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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깃꾸깃 사연 담아 꿈꾸는 섬으로 떠나는 110년 등대[박상건 시인의 섬과 등대여행] <95> 전남 완도군 노화읍 어룡도 등대
  • 박상건 기자 pass386@daum.net
  • 승인 2020.07.2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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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스포츠한국 박상건 기자] 어룡도는 행정구역으로 전라남도 완도군 노화읍 내리 47번지에 속한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완도군 노화도 이목항까지 53Km, 다시 이목항에서 배를 타고 17Km, 총 70km 거리에 있는 섬이다.

노화도와 보길도 앞바다

지도상으로 땅끝은 고속버스 기항지 완도군 완도읍이지만 1969년 해남반도 남창과 완도대교가 연결되기 이전에 배가 떠나는 땅끝마을은 송호리 갈두마을이다. 완도에서 가는 배편도 있고 땅끝에서 가는 노화도, 보길도 배편도 있다. 이곳을 지나 승용차로 30분 더 가면 완도대교 건너 청해진 완도에 당도한다.

땅끝에서 배를 기다리며 포구 주변 바닷길과 방파제를 걸었다. 오가는 어선들과 그물일 하는 어부들 풍경이 생동감 있다. 갈두항 방파제등대에는 온통 연서(戀書)로 가득했다. “인순, 나의 하나뿐인 사랑이여...순금씨! I LOVE YOU. 윤희! 기다리거라. 군대 잽싸게 갔다 와서 보자. 나두 널 좋아하는데 어쩔 수가 없다. 홍추야 사랑해-S.M. 언제까지나 사랑해! 항상 곁에 있을 께. -정훈. 넌 나의 영원한 사랑이어라. 힘들지만 잘 참을께. 소영아 행복해야 해. 넌 잘 할 수 있을 거야. 잘 살아라. 선희야! 너랑 꼭 여기 다시 올 거야. 순준이가 씀”

이 등대낙서를 소재로 쓴 졸시가 ‘갈두항 방파제 등대’다. “꾸깃꾸깃한 사연들을 꺼내/꾹꾹 눌러 쓴 하얀 편지지가 되고/못 다 쓴 마음까지 헤아려 물살에 띄우면/물결은 바다의 우체부가 되어/두근두근 꿈꾸는 섬으로 떠난다//길 뜬 삶에 저린 파도의 속내/포구에 물보라치면서/그 안쓰러운 마음 더 어쩌지 못하여/온몸 전율하여 영혼의 등불을 켜들고/자박자박 밤바다를 걸으며/밤새 빛 무리 뜨겁게 휘몰이하던/갈두항 방파제 등대”

땅끝등대

도선이 갈두항을 떠난 후 하얀 등대섬이 보인다. 어룡도다. 왼편에 대장구도, 우측 위로 어불도 등 작은 섬들이 출렁인다. 낚시꾼들은 이 일대를 여밭이라고 부른다. 바다 위로 솟구친 바위섬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런 곳이 황금낚시터다.

어룡도는 낚시꾼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섬이다. 6월에서 11월까지는 감성돔, 볼락, 참돔, 돌돔, 광어가 11월에서 다음해 10월까지는 농어, 감성돔, 대형돌돔 입질이 탁월하다.

어룡도는 날씨가 좋은 봄, 여름에는 정기여객선이 다니고 가을, 겨울에는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어룡도 이장에게 연락해 직접 운항을 부탁하거나 낚시꾼들을 상대하는 동네 분들을 연결시켜 주곤 한다. 어룡도 정기여객선은 완도군 노화읍 소속으로 노화도에서 운항하고 부정기적으로 섬을 오갈 때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해남 송호리해수욕장을 주로 이용한다. 송호리해수욕장에서는 10분 정도 소요된다.

양식장 어선

어룡도 지명은 큰 고기가 용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 때 모습이라는 ‘어섭성용(漁燮成龍)’에서 따온 말이다. 전설에 따르면 큰 고기가 용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할 때 게가 꼬리를 잘라버려 승천하지 못했는데 잘린 곳이 터진 목(뱀목)이라 부르고 여의주를 뱉은 곳을 귀막섬이라고 부른다. 용이 입을 벌린다는 것은 그런 형상의 작은 만이 있기 때문이다. 만(灣)은 바다가 육지 쪽으로 굽어 들어온 지형을 말하고, 바다로 돌출한 곳은 곶이라고 부른다.

그 만 앞에 작은 섬을 여의주로 표현했다. 그 섬은 좌우로 날개처럼 산맥이 뻗었고 뒤로는 용꼬리처럼 구불구불한 산줄기가 펼쳐지며 섬의 절반을 형성한다. 섬 주변은 외부인 출입을 거부하듯 급류가 흐른다. 그래서 기계 동력선이 아니면 갈 수 없는 신비한 곳으로 불린다.

어령도는 1700년대 마을을 형성했고 1896년 완도군이 설립되면서 넙도면에 편입됐다가 1916년 노화면 어룡리로 개편됐으며 1980년 노화면이 노화읍으로 승격되면서 노화읍 어룡리가 됐다. 노화도 서쪽 해상에 위치한 어룡도는 현재 23가구 40여 명의 주민들이 산다. 주로 김과 전복을 양식한다. 어령도 앞 바다는 양식장으로써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험난한 바다환경 탓에 주민들은 정초와 대보름에 무사와 풍어를 기원하며 제주도 앞바다를 향해 제를 올린다.

섬에는 곰솔과 다정큼나무군락, 보리밥나무군락, 동백나무, 참억새군락지와 암벽으로 이뤄져 있다. 바닷가에는 거북손, 따개비, 담치류 등 해양무척추동물과 홍조류, 산호말, 애기우뭇가사리, 구멍갈파래, 떡청각 등 다양한 해조류가 서식한다.

선상낚시로 잡은 물고기

어룡도에 전기가 공급되는 날은 완도군에 전기 없는 섬이 마지막으로 사라진 순간이었다. 인구가 적고 오지 섬이어서 어룡도는 지난 2007년 2월 전까지만 해도 그 흔한 전기를 마음대로 써보지 못했다. 집집마다 호롱불을 켰고 텔레비전은 물론 냉장고 등 생활필수품인 전기제품이 없던 세월을 보냈다. 지난 2007년 3월말 완도군 내연발전소가 가동돼 섬에 배전선로가 깔렸고 발전기 3대가 설치돼 240kw의 전기가 생산되면서 어룡도 주민들은 꿈에 그리던 전기 문화생활을 누렸다. 어룡도 주민들은 전기가 공급되던 그 날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어룡도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해온 것이 110년 전에 설치된 어령도등대. 등대는 지금도 어민과 이곳 바다를 항행하는 여러 선박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어룡도는 안개가 잦고 암초가 많다. 1994년 1월 모래 운반선이 암초에 침몰해 선장과 선원 6명이 실종되는 등 크고 작은 조난사고가 빈번했다. 그래서 곳곳에 무인 등대가 불을 밝히고 서있다.

어룡도는 명량수도인 울돌목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항로였다. 지금도 인근 지역에서 몰려든 5톤급 내외 작은 통발 어선에서 여수와 부산, 목포와 인천 방면을 오가는 5000톤급 선박의 주요 항로다. 이곳을 항해하는 대형 선박은 주로 위험물 운반선, 연안 화물선이다. 선박은 시산도-횡간수도-마로해-장죽수도를 통과한다. 해난사고가 잦아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어룡도 정상에는 다른 등대보다 빛의 에너지가 더 센 등대가 설치돼 있다.

어룡도 선착장에서서 그 등대로 가는 길은 어룡분교를 지나고 동화책 풍경처럼 평화롭고 정겨운 골목길과 바다풍경이 펼쳐진다. 흑염소를 방목해서 키우다보니 풀섶에서 가끔 휙, 휙 뛰어다니는 녀석과 마주치곤 한다. 태양열에너지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설과 주의사항을 담은 표지판, 저만치 등대가 화룡점정으로 찍혀있다. 등대가 마을 정상이고 어룡도 전망 포인트다.

어룡도등탑

어룡도등대는 1910년10월 조선총독부 체신국에서 석유백열등으로 첫 불을 밝혔다. 그러다가 1945년 2차 세계대전 말에 강한 공습을 받아 파괴됐다. 등대 기능도 잠시 중단됐다가 광복 후 와사등으로 임시복구 후 1955년12월 목포지방해무청, 1977년12월 목포지방해운항만청, 1988년 8월 목포지방해운항만청 소속의 등대원들이 상주하는 어룡도항로표지관리소, 1997년 5월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어룡도항로표지관리소가 됐다.

어룡도등대는 흰색 8각형 콘크리트 구조이고 상단 등명기 까지 일직선 사다리가 설치돼 있고 외부에도 등롱에 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등탑의 높이는 6.1m, 해수면으로부터 등고가 93m에 이르는 고지대에 위치해 15초마다 한 번씩 불빛을 선박들에게 비춰준다.

등대 불빛이 가 닿는 거리는 21마일. 1마일은 1.61km임으로 33.81km까지 그 빛을 전달해준 셈이다. 안개가 낄 때는 전기폰 음파표지를 울려서 어룡도 등대 위치를 알려줘 안전한 항해를 돕는다. 이때는 40초에 1회 소리를 울려준다. 항해하는 선박은 그 소리를 통해 3km 해역에서도 어룡도 위치를 식별할 수 있다.

이렇게 100년 동안 역사와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은 어룡도등대. 외딴 섬과 수많은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던, 그 유서 깊은 등대는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등대 무인화사업으로 등대원 없는 무인등대로 전락해 진도에서 원격 조종 받는 무인등대가 됐다. 문의: 노화읍사무소(061-550-6261)

글・사진: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박상건(시인. 섬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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