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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역사의식’ 그 속에 담아낸 꿈과 희망의 등대[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 여행] <102>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말등대
  • 박상건 소장 pass386@daum.net
  • 승인 2020.09.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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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산5-5번지에 창포말등대가 있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10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하기도 했다.

창포말등대는 1984년 6월에 영덕읍 창포리의 끝단에 세워져 ‘창포말 등대’라고 부른다. 이 때는 모든 등탑이 하얀색이었는데 2006년 불빛을 발사하는 등롱 부문을 빨간색으로 처리한 조형등대로 재탄생했다.

창포말등대

일반 등대는 바닷길을 밝히는 신호 역할로써 항로표지의 기능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반면, 조형등대는 지역문화와 특성을 살린 영상미 등을 더해 형상화 한다. 이 등대는 하얀 등대를 영덕대게가 감싸 안으며 등롱 부분에서 집게발이 쭉 뻗어가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등대 모양은 초창기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이 대륙 침략야욕을 발판으로 한반도에 세워진 것들이다. 이때는 전쟁 물자를 옮기는 선박과 일본 병사들이 진입하는 항로를 밝히는 점등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대부분 등대가 천편일률적으로 원통형 흰색 콘크리트 구조였다. 그러다가 20년 전부터 우리 기술과 국산 소재를 활용해 독창적 예술미를 가미하고 항구와 항만의 역사적, 문화적 의미부여를 통해 등대의 가치를 되살렸다.

이런 조형미를 부각하는 조형등대는 최근 정부와 자치단체의 깨어있는 역사의식과 지역민의 꿈과 희망을 담아내려는 등대에 대한 재인식과 섬과 바다의 스토리가 살아있는 해양문화 공간 조성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역관광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여행자들에게는 색다른 체험과 추억의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섬 발전과 어항・항만 활성화의 전진기지로써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대양의 빛 조각상

창포말등대는 200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조형등대 현상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등대다. 당시 해수부가 공모전을 실시한 조형등대는 통영시 도남항의 연필등대, 부산시 송도해수욕장의 고래입표 등이 있다. 이후 거북선등대, 야구등대, 젖병등대, 야구등대, 고래등대, 노래하는 등대 등 다양한 모습의 등대가 등장했다.

창포말등대는 영덕의 상징인 대게의 집게발이 24m 높이의 하얀 등탑을 감싸고 올라가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색 등롱(등대 불빛 렌즈가 있는 부분)을 잡으려는 모습이다. 이 등대는 42km 거리의 바다까지 불빛을 보내준다. 등대 불빛은 6초에 한 번씩 깜박이면서 창포말의 위치를 알려준다. 그렇게 등대는 동해안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에게 안전한 뱃길을 안내해준다.

창포말등대는 대게잡이 등으로 먼 바다에 나갈 때, 그리고 귀항할 때, 강구항으로 들어서는 배들의 이정표가 된다. 강구항은 이곳 등대에서 3㎞ 떨어져 있다. 강구항에는 어판장과 대게거리, 해상공원, 어민들의 지난날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다양한 어촌문화체험이 가능한 어촌민속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해맞이공원 산책로

창포말등대는 영덕 해맞이공원에 위치해 푸른 동해와 잘 어우러져 있다. 빨간색 등롱과 등대 중간은 전망대 역할을 하고 아래층은 동해 파도소리와 호흡하며 기암괴석을 조망할 수 있다. 해변으로 이어진 산책로 데크도 잘 단장돼 있다.

등대에서 길이 이어진 해맞이공원 산책로는 ‘푸른대게의 길’이다. 푸른 해송과 야생화 향기가 나부끼고 오솔길을 따라 가면 해안절벽, 다시 바닷길로 더 내려서면 동해 파도소리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이 길은 15.5km 해안선 둘레길이 시작되는 블루로드 B코스 시작점이다.

이 블루로드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 해파랑길의 연장선으로 영덕 블루로드 B코스는 영덕의 가장 남쪽인 읍내의 대게누리공원에서 강구항과 축산항, 고래불해수욕장까지 64.6km의 해안의 도보여행 코스다.

블루로드 B코스 시작점

창포말등대에서 언덕길 쪽에 풍력발전단지가 보인다. 멀리서 바라봐도 이국적이지만 이곳에 올라 바라보는 동해 풍경도 아주 이채롭다. 16만6117㎡의 면적에 들어선 풍력발전기는 지난 2005년 3월부터 가동됐다. 한쪽 날개 길이가 무려 41m, 높이가 80m다.

이런 발전기 24기가 들어선 대형 풍력발전소에는 변전소 1동, 송전선로, 홍보관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바람의 힘으로 생산되는 발전량은 연간 9만 6680MWh.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인데 영덕군민들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풍력발전소 입구에는 캠핑장도 조성돼 있다. 별반산봉수대와 신재생에너지전시관, 해맞이축구장, 비행기전시장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갖추고 있다.

영덕풍력발전단지와 해맞이공원 일원에서는 매년 4~11월 음력보름에 가까운 토요일에 ‘블루로드 달맞이 여행’ 행사를 연다. 프로그램은 창포해맞이축구장→윤선도시비 →비행기전시장→산행코스→산림생태체험단지→숲속산책로→출렁다리→사진촬영 명소→향기음식체험관→창포해맞이축구장 주차장 등 4km 구간에서 펼쳐진다. 프로그램 중에는 여행자들이 즐기는 체험마당도 있는데 대게김밥말이, 대게껍질밟기, 황금영덕대게낚시체험 등이 인기다.

국립청소년해양센터

창포말등대에서 강구항 쪽으로 산모퉁이를 넘어서면 ‘해양을 배워, 해양으로 향하리라’ 슬로건으로 설립된 국립청소년해양센터가 있다. 해양센터는 청소년들에게 호연지기를 길러주는 해양환경체험 특성화기관으로 해양과학, 해양안전, 해양문화, 수산과학 등 해양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인 해양민족의 후예다. 그래서 삼일절과 광복절에만 독도와 우리 섬, 우리 영토라고 목청껏 외쳐댈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연중 해양환경체험을 통해 해양의 소중함을 일깨워지는 일은 우리의 사명이고 역사적 책무이며 나아가 우리의 경쟁력이다.

강구항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해양센터 앞에서 한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국가와 기성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해양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30년 동안 매년 섬과 등대에서 섬사랑시인학교 캠프를 열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해양공간은 우리 아이들에게 도전과 응전의 정신, 원대한 꿈과 희망을 키워 주는 무한한 공간이다. 그렇게 한반도는 태평양으로 나가는 첫 출구인 개척의 땅이요, 창조의 영토이며, 미래의 무대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부심을 갖게 해야 한다.

그렇게 등대에서 시작된 이 블루로드 코스는 동해 바닷길을 따라가는 홀로여행, 혹은 연인・가족과 함께 배낭 메고 걸으며 생각하며 사색하는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A코스는 강구항-영덕해맞이공원 구간이고, B코스는 영덕해맞이공원-축산항, C코스는 축산항-고래불해변, D코스는 화전해변-강구항 구간이다.

창포말 일출

이 코스를 걷다보면 수시로 파도치는 해변과 작은 포구들을 만난다. 포구의 정겨움과 등대의 역할을 음미하고 낚시하는 강태공들, 출항을 꿈꾸며 그물을 손질하는 풋풋한 어민들과 조우하며 인생살이를 반추하기에 좋다. 이런 풍경들이 7번 국도를 따라 영덕, 칠포, 장사, 고래불 해수욕장과 해안길이 연이어 펼쳐진다.

블루로드 주변에는 동해 뷰가 일품인 펜션 등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이왕이면 하룻밤 묵으면서 바다와 해안을 굽어보는 여유와 함께 이른 아침 삼사해상공원으로 나가 갯바람을 들이마시며 동해의 희망찬 물살을 휘감아 올리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는 것도 좋다. 강구항 맞은편 삼사리 8만여 평에 조성된 해상공원은 매년 영덕해맞이축제가 열리로 주 무대다. 그곳은 바다와 등대, 포구를 잇는 해안길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문의: 영덕군청(054-730-7201)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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