른다.

가우도로 가는 출렁다리
가우도로 가는 출렁다리

가우도는 강진 대구면을 잇는 438m 저두출렁다리와 도암면을 잇는 716m 망호출렁다리에 연결돼 있다. 저두출렁다리와 망호출렁다리 야경이 일품이다. 다양하게 바뀌는 조명은 강진에서 가장 화려한 아경으로 꼽는다. 노을과 어우러진 출렁다리 풍경이 일품이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2.5km 생태탐방로인 ‘함께해(海)길’은 산과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다. 이 구간은 도보 1시간 30분 내외가 소요된다.

가우도 정상에 25m 높이의 청자타워에서 강진만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가우도에서 제트보트나 요트 등 레저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 복합낚시공원에서는 낚시를 즐기고 짚트랙 등도 이용할 수 있다. 활강하는 짚트랙을 통해 하늘을 나는 스릴감, 약 1km 구간인데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해안까지 이동한다.

섬사랑시인학교 가우도 캠프에서 밴드공연 모습
섬사랑시인학교 가우도 캠프에서 밴드공연 모습

가우도에는 격조 있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접할 수도 있다. 김충호 강진 미술협회장은 “지역문화예술을 접목한 관광산업 육성은 이승옥 강진군수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면서 “강진군 여러 화가 등 예술가들과 함께 품격 있는 문화예술의 고향 만들기에 매진하려 한다”고 전했다.

매년 섬과 등대에서 열리는 섬사랑시인학교 가우도 캠프가 햇살 좋은 봄날 1박2일 일정으로 열리기도 했다. 섬사랑시인학교는 ‘모란이 피기까지’의 시인 김영랑 생가와 다산초당, 고려청자 등 문화유적지와 마량포구 등 해안선을 따라가는 문학기행과 해변시낭송, 해변백일장, 깃발전, 풀피리 연주, 팝 댄스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0월 6일자 8면
데일리스포츠한국 2020년 10월 6일자 8면

가우도 한옥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강진 출신 이수희 시인 등 백학기 등 전국의 문화예술인과 참가자들이 어우러져 뜻깊은 창작체험과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잊을 수 없는 강진의 추억을 일궜다. 문의: 강진군청(061-430-3114)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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