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 칼럼> 갈등만 부추기는 언론… 진실과 해법은 뒷전

<김주언 칼럼> 갈등만 부추기는 언론… 진실과 해법은 뒷전

  • 기자명 김주언 논설주간
  • 입력 2020.07.23 11:34
  • 수정 2020.07.2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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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갈등은 필요악인가.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정쟁과 비리 비난 성추행 등으로 얼룩진 한국사회의 부정적 모습만 투영된다. 언론이 한국사회의 적나라한 부정적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이념은 물론, 지역 빈부 노사 세대 등 갈등구도가 세분화했다. 여기에 정치권이 가세해 갈등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언론은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오히려 조장한다. 그것도 자극적 화면이나 문장을 동원해 뉴스 이용자들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진영논리에 따라 극심한 정파대결 보도로 일관한다. 진실은 뒷전이다.
대표적 보도가 이동재 채널A 전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의혹 사건이다. 이 전기자가 구속되면서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을 한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이 전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여부를 밝히는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도 언론은 정파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경향신문과 한겨례 등은 검언유착 의혹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조선일보는 “사법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탈선”이라고 비판했다.
수사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총장 간의 ‘밀당’은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대검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를 보류시켰고 윤총장은 이기자 측의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수사단 소집을 결정했다. 다분히 ‘측근 감싸기’로 보이는 대목이었다. 추 장관은 수사팀의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은 파국적 충돌을 빚었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를 사실상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언론은 ‘윤석열 죽이기’ 등 자극적 제목으로 둘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데 집중했다.
사건의 핵심은 이렇다. 이 전기자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우며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씨에 접근해 가족에 대한 수사수위를 조절해줄 수 있으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압박하고 회유했다는 점이다, 제보자X는 이 전기자가 총선 직전인 3월말이나 4월초에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단순한 유착관계를 넘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 전기자는 제보자X에게 한 검사장과의 전화 녹취록을 보여주고 녹음파일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에 대한 탐사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SNS에 떠도는 욕설까지 그대로 옮기는 갈등보도도 많다. ‘똥개’ 공방이 대표적이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서로 ‘똥개’라고 폄훼하며 공방을 펼쳤다. 먼저 진 전교수가 홍 전대표를 ‘똥개’로 비유했다. 진 전교수는 “당의 대선후보까지 지낸 분이 똥개도 아니고 집 앞에서 싸우느냐”고 비판했다. 홍 전대표가 받아쳤다. “자중하라. 분수 모르고 자꾸 떠들면 자신이 ×개(똥개)로 취급당할 수 있다.” 언론은 욕설과 다름없는 언어를 그대로 인용 보도할 뿐이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해장국’일지 모르지만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가짜뉴스에서 촉발된 갈등보도도 있다. 이른바 ‘인국공 사태’이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보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취준생 사이의 갈등이 증폭됐다. 여기에 정파적 보도까지 가세해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나 군대 전역하고 22살에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 190만원 벌다가 이번에 정규직 연봉 5000.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나와서 뭐 하냐, 니들 5년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뉴스1이 오픈채팅방에서 인용한 글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가짜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직접 고용된 이후 이들의 평균임금은 3850만원으로 일반직 초봉 4500만 원인 급여체계와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또한 보안검색원의 경우 용역회사의 특수경비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아니라 2개월 교육을 받은 뒤 국토부 인증평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은 이 내용과 함께 인천공항 사무직 입사준비생들의 반발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 글을 인용해 역차별 논란을 다뤘다. 이후  30개 매체로 비슷한 보도가 확산됐다. 일부 신문은 오픈 채팅방 화면을 인용 보도하며 “인천공항 비정규직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방으로 추정되는 곳에 올라온 글이 불을 지폈다”고 썼다. 그러나 갈등을 일으킨 익명의 채팅방 글을 작성한 사람이 실제로 보안직원인지를 확인한 언론은 없었다.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원 직접고용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정책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다. 연말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지난달 말까지 18만1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직원 80%이상이 외주업체 소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공항공사는 3년만에 60개 협력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 9785명 전체를 정규직화할 예정이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요원의 직접고용을 둘러싼 논란을 다룬 보도는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전형적 보도였다. 일부 언론은 청년고용 역차별과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조반발에 초첨을 맞춰 불을 붙였다. 대부분 노노갈등을 부추기는 보도였다. 정규직과 새 정규직, 자회사 정규직의 내분을 증폭시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려다가 내분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준생들의 불만을 불쏘시개로 활용해 ‘공정’을 내세우는 정부가 나서서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헐뜯었다.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은 노사와 전문가 협의체가 논의한 내용을 이행하는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 하지만 언론의 갈등조장 보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노갈등과 비정규직과 취준생 사이의 갈등만 남게 됐다. 언론은 취준생들을 갈등의 도구로 활용한 뒤 버린 셈이다.  이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언론이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척하며 되레 청년세대를 자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보안검색요원까지 비정규직일 정도로 고용불안이 만연해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의 갈등은 갈수록 세분화하고 치열해진다. 이념과 빈부 노사 세대 젠더 등 갈등이 심화하고 확대되고 있다. 갈등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보더라도 그렇다. 북한 조국 총선 이재명 N번방 미투 토착왜구 한남충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젠더갈등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남성에 대한 혐오표현인 ‘한남충’이나 성추행 피해자와의 연대를 표현한 ‘미투’라는 단어가 레거시 미디어는 물론,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나가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고 박원순 전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이를 둘러싼 갈등이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한다.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새로운 갈등이 싹트기도 한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이 없다면 사회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갈등이 깊어지면 오히려 사회가 퇴보할 수도 있다. 갈등해소를 위한 해법을 모색하며 공동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진실을 파헤치고 사회문제를 들춰내는 것이 저널리즘이다. 다만 문제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해법과 결과도 추적해야 한다.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아니다. 해법찾는 과정을 추적하는 저널리즘, 솔루션 저널리즘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언(전 한국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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