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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디지털 신상공개’ 사적응징인가 공익활동인가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0.09.2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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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 유해 및 불법정보가 75%이상 돼야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다.” “사이트 특성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겨날 수 있다. ” 방송통신심의위 통신소위의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에 대한 심의에서 벌어진 논란이다. 통신소위는 위원 5명으로 구성돼 전체회의에 앞서 실시하는 예비심의이다. 소위는 ‘해당없음’ 3명 대 ‘접속차단’ 2명으로 갈라져 ‘의결보류’로 결론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는 디지털 교도소를 긴급안건으로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해당없음을 주장한 위원들은 “공적 질서를 위반한다는 데 동의하지만 공적 이익을 얻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명예훼손이나 신상공개 원칙을 위반한 게시글을 개별적으로 심의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반면 접속차단을 주장한 위원들은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불법정보비율이 미미하지만 예견되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사법부의 기능을 부정한 점을 감안할 때 접속이 차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위법해선 안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자와 아동학대범 신상공개 사이트이다. 범죄자 응징을 명분으로 내세워 신상을 공개함으로써 사적 제재를 가해왔다. 성범죄자를 솜방망이 처벌해온 사법부에 대한 공분을 바탕으로 호응을 얻어왔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해 인권침해를 자행한 사실이 밝혀져 비판여론이 일었다. 성범죄자로 지목된 대학생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대학교수에 대한 허위내용이 올라갔다. 격투기 출신 유튜버는 동명이인으로 잘못 올려졌다. 디지털 교도소는 1기 운영진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현재 2기 운영진이 이어받았다.
디지털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단체대화방
‘주홍글씨’ 운영자도 잠적했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에 대한 경찰의 인터폴 공조수사가 본격화한 시점이었다. 아이디 ‘중국전문’을 사용하는 운영자는 “강력범죄자들 추적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악마를 잡기 위해 악마가 됐던 것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홍글씨는 ‘n번방 사건’이 불거진 뒤 성 착취음란물을 제작 구매 관람한 남성들을 찾아내 이름과 나이 휴대전화번호 직업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들은 자경단을 자처했다.
주홍글씨는 경찰의 결정 이전에 n번방 활동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박사’ 조주빈과 공범 ‘부따’ 강훈, 육군일병 ‘이기야’ 이원호, n번방을 만든 ‘갓갓’ 문형욱 등이 그들이다. 텔레그램에서 구매자에게 접근해 음란물을 제공한 뒤 신상정보를 캐내는 방법을 주로 썼다. 최근에는 지인의 사진을 성착취물에 합성시키는 이른바 ‘지인능욕’을 시도한 남성의 실명과 휴대전화번호 등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잠적한 ‘중국전문’을 비롯해 자경단, 텔레그램 채팅방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와 주홍글씨는 강력범 신상공개라는 공익을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정부나 공식 단체가 운영하지 않는다. 운영자가 자의적으로 그럴듯하게 붙인 이름이다. 자칫 운영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멀쩡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사적 개인정보 공개는 인권침해는 물론 불법이다. 당연히 경찰의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 도메인(.ru)으로 등록돼 있다. 운영자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서는 인터폴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과 비슷한 신상공개 사이트가 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파더스’이다.  배드 파더스는 이혼뒤 고의로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이름과 얼굴 나이 직업 등을 공개한다. 형식은 디지털 교도소나 주홍글씨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와 달리 법원 판결문이나 공증각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됐다. 운영자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2심을 앞두고 있다.
운영자 구본창씨는 “배드 파더스는 사법부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았다”며 “단순히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사회운동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상공개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보자는 반드시 신분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공개예정 당사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답장이 없거나 양육비 지급을 거절할 경우에만 신상을 공개한다. 이후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하면 명단에서 삭제한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는 사전통보나 구체적 검증과정 없이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공개된 신상은 30년 이상 보관한다고 한다.
배드 파더스는 ‘응징’이 아니라 ‘양육비 촉구’가 목적이다. 지난 2년동안 배드 파더스를 통해 해결된 양육비 미지급은 560건에 이른다. 특히 양육비해결 총연합회와 관련법 개정운동도 진행중이다. 법원의 양육비 지급 판결이 나오더라도 30%정도밖에 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씨는 “신상공개 예정이라고 통보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는 협박이 들어왔으나 무죄판결 이후 사전통보만으로도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사전통보 과정에서 390건이 해결됐다는 것이다.
구씨는 1월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판시내용은 이렇다.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디지털 교도소나 배드 파더스는 취지는 비슷하다.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섰다는 점이 그렇다. 운영자들이 숨어있는 것도 동일하다. 배드 파더스의 경우 구씨 한명이 드러나 있을 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디지털 신상공개는 위법이다. 다만 배드 파더스는 객관적 기준으로 사실을 검증하고 신상정보를 나열한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는 욕설이나 익명댓글창과 검색기능까지 있는 데다 불법게시물을 차단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디지털 교도소는 무고한 피해자를 100% 걸러내기 어렵다. 
디지털 신상공개는 인권을 침해하고 사법부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사법불신과 젠더갈등, 반지성주의와 극단주의로 범법행위를 지지하는 반응도 나온다. “피해자가 얼마나 슬프면 이러겠느냐”, “피해자가 네 가족이라고 생각해봐라”며 신상털기를 옹호한다.  특히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니 국민이 사적 제재에 나선 것”이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대법원이 디지털 성착취물을 상습 제작한 경우 최장 29년 3월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신설한 이유이기도 하다.
디지털 교도소는 2기 운영진이 다시 문을 열었다. 이들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 신상공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불법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이들을 공범으로 수사중이다. 신상털기는 디지털 교도소나 주홍글씨, 배드 파더스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투사건’에서 피해자를 찾아내 이름은 물론, 사진, 행적까지 신상을 공개한다. 인터넷뿐 아니라 SNS를 통해 순식간에 널리 공유된다. 2차가해이자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익을 명분으로 내세우더라도 인권보호가 우선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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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아동학대범#디지털교도소#주홍글씨#n번방#배드 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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