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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언 칼럼> 또다시 튀어나온 통합당의 ‘건국절 망령’
  • 김주언 논설주간 newmedia54@dailysportshankook.com
  • 승인 2020.08.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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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75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건국절 망령’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통합당 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3.1독립운동 정신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담은 통합당의 새로운 정강 정책 초안과 정면으로 위배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통합당 쇄신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건국절 논란’에서 벗어나 역사의 뿌리를 반만년 전통에서 찾겠다는 의지와도 상반된다. “이념에 따라 정치권에서 심화한 소모적 역사논쟁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과도 어긋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쇄신 바람에 역풍이 몰아닥친 셈이다.
정경희 의원은 최근 국회의원 회관에서 ‘대한민국 나라 만들기 1919~1948’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4.3은 좌익 폭동” “1948년 건국 부정엔 북한 존재 담겨” 등 엉뚱한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동안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주장해오던 그릇된 역사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정 의원은 “좌익이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까닭은 대한민국과 대결하는 구도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자 1948년 세워진 대한민국이 나라가 아니고 북쪽에 세워진 나라만이 나라라고 우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형적 뉴라이트 역사관이다. 

정 의원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일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규정한 헌법 무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임시정부 법통을 이어 받은 것으로 명시한 헌법조문마저 무시한다. 그저 ‘1919년 건국설’로 폄훼할 뿐이다. 그는 “1919년 건국설의 핵심은 임시정부에 정통성 있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임시정부의 항일정신을 계승한 게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이므로 김일성이 세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리민족의 정통한 정부라는 걸로 귀결되고 만다는 데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가설을 내세우기도 했다.  
정 의원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했던 좌익을 비판하며 이상한 시대구분을 내놓았다. “나라가 망한 1910년부터 1945년까지가 해방을 위해 일본과 싸운 항일투쟁시기였다면, 1945년부터 1948년까지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소련 및 국내외 공산주의자들과 싸운 반공투쟁시기”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은 항일뿐만 아니라 반공을 통해 세워진 나라로 “임시정부 형태로 잉태된 대한민국이 천신만고 끝에 1948년 정식정부로 수립되며 건국이 완결됐다”고 ‘1948년 건국설’을 설파했다.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뉴라이트 학자들과 전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심재철 전 의원은 “국부가 김구였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장관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이승만대통령이 국부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대답에 대한 반응이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1919년 임시정부 대통령은 이승만이었고 김구는 경무부장정도 맡았다”고 폄훼했다. 임시정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탄핵돼 쫓겨난 사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제주4.3사건, 동학농민운동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민중항쟁을 폄하하는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제주4.3은 폭동”이라고 규정했다. 여야 의원 132명이 제주4.3사건 피해자보상을 위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것과 배치된다. 이들 사건은 역사로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정치투쟁의 수단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역사적 평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돼 있다는 억지이다. 참석자들은 이를 토대로 ‘역사 전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통합당은 개인 의견일 뿐 다수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병민 정강정책TF 위원장은 “정강정책 개정작업이 정리되면 당의 가치와 지향점이 선명하고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명시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개별적으로 나오는 다른 목소리는 당의 기조와 전혀 다르다”며 “정강정책이 정리돼서 총의를 얻으면 소수 목소리들도 당의 지향점에 녹아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경희 의원은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때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정 의원은 제주4.3을 “좌익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막말에 가까운 편향된 역사인식을 드러냈다. “남로당이 주도한 좌익세력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으로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는 주장이다. 4.3사건은 1947년 남로당이 단정반대를 내세우며 봉기했다가 진압과정에서 무고한 도민까지 희생당한 사건이다. 희생된 주민만 3만명에 이르는 현대사의 비극을 색깔론으로 매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족과 관련단체들은 당시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갈등과 반목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국민과 4.3유족, 도민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4.3을 헐뜯는 인사를 비례대표 후보로 내세운 미래한국당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한국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 후보는 무난히 당선됐다. 이후 통합당과의 합당으로 통합당 의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정 의원의 편향된 인식은 군부독재에 대한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4년 논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를 ‘정치개혁’으로 칭송했다. 5.16쿠데타는 ‘조국근대화를 위한 국가프로젝트’이다. 그는 ‘독재’라는 표현도 배격한다. “이승만-박정희체제는 권위주의시대로 독재와는 다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역사학계에서 공인된 용어인 ‘일제강점기’도 북한식 표현으로 “북한의 역사해석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사실 아닌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한마디로 편향된 역사관에 가득찬 인물이 국민의 대표인 의원이 된 셈이다.
그릇된 역사관을 가진 정 의원은 박근혜정부 때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관과 상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선지 박근혜정부가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참여했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리면서 성사되지는 못했다. 정 의원은 당시 중고교 역사교과서 ‘복면 집필자’로 참여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안 통과에 대해서도 “탄핵에 찬성한 여당(새누리당) 의원들은 내각책임제로 자기네 땅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엉뚱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일 ‘통합당 쇄신’을 내세운다. 대표적 사례가 정강정책 개정작업이다.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 받는다’는 정강을 통해 역사논란을 잠재우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통합당이 진보보다 앞서가는 진취적 정당이 되도록 만들 것”이라고 선언하며 5.18민주화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정통성 계승을 새 강령에 명기하겠다고 했다. 정 의원의 돌출행동은 광복절을 전후하여 뉴라이트학자들이 불을 지펴온 소모적 역사논쟁을 끝내기 위한 김위원장의 의도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구상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통합당에는 아직도 철지난 색깔론에 집착하는 이념전쟁에 몰두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공산주의”라고 비난했다. 부동산투기로 인한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한 조세정책을 이념논쟁으로 비틀어버린 것이다. 통합당 의원들이 색깔론을 거둬들이지 않는다면 쇄신작업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역대 비대위원장들처럼 김 위원장도 ‘토사구팽’ 당하지 않는다고 보장하기도 어렵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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